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차, 성에 안 차나
  • 김세훈(경향신문 체육부 기자) ()
  • 승인 2006.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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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월드컵 대표팀 최종 엔트리 구성/안정환·차두리 ‘위태’

 
앞으로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독일 월드컵. 축구팬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최종 엔트리 23명이 어떻게 짜일까이다. 한국이 최종 엔트리를 확정하기 전까지 치를 수 있는 경기는 3월1일 앙골라전(1-0 한국 승)이 마지막이었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최종 엔트리를 제출하는 시한은 5월15일. 한국의 다음 평가전은 5월 말에 두 경기, 6월 초에 두 경기뿐이다. 따라서 아드보카트 감독의 머리에는 이미 최종 엔트리 선정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을 것이다.

물론 아드보카트 감독은 최종 엔트리 구상을 묻는 질문에 아예 답변조차 하지 않았다. 최근 평가전을 통해 그의 의중을 짐작할 뿐 아직까지는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영표(토트넘 홋스퍼)·이운재(수원) 등 몇몇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어느 선수가 최종 엔트리 관문을 넘을지는 100%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올해 열 차례 평가전에서 드러난 그의 선수 기용 흐름과 양상, 사실상 월드컵 엔트리 확정을 위한 최종 시험무대였던 앙골라전 출전 멤버를 감안하면 ‘최후 생존자’ 23명의 대략적인 윤곽을 엿볼 수는 있다.

우선 월드컵 최종 엔트리 23명은 GK 세 명과 필드 플레이어 20명으로 구성된다. 11명이 하는 축구에서 GK를 빼면 남은 세부 포지션은 열 개. 부상·퇴장 같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한 개 포지션에 두 선수를 뽑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무조건 ‘포지션당 두 명’을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유상철(울산), 현재 대표팀 김동진(서울)과 같은 멀티 플레이어로 여러 개 포지션을 한 선수로 커버할 수도 있다. 또 감독의 성향과 축구 철학에 따라 수비수·미드필더·공격수의 비중을 달리 할 수도 있다.

일단 스리톱을 구사하는 공격 라인에서는 이동국(포항)·이천수(울산)·설기현(잉글랜드 울버햄프턴)·박주영(서울)·정경호(광주)가 유력하다.
이동국은 아드보카트 감독 부임 이후 대부분의 경기에서 원톱으로 출전했다. 체격 조건과 슈팅력이 좋은 만큼 이동국이 현재로서는 부동의 원톱이다.

하지만 2002년 월드컵에서 우리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안정환(독일 뒤스부르크)의 발탁은 장담할 수 없다. 안정환의 기량이 하향세에 있는 데다 소속팀에서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최종 엔트리 확정을 위한 마지막 평가전인 앙골라전에서 안정환이 대표로 뽑히지 못한 것은 시시하는 바가 크다. 다만 실제적으로 대표팀 구성상 안정환 만한 조커 공격수를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 그의 기용을 다소 긍정적으로 전망할 따름이다.

멀티플레이어들은 ‘든든’

측면 공격수(윙포워드)는 자원이 넘쳐난다. 그리고 모두 뚜렷한 특징과 장점이 있다. 아드보카트 감독으로서는 입맛대로 고를 수 있는 포지션이다. 설기현은 7년차 유럽파인 만큼 해외 선수들과 싸워본 경험이 풍부하다. 최근 물이 오른 이천수는 기량을 맘껏 뽐내며 아드보카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윙포워드와 원톱 공격수를 겸할 수 있는 박주영, 상대를 뒤흔드는 드리블 돌파가 좋은 쓸 만한 조커 정경호는 최종 엔트리 발탁이 유력하다.

 
그러나 차두리(독일 프랑크푸르트)의 기용은 현재로서는 낙관할 수 없다. 유럽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체격과 체력, 스피드를 갖추었지만 세밀한 테크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다만 아드보카트 감독이 공격적인 축구를 상당히 선호하는 데다 독일 월드컵에서 우리가 치를 첫 경기인 토고전이 열리는 장소가 프랑크푸르트의 홈구장이라는 점이 그의 발탁에 어떤 작용을 할지가 관건이다.

미드필더 부분은 사실상 엔트리 구성이 완료된 상태다. 중앙 미드필더와 오른쪽 윙포워드를 넉넉히 감당할 수 있는 박지성, 박지성이 윙포워드로 뛸 경우 중앙 미드필더를 맡을 적임자 김두현(성남), 노련한 경기 운영 능력을 보이고 있는 2002년 월드컵 멤버 김남일(수원)·이을용(터키 트라브존 스포르), 감독의 총애를 받고 있는 ‘신세대 진공청소기’ 이호(울산)의 발탁이 확정적이다.

남은 변수는 백지훈(서울)·김상식(성남)·김정우(일본 나고야). 백지훈은 왼발 프리킥이나 코너킥이 가능한 몇 안 되는 왼발 키커, 김상식은 미드필더와 수비수를 모두 소화하는 멀티 플레이어라는 점 등에 기대를 걸고 있다.

포백 수비수도 대략 윤곽이 잡혔다. 측면 수비수(풀백)의 경우 왼쪽 풀백에 이영표 주전·김동진 후보가 결정되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반면 오른쪽 풀백에는 현재 조원희(수원)가 주전으로 뛰고 있지만 재활 치료 중인 송종국(수원)의 회복 여부에 따라 주전과 후보가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송종국의 몸 상태가 월드컵에 맞추어 회복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앙골라전에서 왼쪽 풀백 이영표가 오른쪽에서 뛴 것은 송종국이 합류하지 못한 가운데 조원희마저 뛰지 못할 경우에 대비한 시험용이었다.

중앙 수비수에는 최진철(전북)·김진규(일본 이와타)로 굳어진 분위기다. 최진철은 경험이 풍부하고 큰 키(187cm)를 앞세운 헤딩이 뛰어나다. 김진규의 경우는 수비력보다는 파워 넘치는 중거리 슈팅력과 스피드 때문에 감독의 사랑을 받고 있다. 또 수비수는 부상, 경고, 퇴장 등 변수가 많은 포지션인 만큼 백업멤버 발탁도 중요하다. 김영철(성남)·김동진이 수비 백업을 맡을 것 같고 어쩌면 유경렬(울산)·김상식 등 수비와 미드필더를 겸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들이 뽑힐 수도 있다.

 
골키퍼는 이운재(수원)가 주전, 조준호(제주)·김영광(전남)이 백업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다만 이운재가 못 뛸 경우 누가 ‘넘버 2’가 될지가 미정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수비수 발탁의 주요 조건 중 하나로 공격력을 들 정도로 공격 축구를 무척 선호한다. 전체적인 엔트리 또한 공격적 멤버로 구성될 공산이 크다. 따라서 아드보카트 감독은 수비와 미드필더의 백업 멤버 수 자체를 줄이거나 멀티 플레이어 한두명에게 두세 개 포지션 백업을 맡긴 뒤 공격수 숫자를 늘릴 가능성이 높다.

월드컵 최종 엔트리를 FIFA에 제출하는 시한은 5월15일이지만 대표팀 최종 소집은 이보다 앞선 5월10일 전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누가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아드보카트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최종적으로 독일행 비행기를 탈 수 있을지가 축구 팬들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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