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기무사에서 실무 엘리트 4인방으로 꼽힐만큼 능력을 인정받던 구씨가 기무사로부터 해임 통보를 받은 때는 2000년 6월.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였는데 기무사 역사상 징계를 이유로 요원을 해직 조처한 첫 사례였다. 구씨가 가혹하다며 소청심사를 요구하자 정직 1개월로 경감되었지만 이후에도 구씨에게는 사직 압력이 계속되었다. 견디지 못한 구씨는 공무원법상 사직 구비 요건에 어긋나도록 사직서를 내는 방식으로 저항했다. 하지만 결국 구씨는 기무사에서 쫓겨났고, 법원을 찾았다. 그러자 기무사측은 구씨의 자필 사직서라며 서류 두 장을 법정에 제출했다. 문제는 동일본을 복사했다는 이 사직서의 내용과 필체에서 육안으로도 식별이 가능한 차이가 발견되면서 생겼다.
구씨는 자기가 자필 사직서를 낸 적이 없다며 위조라고 주장했고 기무사측에서는 사직서를 복사하는 과정에서 일부가 복사되지 않아 흐릿하게 나온 것일 뿐 외형상 차이가 없다고 맞섰다. 앞으로 재판부가 정밀 문서 감정을 통해 양측 주장의 진위를 가려내야겠지만 구씨는 이 소송으로 기록을 세우게 되었다. 전·현직을 통틀어 기무사를 상대로 요원이 제기한 소송은 기무사 50년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4천여 기무사 요원들은 이 소송 건을 음지에서 일하는 자신들의 권리를 확인해줄 시험대로 여기는 탓인지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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