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흘러온 대하소설 <한강>
  • 고제규 기자 (unjusa@sisapress.com)
  • 승인 2006.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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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오늘] <시사저널>, 소설가 조정래씨 취재 여행 동행…현대사 시리즈 3부 ‘씨앗’ 채취

소설가 조정래씨가 다시 글 감옥에 갇혔다.  <실천문학> 봄 호에 장편 ‘인간 연습’을 발표했다. 전향 장기수의 삶을 다룬 ‘인간 연습’은 그가 추구해온 분단 문학의 결말이다. 그렇다고 <태백산맥> <아리랑> 등 전작 대하소설처럼 오랫동안 글 감옥에 갇히는 장기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 연습’은 한 권으로 엮이는, 그의 소설 치고는 ‘단편급’에 해당한다.

10년 전 이맘때 조정래씨는 베트남 땅을 밟았다. 새 대하소설을 집필하기 위한 취재 여행이었다. 아리랑을 탈고한 지 6개월 만에 취재 여행에 나선 조씨를 <시사저널>이 동행 취재했다.

 
조정래씨가 첫 취재 여행지로 베트남을 택한 것은 ‘80년대’를 잉태한 현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그가 구상했던 대하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한국전쟁부터 1980년 광주까지 이어지는 현대사 부분이었다.

조씨가 보기에 현대사 재인식의 중요한 전기는 베트남 전쟁이었다. 베트남은 미국의 요구에 의해 참전한 ‘떳떳하지 못한 전쟁’의 현장이었고, 또 한편으로 한국의 산업화를 가속화한 ‘월남 특수’의 현장이었다. 10년 전 조씨가 호치민시를 찾았을 때 ‘라이 따이한’, ‘고엽제’ 등 어두운 그림자는 삼성·대우·포철·코오롱 등 한국 기업들의 광고판이 내뿜는 네온사인에 가려 있었다. 그가 베트남 여행을 끝내며 한 말은 이랬다. “승전가를 부르고 있는 자본주의의 역기능을 극복하고 인간다운 삶을 이끌어가는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제시하기 위해 새 소설을 쓰는 것이다.”

그 후 6년 동안 글 감옥에 갇혀 쓴 대하소설이 바로 2002년에 완간된 <한강>이다. 그는 유서를 옆에 두고, 하루 평균 35장씩 원고지에 써내려갔다.

<태백산맥>(10권) 집필을 시작으로 <아리랑>(12권), <한강>(10권)까지 20여 년에 걸친 현대사 3부작이 완성되었다. 3부작 대하소설은 원고지로 치면 1만5천 장 분량이고, 원고지를 쌓으면 높이만 550cm에 달한다. 지난해 그의 3부작 대하소설은 1천만 부 판매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72세까지 펜을 놓지 않겠다는 조정래씨(64)는 앞으로 원고지 5백~6백 장 분량의 소설만 쓸 계획이다. 대하소설은 후배 소설가들의 몫으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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