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남자' 위에 '강의 여자'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6.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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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금실 ‘최고 도우미’는 여성계…정치·법조·문화계 인맥도 ‘탄탄’

 
서울시장 출마 선언이 있기까지,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은 오랜 기간 뜸을 들였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티저 광고’니 ‘신비주의 마케팅’이니,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이런 설명은 맞지 않은 점이 있다. 티저 광고는 제품에 대한 정보가 전혀 알려지지 않아야 효과를 볼 수 있고 ‘신비주의 마케팅’ 또한 이미 법무부장관으로 공인 생활을 한 강 전 장관에게는 해당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출마 선언 지연에 대해, 열린우리당이 강 전 장관에게 정치적 흠집이 나지 않도록 하느라 최대한 늦추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하루가 다급한 선거 운동 기간을 막연히 늦추는 것은 득보다 실이 더 클 수도 있다. 발표 지연을 단순한 뜸 들이기로 보는 것은 기존 정치의 문법에 따른 해석이다. 강 전 장관은 기자들의 불만을 사면서까지 왜 발표를 그토록 늦추었던 것일까?

그 답은 강 전 장관의 말에서 찾을 수 있다.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그가 선문답처럼 내놓은 답은 “과연 내가 서울시장 자격이 있을까, 과연 내 방식대로 선거를 치를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 중이다”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앞의 질문에 대한 강 전 장관의 고민은 사실상 3월 중순에 이미 끝이 났다. 발표가 늦추어진 것은 뒤의 질문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강금실 방식으로 선거를 치르기 위해 늦어진 것이었다.

 
자신의 방식으로 선거를 치르기 위해 강 전 장관이 가장 심혈을 기울인 작업은 바로 사람을 뽑는 일이다. 강 전 장관은 “본격적인 선거전에 이르면 내가 직접 할 수 있는 일이 적다. 사람이라도 나와 맞는 사람을 뽑아 놓자는 생각에 관심을 쏟고 있다”라고 말했다. 선거 캠프는 크게 정계·법조계·여성계·문화계 인물과 전문가군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실무자급까지 직접 인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금실 캠프에 들어가기 위해 가장 안달이 난 사람들은 바로 정치인들이다. 그러나 ‘강금실 고시’라는 말이 나올 만큼, 선택되는 인물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무리해서 세를 넓히지 않고 자신과 코드가 맞는 인물을 고른다는 점에서 강 전장관의 인사 스타일은 노무현 대통령의 ‘뺄셈정치’를 닮아 있다. 강금실식 정치는 선거 캠프를 꾸리는 것에서부터 이미 시작된 것이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강금실 고시에 합격한 정치인은 김영춘 의원과 민병두 의원이다. 강 전 장관이 고심 끝에 발탁한 두 의원은 각각 조직과 기획을 맡아 그를 보좌하게 된다. 전남편 김태경씨와 ‘오늘의 책’을 함께 운영한 인연으로 강 전 장관을 ‘형수’라 부르는 김부겸 의원이나 현 서울시당위원장인 유인태 의원은 본격적인 선거전 이후에 역할이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 언론에 언급되었던 최 민씨에 대해서 강변호사는 부인했다.

조직은 김영춘, 기획은 민병두 의원이 맡아

김영춘 의원은 여러 면에서 무난한 선택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한나라당 출신인 김영춘 의원은 열린우리당 색깔을 탈색시키기에 유리하고 지난 전당대회에서 노대통령과 각을 세웠던 터라 노무현 정부가 서울시에 던진 행정수도 이전 문제와 8·31 부동산 대책에 대해서 운신의 폭이 조금은 넓어지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서울시당위원장을 한 김의원은 조직력을 발휘하는 데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김의원이 이명박 서울시장 캠프 에서도 활약했다는 점이다. 김의원 주변에는 이 시장 캠프에서 함께 일한 뒤 한나라당을 탈당할 때 함께 온 실무진이 많다. 강 전 장관은 김민석식의 네거티브 캠페인은 지양하고 포지티브 캠페인을 펼칠 예정이기 때문에 이시장의 방식과 유사할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 서울시당의 이태식 사무처장은 “이명박 시장에 대해서도 단순히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발전적으로 계승할 예정이다. 이 시장이 남긴 과제를 강 전 장관이 풀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의원과 함께 또 다른 한 축을 담당할 인물은 여당의 대표적인 기획통으로 통하는 민병두 의원이다. 현재 강금실 전 장관의 선거 캠프는 광화문과 여의도로 분리되어 있다. 당의 지원 업무를 담당할 여의도 캠프를 김의원이 이끈다면 민의원은 광화문 캠프에서 기획과 정책을 총괄할 것으로 보인다. 김의원이 하드웨어를 맡고 민의원이 소프트웨어를 맡는 셈이다. 

선거 캠프의 기본 전략은 강금실표 선거를 치르는 것이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고급 요리일수록 원재료의 맛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관건이다. 국민이 맛보았던 강 전 장관의 매력을 최대한 복원하는 것이 기본 전략이다”라고 말했다. 이슈 메이커인 강 전 장관이 직접 화제를 만들어내게 한다는 것이다.  

투톱 체계가 갖추어진 가운데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이계안 의원의 행보가 관심을 끈다. 강 전 장관과 이의원의 경선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당에서는 경선 과정에서 강 전 장관이 흠집 나지 않게 하기 위해, 경선 이후의 이의원을 배려하는 것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선 이후 이의원에게 선대본부장에 해당하는 역할을 맡기는 ‘빅딜’을 하자는 것이다.

 
이런 빅딜설에 대해 이 의원은 “빅딜은 급이 맞아야 하는 것 아니냐? 난 그냥 몸무게를 한 번 비교해보자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강금실 전 장관에게 부족한 경제 분야를 채워줄 경우 효과가 배가될 수 있어 이 카드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영춘 의원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카드다”라고 말했다.

정치권 인물만큼 관심을 모으는 집단은 변호사들이다. 강 전 장관이 데려올 변호사들의 폭이 어느 정도일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강 전 장관이 참여했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연합과 우리법연구회, 그리고 강 전 장관이 대표로 있었던 법무법인 지평 출신 변호사 등이 도와줄 수 있는 인물군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지평의 경우, 정치적 중립을 표방하고 있어 전면적으로 돕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강 전 장관은 “대표가 선거에 나온 것도 큰 부담이다. 더 큰 짐을 지우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지평 출신이 아닌 조광희 변호사가 강 전 장관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있다.

 
정책을 담당할 전문가군은 한창 구성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 전,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정치 개혁 연구위원으로 참여했던 정상호 교수 등이 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교수는 “시정 비전·경제·여성·교육·문화로 나뉘어서 구성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경제계 인물은 강 전 장관이 직접 인선하고 있다. 강 전 장관은 “변호사로서 내 전문 분야는 경제였다. 경제인들과도 많은 교분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많이 도와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선거 캠프에서 선거전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가장 큰 역할을 할 곳으로 꼽는 곳은 바로 여성계다. 정계·법조계와 함께 여성계는 강 전 장관을 보좌할 제3의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법무부장관 시절 강 전 장관은 여성신문 주최로 ‘여성계와의 대화’를 가졌다. 이때 인연을 맺었던 여성계 인물들이 돕고 있는데, 중심 인물로는 김효선 여성신문 사장이 꼽힌다.

경기여고 동창들을 주목하라

 
경기여고 동창들도 주목해야 할 인물들이다. 강 전 장관은 김영란 대법관·조배숙 의원과 경기여고 63회 동기다. 이외에 인제대학교 백병원 백수경 재단본부장과 무용가 김경란씨가 동기인데, 이들을 중심으로 활발한 지원 활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여고 동창회의 정치적 영향력이 발휘되는 첫 선거가 되리라는 예측도 나온다.

강 전 장관과 관련된 여성계 인물 중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사람은 바로 웅진 최정순 상무다. 오랫동안 여성계 조직 업무를 관리하며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최상무는 강 전 장관과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민청련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후 병원에 입원한 최씨의 남편을 병문안 갔던 강 전 장관은 이들 부부가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는 것을 보고 결혼 반지를 빼주고 갔다.

최상무를 중심으로 이화여대민주동우회 회원들이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최씨는 “여성계는 강 전 장관의 여성 관련 공약이나 육아·교육 문제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화여대민주동우회에는 김근태 최고위원의 부인 인재근씨도 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성부장관 출신인 지은희 덕성여대 총장도 적극적으로 도울 것으로 예상된다.

 
여성계와 함께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꼽는 곳은 문화계다. 직접 인간문화재 보유자를 찾아가 전통무용을 전수받을 정도로 강 전 장관은 문화에 관심이 많다. ‘비정치적인 것을 통해 정치의 본질을 바꾼다’는 이번 선거전의 중심 코드도 바로 문화다. 강 전 장관의 문화 프로젝트는 오랜 인연을 맺고 있는 시인 김정환씨가 지휘하고 있다. 강 전 장관으로부터 ‘선거 디자이너’ 역할을 부여받은 그는 ‘봄맞이 대축제, 서울시장 선거’의 예술총감독이 될 예정이다.

특별한 인맥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인연을 맺어가는 스타일의 강 전 장관은 문화예술인과도 오랜 인연을 맺어왔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김정환 시인이 주관하는 술 모임이다. 화가 이 현씨 작업실에서 주로 열리는 이 모임에서 강 전 장관은 소설가 고종석씨, 김진석 교수, 시인 황인숙씨 등과 어울렸다. 이들은 기존 정치에 대한 성찰적 선거를 하겠다는 강 전 장관에게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다.

술 모임 멤버 중 강 전 장관이 ‘옥탑방 시인’이라고 부르는 황인숙 시인은 출마 결심을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강 장관은 “인숙이는 나보다 돈은 적게 벌지만 행복지수는 훨씬 높다. 내 삶이 모형이다”라고 말했다. 시인에게서 영감을 받고 정치에 뛰어든 강 전 장관이 어떤 선거를 치를지는 4월5일 출마 선언에서 그 단초를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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