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를 봄맞이 대축제로 만들고 싶다”
  • 이숙이 기자 (sookyiya@sisapress.com)
  • 승인 2006.04.03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결심한 이후 처음으로 인터뷰에 응한 강금실 전 장관은 “기존 정치와 다른 정치를 원하는 국민의 기대에 맞게 선거를 치르겠다”라고 말했다.

 
강금실 전 장관의 서울시장 출마 선언이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던 5·31 지방선거에서 흥미진진한 변수로 등장했다. 4월5일 출마 선언을 앞두고 마무리 구상에 한창인 강 전 장관을 3월31일 만났다. 이 자리에는 법무법인 <한결> 출신의 조광희 변호사가 ‘도우미’로 나왔다. 출마를 결심한 후 강 전장관이 언론 인터뷰에 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장에 출마하려면 ‘마음을 내야 한다’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다. 이제 마음을 내기로 한 것인가?
그렇다. 그동안 현실 정치에 들어간다는 부담이 컸는데 지금은 생각이 좀 다르다. 나 나름대로 정치에 대해 생각했던 부분을 현실 정치 영역에서 보여주고 싶다는 의지가 있다.

출마를 결심한 배경은 무엇인가?
법무부장관 시절 현실 정치를 안 하겠다고 했던 이유는 두 가지였다. 우선 그때는 총선 출마 압력이 컸는데, 검찰 개혁이라는 큰 과제를 맡고 있었고 그것을 완수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공직을 선택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서 불출마 의지를 분명히 드러낼 필요가 있었다. 또 하나는 국민이 가지고 있는 정치에 대한 불신이 굉장히 깊다는 점이었다. 다들 정치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정치를 가장 낙후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고, 나 역시 현실 정치를 바꾸기는 어렵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넓은 의미의 정치 활동만 계속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선택할 기회가 와서 깊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넓은 의미의 정치 활동은 계속한다고 하면서 서울시장 출마는 안 하겠다고 한다면, “그 이유는 뭐냐?”는 질문에 답이 안 나오더라. 그래서 굉장히 위험하고 어려운 실험이지만, 결단을 내리고 선거를 치러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결심을 굳힌 게 언제인가?
3월 중순부터다. 그 전에도 많은 선배들의 조언을 받고 선거 전문가나 정치인의 의견도 들었지만 결심이 서지 않은 상황이라 머리만 복잡했다. 후배가 서울시정 자료를 구해다 주며 읽어보라고 하는데도 읽혀지지 않았다. 그런데 주변 선배들이 ‘도대체 하겠다는 것이냐 말겠다는 것이냐. 입장을 분명히 해라’ 하면서 ‘할 거면 그렇게 아마추어적으로 결정하지 말고, 정치나 선거에 대해 분명한 철학이 있는지 전문적으로 접근해본 다음에 결론을 내리라’고 야단을 치더라. 그래서 본격적으로 시정 전문가들과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의외로 시정이 재미있더라(웃음). 우리 일상을 바꿔나가는, 우리 삶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정치가 바로 지방자치이고 시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면서 나 자신도 그동안 너무 국가 권력 중심의 거대 담론에만 매달려 왔던 것 아닌가 반성하게 되었다.

예를 든다면?
이를테면 어린이 도서관 운동 같은 것도 있고…. 사람들이 원하는 건 저녁 먹고 편한 옷차림으로 슬리퍼 신고 슬슬 걸어가는 곳에 도서관이 있고, 문화를 즐길 만한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런 소박한 소망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게 있긴 있어도 잘 안 된다. 왜냐? 내용이 없어서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된 정치나 행정이 아니라 ‘만들어줄 테니 하세요’ 하는 식이라 시민의 욕구와 정치 행정이 늘 겉돈다. 그런데 그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연구한 게 많이 쌓여 있었다. 그걸 보고 ‘아! 이렇게 서울이 아름답게 바뀌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구나’ 하며 놀랐다. 이명박 시장이 참 잘하신 게 걷게 해준 것이다. 걷고 자전거도 타야 나의 도시 같은 느낌이 들지 않겠나.

다소 추상적이다. 시민들은 강금실 시장이 되면 뭐가 바뀔까 궁금할 것 같다.  
제일 중요한 것은 서울시의 규모에 맞는 ‘차원’을 설정하는 것이다. 서울이 규모로는 세계 10위쯤 되는데, 국제 사회에서 그만한 평가를 받을 만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가? 그만큼 열려 있는가? 하고 물으면 회의적이다. 앞으로 그 기준에 맞게 도시를 끌어올리다 보면 그 과정에서 사람들의 삶이 열리고 재편되면서 아주 창의적인 일자리도 엄청나게 많이 생길 수 있다. 요즘은 문화와 환경이 경제와 분리된 영역이 아니라 문화와 환경을 바꿔나가면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그 속에서 우리 삶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그런 컨셉트가 필요하다.

 
가장 결정적으로 출마에 영향을 준 사람을 꼽는다면 ?
황인숙(시인)이라거나, 여기 조광희 변호사처럼 내가 가장 가깝게, 정신적으로 교감하고 의지하는 분들의 권유가 많았던 게 결정적이었다. 내가 정신적으로 떠받들고 사는 황인숙은 너무 적극적이다. 눈을 내리 깔고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해!” “네가 하면 좋을 것 같아”라고 하더니, 어제는 “할 거면 적극적으로 나가라. 아름다운 패배니 이런 얘기 하지 말고, 나가면 무조건 이겨야지”라고까지 하더라. 왠지 그림이 된다는 시인적 직감이 있는 모양이다(웃음).

열린우리당에 입당하는가? 이광재 의원은 ‘입당을 안 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
한나라당으로 나갈 수는 없잖은가? 무소속으로 나갈 생각도 없고(웃음).

열린우리당 후보로 나서도 당과는 최대한 분리해서 선거를 치르려 한다는 얘기가 있다.
기존의 분석 방법이라고 보는데 내가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강금실 다움’을 고민하다 보니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 국민이 내게 지지를 보내고 있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면 그건 강금실 개인에 대한 지지라기보다는 뭔가 새로운 것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 정체는 바로 진실함과 정직함이라고 본다. 꾸미고, 목적을 위해 만들고, 마구 비방하고, 이런 것은 이제 지겹다. 솔직하고 겸손하고 진실하고 칭찬하는 정치를 원한다. 이런 것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내 방식을 그대로 보여주려는 것이다. 내 스타일을 고집한다는 것은 후보 개인의 철학이나 성격에 맞는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지, 그렇다고 정당과 따로 갈 수는 없다고 본다. 열린우리당에서 이런 나를 존중하고 양해하고 무던히 참고 기다려준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

출마 발표를 자꾸 늦추는 등 신비주의 전략을 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나는 사실 빨리 밝히고 싶었다. 그래야 도움도 받을 수 있고, 일도 빨리 진행되고, 차라리 어느 한쪽을 정해야 속이 편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에게는 3월20일을 전후해 ‘나 결심했다’고 많이 공개했다. 하지만 언론에 나설 수 없었던 이유는 ‘나 결심했어’라고 하는 순간 출마 선언이 되는데, ‘그럼 뭐가 준비됐는데?’라고 했을 때 어느 정도 갖추고 말씀을 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사실은 지금도 무척 빠른 것이다. 20여 일 만에 기획, 구상, 선거 컨셉트가 다 나오고 팀을 짜고 있다. 내 인생에 이렇게 빠른 속도는 한 번도 없었다. 사실 조금만 더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 그런데 4월5일 안 하면 몰매 맞을 것 같다(웃음).

강금실다움을 보여주는 선거란 어떤 방식인가?
출마를 반대하던 분들이 한 얘기가 “선거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데. 정치판은 인생의 축소판인데, 온갖 욕망이 다 튀어나와서 서로 음해하고. 심지어 같은 정당 사람들까지도 음해 공작을 하는데, 너 어쩌려고 하느냐”였다. 사실 나도 나를 다 노출하고 인신공격을 당할 일을 생각하면 엄두를 내기 어려웠다. 하지만 ‘희망’을 찾는 사람들 편에 서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그 정도 위험은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보름 정도 집중적으로 공부한 결과 아직까지는 내가 선택을 아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기본적으로 많이 유식해졌고, 좋은 분들 새로 만나서 너무 즐겁다(웃음). 선거 과정에서도 즐거운 잔치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 시민들이 자기가 세금 내서 월급 주고 일할 사람 뽑는, 나의 반장을 뽑는 선거니까. ‘누가 나왔지?’ 하며 관심도 가지고 즐길 수 있는 큰 축제가 되었으면 좋겠다. ‘봄맞이 대축제.’ 이게 나의 소망이다.

네거티브 캠페인은 안 한다는 얘긴가?
내가 이번 선거에서 해야 할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가 네거티브 안 하고 포지티브 캠페인만 하는 것이라고 본다. 나는 엄청 당할 것으로 보지만.

벌써 검증이 시작되었다. 강 전 장관이 대표 변호사를 지낸 법무법인 ‘지평’이 참여정부 들어 ‘대박 났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지평이 6년 됐는데, 일 열심히 해서 업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그리고 출범할 때부터 전관예우 안 받고 세금 100% 내는 공익 로펌, 윤리 경영을 표방했다. 6년 동안 열심히 일해서 차근차근 성과를 낸 것인데, 그 과정은 생략된 채 갑자기 사람을 많이 뽑고 사무실 넓혀 이사한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 하이트의 진로 인수 건을 지평이 수주한 것은, 사실 규모가 큰 M&A 건은 우리한테 차례가 잘 안 오는데, 당시 하이트가 경쟁 업체에 비해 규모가 작아서 로펌도 업계 10위권인 우리한테 기회가 오지 않았나 싶다. 그 기사  보고 지평 변호사들은 6년치 자료 다 공개하자고 했는데, 고객 보호 차원에서 일단 참자고 했다. 어차피 내가 후보 등록하고 재산 공개하면 지평이 1년에 얼마 버는지 다 나올 것이니 조급해하지 말라고 했다.

대표 변호사로 복귀하지 못하는 것인가?
정치에 발을 디뎠으니 안 하는 게 맞다. 우리 로펌은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는 것에 굉장히 엄격하다. 2002년 대선 때도 여러 정당에서 특보나 지지 요청이 많이 왔는데, 모두 거절했다. 따라서 대표가 선거에 나가면 당연히 퇴직 사유가 된다. 일반 변호사로의 복귀도 두고 보아야 할 것 같다.

강남 의상실에서 옷을 해 입고 선거용 포스터를 찍은 것은 맞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결국은 내 잘못이었다.  그날 여러 시험용 사진을 찍자면서 전문가들이 ‘부띠끄 옷이 잘 나온다’며 가지고 온 옷을 아무 생각 없이 입었던 것이 문제였다. 사진을 찍는다고 하면 어디에 낼 사진이며 어떤 의미의 사진을 찍는지 내 생각이 있어야 했다. 물론 사 입지는 않았는데,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을 해서 망한 것이다. 사진과 그 사진이 들어간 명함은 다 폐기했다. 예쁜 옷을 좋아하긴 하지만, 보통은 가격 중심으로 사서 입는다.

열린우리당의 낮은 지지율이 부담스럽지 않은가?
그런 선거 분석은 많이 들어서 나도 상당히 베테랑이 되었는데, 결심하고 난 다음에는 그런 데 별로 신경 안 쓴다. 다만 열린우리당 의원들이나 정치인들 만나보니 진짜 능력 있고 순수한 열정을 지닌 ‘청년’들이 많던데, 왜 국민들에게 잘 어필하지 못하고 있는지는 곰곰이 성찰해 봐야 한다. 

강 전 장관 지지도에도 거품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 친구 부인이 발레리나인데, 너무나 재미있는 표현을 하더라. ‘맥주의 거품을 봐라. 거품은 생기(生氣)다’라고. 이 질문 나오면 그 말을 쓰라고 하더라(웃음).

체력이나 목소리가 선거를 감당할 수 있을까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체력은 그렇게 신통치는 않은 것 같고, 목소리는 작긴 하지만, 상한 적은 없다. 조용조용 얘기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재판정에서도 내 목소리가 작으니까 재판장께서 오히려 더 귀를 기울이더라.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