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싸인 ‘황우석 신용카드’
  • 신호철 기자 (eco@sisapress.com)
  • 승인 2006.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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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에게 주고, 고급 술집 가라 했다” 소문…의심받는 언론인들 “소송 검토 중”

 

서울대 수의대 연구실에 과연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가 존재했었나를 두고 검찰이 넉 달째 수사 중이지만 발표는 미루어지고 있다. 한데 최근 언론계에서는 줄기세포 못지않게 그 존재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이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황우석 카드’다.

황우석 카드란, 황박사가 출입 기자들을 비롯한 주변 친한 사람들에게 공짜로 뿌렸다는 로비용 신용카드를 뜻한다. 카드 이야기가 처음 불거진 것은 올해 1월이다. 지난 몇 년간 ‘황우석 장학생’들이 공짜 신용카드를 받아 술집에서 놀았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고 급기야 한 방송사가 취재에 나선 것이다. 만약 소문이 사실이라면 단순히 취재 윤리 위반을 넘어서 범죄 수준으로 비화할 수 있는 충격적인 내용이다. 하지만 끝내 그 실체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동안 잠잠했던 황우석 카드 논란에 다시 불을 지핀 것은 최근 출간된 저서 <황우석의 나라>(<시사저널> 858호 참조)다. 전직 동아일보 과학 담당 기자였던 이성주씨가 쓴 이 책은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을 둘러싸고 언론계가 범했던 과오를 지적하며 반성을 촉구하고 있다. 이 책 후반부에 “황교수는 일부 언론인에게 신용카드를 주고 언제든지 고급 술집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라고 짤막하게 언급한 부분이 나온다. 이 사례를 저자에게 전해준 언론계 인사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황우석 카드’ 사용이 불발에 그친 사례 하나는 부연 설명했다. 한 신문사 논설위원들이 황교수와 함께 저녁을 먹었는데, 황교수가 ‘급히 갈 데가 있다’고 자리를 뜨면서 동석자들에게 ‘고급 술집에 가서 기분 좀 풀라’며 신용카드를 주었다는 내용이다. 동석자들은 ‘이러는 법은 아니다’라며 카드 수령을 거절했다고 한다. 

매출 전표 확인 안 하면 미스터리로 남을 듯

해당 신문사는 동아일보다. 동아일보 대변인 역을 맡은 관계자는 “사실 관계가 틀렸다. 동석자들은 논설위원이 아니라 그냥 기자였고, 황박사가 신용카드를 준 게 아니라 ‘술이나 마시러 가자’고 제안한 것을 거절했을 뿐이다. 카드를 꺼내고 말고 할 상황이 아니었다”라고 답했다. 당시 참석자가 논설위원이 아니라 기자였다는 반론은 저자도 수용하고 있다.

<시사저널>은 황우석 카드 존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몇 년간 황우석 박사를 취재했던 출입 기자들과 접촉해 보았다. 황우석 주변 기자들 가운데 과학기술부 출입 기자 1진과 신문사 의학 전문 기자들이 최전선에 있다. 이 중에는 흔히 ‘황우석 장학생’이라고 불리며 카드 수령자라는 의심을 받는 기자도 있고, 황 교수와 ‘불가근불가원’하며 중립을 지켰던 기자도 있다.
평소 황박사를 ‘형님’이라고 부르며 친밀함을 보였던 방송사 한 기자는 “만약 황박사가 로비를 하려 했다면 제일 먼저 나에게 했을 텐데, 전혀 그런 향응을 받아본 적이 없다. 신용카드는 사용 기록이 남는데 어떻게 받겠는가. 나는 새가슴이라서 못 한다”라고 말했다. 신문사 한 기자는 “황우석 장학생이란 말은 황 교수와 접근성이 떨어지는 다른 기자들이 잘 몰라서 부르는 말이다. 신용카드 소문은 논문 조작 의혹이 불거진 이후에야 들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자는 “황우석 교수가 언론플레이에 능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공짜 신용카드는 금시초문이다. 기자들이 황교수에게 넘어갔던 것은 주로 그의 언변과 확신에 찬 태도 때문이었다”라고 말했다.
여러 정황을 종합해보면 설사 황우석 카드가 존재했다 하더라도 공공연히 ‘뿌리고 다니는’ 수준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카드 매출 전표를 확인해 보지 않는 한 황우석 카드 존재 여부는 미스터리로 남을 수밖에 없다. 어쩌면 법정에서 가려질지도 모른다. 동아일보측은 “<황우석의 나라> 내용 중에 왜곡된 부분이 수십 곳이 넘는다. 소송을 검토 중이다”라고 밝혔다. 황우석 장학생으로 간접 지목된 한 기자도 “회사 차원의 소송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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