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에 ‘왕도’는 있다
  •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
  • 승인 2006.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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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클리닉] 맛·서비스·청결에 ‘새 트렌드’ 가미하면 성공 확률 크게 높아

 
2004년 이후 기업들의 구조조정 여파로 퇴직자들이 대거 쏟아졌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불투명한 경기 전망과 소비 침체, 정부의 자영업 구조조정 방침으로 창업을 연기했다. 하지만 2006년 들어서는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창업 전선에 나서는 이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초보 창업자들이 가장 쉽게 접근하는 분야는 외식업. 그러나 창업 성공의 문턱에 도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음식점 수는 인구 60명당 한 개꼴이나 된다. 성공할 확률은 20%에 불과하며 문을 연지 1년 이내에 80% 이상이 문을 닫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경쟁이 치열한 외식업에서 창업자들이 성공하려면 어떤 것에 신경을 써야 할까. 성공 열쇠의 기본은 QSCV(quality, service, cleanliness, value), 즉 맛, 서비스, 위생, 그리고 가치를 주는 데서 출발한다. 

대구에 있는 보쌈ㆍ족발 전문점(개성할머니보쌈 www.jfood.co.kr)은 이북식 보쌈 맛으로 인근의 이름난 체인 보쌈집을 제친 지 오래되었다. 비결은 남쪽의 김치보다 굴, 새우 따위 해물을 풍부하게 넣고, 조금 덜 달게 만들어 맛이 담백한 개성식 김치. 고기도 90kg짜리 돼지에서 2.4kg밖에 안 나오는 사태와 질 좋은 삼겹살을 사용해 육질이 부드럽고 쫀득쫀득하다. 보쌈, 족발, 훈제 오리, 인삼강정, 김치보쌈, 배추보쌈, 장어 등이 고급 구절판에 담겨 나오는 ‘개성 스페셜’은 가격이 5만~6만 원대로 고가이지만 제일 잘 나가는 식단 중 하나다. 지난해 9월 대구의 수성동에 매장을 연 노선경씨(27)는 “인근에 대형 체인 보쌈집이 있어 처음에는 걱정스러웠지만 그만큼 음식에 더 신경을 썼다. 내 가족에게 먹인다는 생각으로 질 좋은 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것이 고객들에게 전달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노씨가 100평짜리 매장에서 올리는 하루 매출액은 2백만원, 한 달 순수익은 1천8백만원 정도 된다.

매장에서 쓰레기통을 없앤 까닭

서비스를 차별화하는 것도 전략이다. 작년 6월 경기도에 숯불 돼지갈비 전문점(스카이돈 www.skydon.co.kr)을 개점한 김승일씨(34). 돼지고기는 특별히 유행을 타지 않는 데다 고객 수요층도 넓기 때문에 창업을 했지만 창업 후 막상 주변을 둘러보니 경쟁 점포가 너무 많았다. 이웃 점포에 가서 돼지고기를 먹어보기도 했지만 전씨가 느끼기에도 맛이 비슷비슷했다. 초기 3개월간 매출이 하루 100만원에 불과하자 고심하던 전씨는 홍보와 고객 서비스에 주력하기로 했다.

직원 세 명과 함께 본사에서 7일간 서비스 교육을 다시 받고 서비스가 좋기로 유명한 패밀리 레스토랑을 방문해 접객 서비스를 유심히 살폈다. 고객이 오면 큰 소리로 일어나 인사를 했고 약 10분 간격으로 불판을 교체하는 ‘주문 전 서비스’ 시스템을 운영했다. 또 고객이 나갈 때는 문을 열어주고, 보이지 않을 때까지 고객을 배웅하는 ‘only smile service’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초기 3개월간 하루 100만원에 불과하던 매출액은 전씨가 홍보와 서비스에 신경쓰면서 월 20%씩 늘어 개점 9개월째인 현재 3백만원에 달한다.

깨끗한 환경도 중요하다. 서울 올림픽공원 인근에서 화로구이 전문점(벌말화로촌 www.foodfarm.co.kr)을 운영하는 박두만씨(35)는 매장의 청결을 철저히 관리한다. 주 메뉴인 갈매기살은 손질하기가 까다롭고 절차도 복잡하기 때문. 옷에 밴 특유의 냄새를 없애기 위해 박씨는 입구에 냄새제거용 공기 정화기를 설치했다. 늘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 주방은 하루 두 번, 매장은 하루 세 번 청소를 기본으로 하고 매장에 쓰레기통을 두지 않았다. 보통 음식점에는 상 밑에 휴지통이 있지만 이곳에서는 종업원들이 일일이 손으로 고객의 휴지를 받고 있다.

새로운 트렌드를 만드는 것은 더더욱 효과적이다. 떡피와 함께 싸먹는 삼겹살로 유명한 떡쌈시대(www.ttokssam.co.kr)는 줄서서 먹는 점포로 여러 차례 전파를 탔다. 길에 널린 것이 삼겹살집이라는데 줄을 서서까지 기다리는 이유는 고객들이 다른 가치를 발견한 대표적인 사례. 삼겹살을 떡에 싸서 소스에 찍어 먹는 아이디어는 여성 고객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연일 성황을 이루고 있다. 쑥떡쌈, 단호박떡쌈, 코코넛 떡쌈 등 종류가 다양한 떡쌈을 손님 상에서 떨어지기 전에 종업원들이 미리미리 채워주어 푸짐한 느낌까지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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