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딴마음 가지렵니까
  • 김은남 기자 (ken@sisapress.com)
  • 승인 2006.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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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감성 호소·해외 연수 등 신입사원 이탈 막기 ‘구슬땀’

 
잡초형 인재를 뽑는 기업들이 기원하는 것은 한결같다. “제발 다른 데 갈 생각 말고, 튼튼하게 자라다오.”

그도 그럴 것이 사람 하나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은 장난이 아니다. 코리아리크루트에 따르면 신입사원 1인당 평균 교육비는 1백57만원에 이른다. 이렇게 교육시킨 신입사원이 다른 데로 훌쩍 떠나버릴 경우 기업이 치러야 할 비용은 대체 인력 탐색 비용, 업무 차질에 따른 기회비용 따위를 합쳐 해당 인력의 1년치 연봉 수준에 달한다는 것이 최근 조사 결과이다. 

때문에 기업들은 애써 잡은 인력을 놓치지 않으려 각종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 2월 인크루트가 대기업·중소기업·벤처기업 3백62개사를 상대로 벌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입사원 이탈 방지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는 기업은 전체의 56.4%에 달했다. 이 프로그램을 실시한 뒤 이직률이 줄었다는 기업은 전체의 61.4%였다.  

이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의 경우는 중복 합격(29.0%)으로 인해 퇴사를 결심했다는 신입사원이 가장 많았다. 따라서 중복 합격한 다른 회사로 가기 전에 마음을 붙들어매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 SK네트웍스는 문자 메시지를 1백20% 활용하고 있다. 곧 최종 합격 여부를 알릴 때만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이전 필기·면접 시험 때부터 “응시해 주셔서 고맙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빠짐없이 보내 기업 호감도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감성을 파고드는 것도 주요한 전략이다. 독특한 것은, 신입사원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의 마음까지 사로잡으려는 한국적 구애 전략이 상당한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은행은 최종 합격자 발표가 있기 몇 시간 전 합격자 집에 황영기 행장 명의로 미리 축하 꽃다발과 편지를 보내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인재를 우리 회사에 보내 주어 감사하다”는 편지를 읽고 감동한 부모들은 즉석 답장을 보내기도 한다.

신입사원에게 허드렛일 시키지 않아

입사 여부가 확정되기 전에 해외 연수를 보내는 기업도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재계 서열 20위권 안으로 급부상한 STX는 지난해부터 합격자 발표 직후 “입사하지 않기로 결정해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라는 전제 아래 합격자 전원에 대해 8박9일 중국 연수를 실시했다.

이 회사는 또 연수 성적 우수자에 대해 1년치 연봉의 10%가량을 얹어주는 ‘사이닝 보너스’ 제도도 실시했다. 이를 실시한 뒤 이 회사의 신입사원 이직률은 22.7%(2004년)에서 10% 수준으로 감소했다.

최고 경영자가 직접 나서 신입사원을 챙기는 것 또한 효과가 크다. 2004년 두산그룹 박용오 전 회장이 신입사원 최종 합격자 4백여 명을 특급 호텔에 초청해 이들에게 일일이 두산 배지를 달아주는 깜짝 이벤트를 벌인 이래 최고 경영자와 신입사원 간의 간담회는 익숙한 풍속도로 자리잡고 있다.

KT 남중수 사장은 면접 과정부터 직접 참여한다. 이로써 인재를 중시하는 기업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중복 합격에 이어 대기업 신입사원이 이직을 결심하는 두 번째 이유는 직무 불만족(22.6%)으로 나타났다. 회사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해도 직무에 만족하지 못하면 딴 생각을 하게 되는 만큼 기업들은 신입사원 연수부터 직무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조직과 업무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게끔 선배 사원(멘토)이 후배 사원(멘티)을 이끌어 주는 멘토링 제도는 신입사원 이탈 방지 프로그램 중에서도 효과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그래프 참조).

요즘은 신입사원에게 허드렛일도 시키지 않는다. 입사 후 1년간 복사 심부름만 했다는 선배 사원의 푸념은 이제 전설일 뿐이다. “신입사원 연수 교육이 끝나자마자 업무를 주고 있다. 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빨리 발휘할 수 있게끔 기회를 주는 것이 신입사원을 조직에 안착시키는 지름길이다”라고 두산그룹 인사팀 오영선 차장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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