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의 ‘썰물’ 없는 타이완해협
  • 차형석 기자 (cha@sisapress.com)
  • 승인 2006.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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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중국 군사 훈련으로 양안 관계 악화…최근에는 ‘타이완 독립’ 싸고 갈등 재연
 
공교롭게도 10년 단위로 비슷한 사건이 반복하는 경우가 있다. 최근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중국-대만 양안 관계도 그렇다.

10년 전인 1996년 3월, 중국과 대만 사이는 초긴장 상태였다. 중국이 대만 인근 공해상에서 군사 훈련을 한 것이다. 미사일 훈련을 포함해 육·해·공군 합동훈련을 가진 대규모 군사훈련이었다. 미국이 항공모함 두 대를 대만 인근 해역으로 보내면서, 세계인의 시선이 대만해협으로 쏠렸다. 군사적 긴장으로 인해 결국 대만해협은 봉쇄되었다.

당시 중국의 군사 훈련은 대만 총통선거를 겨냥한 것이었다. 대만 독립 세력의 주축인 리덩후이 대만 총통의 지지도를 떨어뜨리려는 의도가 있었다. 군사 훈련을 통해 대만 지도부와 주민들에게, 중국은 대만이 독립하려는 움직임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군사적 긴장 상태가 형성되었지만 다행스럽게도 불상사는 없었다. 애초 총통 선거를 겨냥한 것이었기 때문에 침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았던 것이다. 오히려 중국의 군사 행동이 대만 민심을 자극해 리덩후이 총통이 54%라는 높은 득표율로 당선하게 되어, 중국으로선 역효과를 거둔 셈이 되었다.

그로부터 10년 후. 중국과 대만 사이에 또다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천수이벤 대만 총통이 최고 통일정책 기구인 국가통일위원회의 기능을 정지하고, 국시인 통일 강령 적용을 중지한다고 선언했다. 대만이 ‘독립’으로 한 발 더 내디딘 것이다. 현지 언론에서는 지지율이 낮은 천 총통이 지지층 결집을 위해  독립 ‘카드’를 쓴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대외용이든, 내부 표심 단속용이든 긴장 상태는 마찬가지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은 “이는 국제사회가 지지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과 대만해협의 평화·안정에 대한 심각한 도발이다”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때마침 중국이 최근 육·해·공 합동 군사훈련에 돌입했고, 대만군은 천총통의 선언 이후에 중국군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전시태세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10년 전, 양안 관계가 악화하자 한국은 ‘사태의 평화적 해결’ 정도만 강조했다. 특별한 언급 없이 가만히 있는 것이 이익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강 건너 불 구경’만 할 수 없는 형편이다. 올해 초,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은 한반도 이외 지역의 분쟁에 언제라도 개입할 수 있게 되었다. 대만 선거 때마다 마음을 조려야 하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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