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전문직 부모 늘고 서울 소재 고교 출신은 줄어
  • 신호철 기자 (eco@sisapress.com)
  • 승인 2006.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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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2005년 통계로 본 ‘서울대생의 10년’

 
여학생 혁명의 시대·등록금 파동의 시대·전문직 학부모의 시대. 서울대학교 신입생 설문조사 자료를 통해 본 지난 10년간 서울대(혹은 한국 사회)의 변화다.

서울대학교 대학생활문화원(구 서울대 학생생활연구소)는 1964년 이래 40여 년간 해마다 신입생 전원을 상대로 설문 조사를 해 학생들의 환경적·심리적 특성을 분석해왔다. 시대가 변하면서 설문 내용이 다소 달라졌지만 최근 10여 년간 조사 항목은 대체로 일관성을 유지했다. <시사저널>은 미공개 2005년 신입생 설문조사 자료와 1995년도 자료를 입수해 지난 10년간 서울대 신입생들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살펴보았다.

가장 큰 변화는 여학생 비율이었다.  1995년 22.7%였던 여자 신입생 비율은 2005년 42.6%로 껑충 뛰었다. 1990년부터 1995년까지 여학생 비율이 22%대에서 별 변화 없이 정체되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1990년대 후반부터 캠퍼스에 분 여학생 바람을 가히 ‘혁명’이라고 부를 만하다.

특히 지방 고교 출신 여학생이 큰 폭으로 늘었다. 여학생 신입생 가운데 서울 소재 고교 출신 비율은 1995년 52.5%에서 2005년 35.9%로 내려앉았다. 이것은 서울대에 입학할 성적은 되지만 지방에 산다는 이유로 여학생 부모들이 상경을 만류하던 경향이 옅어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캠퍼스에 여학생 인구가 늘면서 우먼 파워도 커졌다. 대학신문 편집장이나 단과대 학생회장에 여학생이 등장한 것도 이 즈음이었다. 그러니 마침 이 시기에 대학가 여성운동(페미니즘)이 가장 활발히 꽃피웠던 것은 우연이 아니었던 셈이다. 지난해 서울대는 최초로 여학생 총학생회장을 배출했다. 이 현상은 비단 서울대에만 국한된 흐름은 아니다. 서울대의 자료는 지난 10년간 진행된 여학생 혁명의  단면을 보여줄 뿐이다.

두 번째로 눈에 띄는 부분은 학부모 직업 분포 변화다. 1995년 조사에서 서울대 신입생 보호자(주로 아버지) 가운데 9.6%만이 전문직 종사자였다. 그런데 2005년 신입생 아버지 가운데 전문직 종사자는 19.2%로 두 배 늘었다. 설문 문항에서 전문직이란 의사·약사·간호사·변호사·판사·검사·회계사·언론인·방송인·종교인·대학교수·기타로 정의하고 있다.  반면 신입생 학부모 중 농어민의 비율은 1995년 6.7%에서 2005년 2.1%로 3분의 1로 줄었다. 이 와중에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변화가 없는 직종은 교직이었다. 초·중·고 교사인 학부모 비중은 1995년 8.1%에서 2005년 8.2%로 거의 같았다. 서울대생 열 명 가운데 한 명은 교사 집안 자녀다.

농어민 학부모는 3분의 1로 ‘뚝’

한편 부모의 학력은 대졸 이상자가 1995년 54.3%였지만 2005년에는 73.9%로 늘었다.  서울대생 가운데 개인 지도 과외나 그룹 과외를 받은 적이 있다는 학생 비율이 1995년에는 40.2%였으나 2005년에는 64.1%로 크게 증가했다.

 
이런 현상을 놓고 ‘부유한 학생들이 서울대에 많이 입학하게 되었다’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전문직 종사자 증가는 한국 사회 전체의 변화이기도 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인 가운데 전문직 비율은 1995년 4.8%에서 2005년 7.9%로 늘었다. 농어민 비율은 10%에서 7%로 줄었다. 하지만 서울대생 학부모 구성비 변화가 한국 사회 전체의 변화 속도보다 다소 빠른 것은 사실이다.

서울대 신입생들의 출신 고교 지역 분포에도 변화가 있다. 1996년(1995년에는 이 조사 항목이 없다) 같은 신입생 조사에서 대도시 지역 고교 출신자는 69.9%였지만 2005년에는 75.3%로 늘었다 정운찬 총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지역별 할당제가 수도권 출신 신입생의 입학 집중을 완화시키는 효과는 있었지만, 대도시 집중 현상을 10년 전 수준으로 되돌려 놓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의외인 것은 서울 지역 학생들 비중은 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도시 지역 신입생이 급증하는 와중에, 1995년 서울 소재 고등학교 출신 신입생은 41%였으나 2005년에는 오히려 35.8%로 줄었다. 서울·경기를 합친 수도권 비중은 1995년 48.3%에서 2005년 51.3%로 소폭 증가했지만 수도권 인구 증가율을 고려하면 큰 의미가 없다.

학생들 인식은 큰 변화 없어

그런데 부모의 경제적 조건은 달라졌지만 정작 학생들 스스로는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계층 귀속의식이 오히려 낮아진 것이다. 자신이 상류(중상류 포함)라고 반응한 학생은 23.8%로 1995년 26.2%에 비해 조금 줄었다. 거꾸로 자신이 하류(중하류 포함)라고 답한 학생은 15.1%에서 19.5%로 늘었다.

신입생 가운데 본인이 학비를 부담하는 비율은 1995년 11.5%에서 2005년 6.1%로 감소했다. 이는 등록금이 기하급수적으로 인상되면서 학생이 아르바이트로 충당할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1995년 89만7천원이었던 인문사회계 등록금은 2005년 2백25만7천원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지수는 82.33에서 117.8로 3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 10년간이 등록금 파동의 시대였다는 점을 보여준다. 장학금이 꼭 필요하다는 응답도 1995년 73%에서 2005년 85%로 높아졌다. 다만 등록금과 생활비 충당에 여유가 있다는 응답은 38.7%에서 36.4%로 비슷했다.

그 밖에 눈에 띄는 변화로는 학생들이 교수를 바라보는 시선을 들 수 있다. 1995년 신입생들이 교수에게 바라는 기대 항목은 ‘인간적인 유대’라는 응답이 47%로, 전공 지도(31.4%)보다 더 중요했다. 하지만 2005년 신입생들은 인간적인 유대(31%)보다는 전공 지도(45.3%)를 교수에게 더 기대했다. 교수를 인격 지도자라기보다 지식 전달자로 느끼는 경향이 강해진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몇몇 변화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10년 사이 학생들의 정서가 많이 바뀌었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큰 변화가 없었다. 신입생들이 취미·교양 동아리를 선호하며(44.6%) 이들의 당면 과제가 시간 관리와 인간 관계라는 점은 10년 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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