“정보통신 날고 부동산 헤맸다”
  • 노순동 기자 (soon@sisapress.com)
  • 승인 2006.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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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경제 정책 어떻게 보나’ 부동산·재벌 대책에는 양 갈래 평가

 
  참여 정부는 과거 어느 정권보다도 정책 혁신을 강조해왔다. 열 개 경제 부처가 추진한 정책 가운데 가장 후한 점수를 얻은 정책은 무엇일까.  

성공한 정책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33.7%가 정보통신 정책을 꼽았다. 반면 가장 실패한 정책으로는 부동산 정책이 꼽혔다. 무려 응답자의 38%가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고 보았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가장 실패한 정책으로 꼽힌 부동산 정책이 성공한 정책 부문에서 당당히 2위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관심이 다른 어느 부문보다 뜨겁고, 또 성패에 대한 판단이 엇갈린 것이다. 

박수 갈채를 받고 있는 정보통신 정책의 핵심은 2년 전 선보인 ‘IT 839 전략’. IT 839란 정보통신(IT) 분야의 ‘8대 신규 서비스, 3대 첨단 인프라, 9개 신성장 동력’에서 따온 이름이다. 이 전략에 따라 일반인들에게도 친숙한 와이브로 서비스, 지상파  DMB, W-CDMA 서비스 등이 착착 도입되고 있다. 지난 2월 정보통신부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u-IT 839’ 전략을 내놓았다. 새 버전의 핵심은 통방(통신+방송) 융합. 

정보통신 정책이 후한 평가를 받은 데는, 정보 기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과감하게 의제를 치고 나간 진대제 전 장관이 큰 몫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3월2일 개각으로 물러난 진 전 장관은 최근 업무 보고에서 ‘IT산업의 경제 성장 기여도가 5년 평균 39.1%에 달할 정도로 선도 산업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라며 자부심을 감추지 않았다. IT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기준 15%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주식회사 한국’을 이끌어가는 전형적인 성장 산업인 셈이다.  국회와 기자단 모두 정보통신 정책에 후한 점수를 주었다.  

 
반면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반응이 엇갈렸다. 부정적인 평가가 압도적인 가운데, 정책에 성원을 보내는 지지자들의 열기도 만만치 않았다. 참여 정부 부동산 정책의 결정판은 8·31 대책. 지난해 8월31일 한덕수 경제 부총리의 입을 통해 공개된 발표문은 결연하기까지 했다. “‘부동산 불패’라는 잘못된 믿음을 깨뜨리고, ‘투기 필패’라는 사회적 믿음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겠다.”
 
하지만 녹록지 않은 과제임이 드러나고 있다. 걸핏하면 집값이 들썩이는 데다가, 사소하지만 치명적인 악재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정책 신뢰도를 갉아먹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에서 ‘게임의 법칙’이 바뀌면서 상대적으로 불리해지는 기득권층의 저항도 거셀 수밖에 없다. 

문제는 당국 스스로가 부동산 정책의 신뢰도를 갉아먹은 악재가 되곤 했다는 것이다.  한부총리가 세부 정책에서 첫손에 꼽은 것이 바로 서민들의 집 마련을 돕기 위해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 지원을 재개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수요 예측에 실패해 대혼란이 벌어졌고, 이를 수습하느라 대출 조건을 연이어 조정하면서 서민들의 원성이 극에 달했다. 급기야 건설교통부 고위 당국자가 대국민 사과 수준의 해명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국회 비서관들은 조세 정책에 부정적

최근 발표된 고위 공직자 재산 현황은 또 다른 대형 악재라고 할 만하다. 행정부 1급 이상 고위 공무원의 51%가 강남권(서울 강남구·서초구·송파구,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부동산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제 머리 깍기’였던 셈이니 일반 국민들로서는 과연 정부가 ‘부동산 불패, 강남 불패신화’를 깰 수 있을지 한층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조정 국면의 한파가 ‘비강남권 소형 주택’ 소유자들에게 더 체감도가 크다는 점도 사뭇 역설적이다.  

정책 입안자들은 8·31 대책만큼 종합적이고 유기적인 체계를 갖춘 정책이 드물다며 자부심을 보인다. 후속 입법 과정에서 이빨이 빠지는 대목들이 있지만, 계속 시장을 지켜보면서 보완 입법을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응답자의 38%가 부동산 정책을 실패했다고 여기는 것은 부동산만큼은 반드시 잡겠다고 호언한 참여 정부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기자단의 점수가 특히 박했다.

이 밖에 재벌 정책에 대한 평가가 정확히 반반으로 갈린 것이 눈에 띈다. 조세 정책에 대해서는 국회 쪽 반응이 특히 부정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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