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한 언론의 거짓과 무책임
  • 신광영(중앙대 교수·사회학) ()
  • 승인 2006.03.27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론]

 
 황우석 교수는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체세포 복제 위조 논문 건으로 서울대학교에서 면직되었다. 가장 투명하고 정직해야 할 과학계에서 사진 조작으로 체세포 복제에 성공한 것처럼 꾸며 논문을 작성함으로써 잠시 세계 학계를 놀라게 하고 허명을 얻는 데 성공하였다. 그러나 소장 학자들에 의해서 체세포 복제 연구 결과가 거짓이라고 지적되면서, 결국 황우석 교수는 교수 직도 박탈당했다.
 
 황우석 교수 사건을 보면서 느낀 점은 적어도 자연과학계는 적어도 자체 검증 과정을 가지고 있어서 궁극적으로 거짓과 허위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사소한 오류도 집단적인 검증을 통하여 지적되기 때문에, 왜곡이 통하지 않는다. 이러한 학문 공동체의 역할이 학계의 권위와 신뢰를 만들어 준다. 

  이와는 달리 언론 매체에 언급되는 정보의 신뢰성에 대해서는 아무도 책임을 묻지 않고 책임을 지지도 않는다. 매일같이 언론 매체에서 전달되는 정보를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정파적 입장에서 혹은 이데올로기적 입장에서 검증이 안 된 혹은 의도적으로 왜곡된 정보들이 매체를 통해 독자에게 전달되고 있다. 만약 황우석 교수의 연구 결과와 같이 철저하게 진위를 따진다면, 아마도 상당 부분의 기사들이 문제가 되어 정보 제공자나 기사를 작성한 기자들이 면직을 당하거나 형사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기사로 전달되는 정보에 대해서 독자들도 언론사들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이제 한국 신문들은 그야말로 허위와 날조에 가까운 정보까지 쏟아내고 있다. 신문의 기사들은 지나치게 정치화해 이제 진실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어졌다.

  최근 사회 양극화를 둘러싼 언론 매체들의 보도가 대표적으로 그러한 예를 보여준다. 동아일보는 신용평가 기관 무디스 부사장인 토머스 번의 권위를 빌려 한국의 사회 양극화가 프랑스나 캐나다보다 심하지 않다고 보도하면서, 연초부터 사회 양극화를 문제로 제기한 정부를 비판하였다. 마치 한국의 사회 양극화가 심하지도 않은데, 노무현 정부가 이념적으로 편향되어 사회 양극화를 부풀려 사회문제로 제기하는 것처럼 보도했다.

엉터리 통계에 기초한 엉터리 발언을 진실인 양 보도

  한마디로 이것은 틀렸다. OECD 국가들의 소득 불평등을 연구한 최근의 모든 연구 결과들은 한국의 소득 불평등 정도가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주고 있다. 2000년 지니계수로 측정한 불평등 지수가 한국의 경우 0.358를 넘는 수준이었고, 프랑스는 0.273, 캐나다는 0.301이었다. 스웨덴 0.243, 덴마크 0.225, 독일 0.277 등과 비교하여 한국의 소득 불평등은 대단히 높은 편이다. 한국의 소득 불평등 지니계수가 1996년 0.295까지 낮아졌다가, 경제위기 이후 급격히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한국의 소득 불평등이 미국의 소득 불평등보다 낮지도 않다. 미국의 지니계수는 0.357로 한국과 거의 같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흑백 차별이 심하고, 도심 내에 대규모 흑인 슬럼가가 형성되어 있어서 부익부 빈익빈이 극단적인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 불평등 정도는 대단히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빈곤층의 비율도 17%로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고, 유럽보다 두세 배 높은 수준이다.

  무디스의 토머스 번 부사장이 정말로 이러한 발언을 했다면, 한마디로 무디스 사는 신용평가 기관으로서 자격이 없다. 그 정도로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발언을 했다면, 무디스의 평가는 정말로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은행 자료를 거론하고 있으나, 세계은행이 사용한 자료는 비교가 불가능한 소득 자료에 기초하고 있다. 소득 불평등은 조세 전과 조세 후가 완전히 다르고, 전국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가, 도시 가계만을 대상으로 하는가, 아니면 1인 가구를 제외한 도시 근로자 가계만을 대상으로 하는가에 따라 각기 다른 결과가 도출된다. 그러므로 국제적으로 비교 가능한 소득 불평등 분석은 세계은행이 아니라 룩셈부르크 소득 연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몰랐다면, 무디스는 정말로 무능한 신용평가 기관인 셈이다. 또한 이러한 통계에는 한국적 특수성이라고 볼 수 있는 부동산 투기로 인한 자산 불평등은 전혀 고려조차 되지 않았다.

  놀라운 사실은 무디스의 권위를 빌리든 신문사의 권위를 빌리든, 거짓 정보와 거짓 지식에 대해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거짓이 정말로 무지(식)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왜곡시킨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다면 분명한 것은 잘못된 정보와 지식을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반성하거나 미안해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언론사들이 보여주는 무지와 무책임은 대중 선동가의 덕목이지, 책임 있는 언론의 덕목은 아니다. 한국 사회가 선진화하기 위해서 정말로 필요한 것은 언론의 자기 반성과 개혁이다. 언론의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
 

약력: 이번 호부터 <시사저널> 시론 필자로 참여하는 중앙대 사회학과 신광영 교수(52)는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학(매디슨 캠퍼스)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국제사회학회 운영위원, <경제와 사회> 편집위원장을 맡았고, 현재 액타 소셜로지카(Acta Sociologica) 편집자문위원,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 편집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