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왕 등 극, 마음 먹기에 달렸다
  • 양정석 (일본 데일리스포츠 신문 객원기자) ()
  • 승인 2006.04.07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승엽, 중압감만 극복하면 ‘0순위 후보’…경쟁자는 우즈와 아라이

 
최고의 찬스다! ‘요미우리 4번’ 이승엽 선수(30)가 일본 프로야구의 슬러거(강타자) 가뭄 속에서 올 시즌 홈런왕에 등극할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지난 3월31일 도쿄돔에서 열린 요코하마 베이스타즈와의 개막전에서부터 홈런포를 쏘아 올리는 등 맹공을 이어가고 있다. 이승엽으로서는 올 시즌 큰 슬럼프에 빠지지 않고 풀타임 리거로 뛸 경우 일본 최고의 거포로 우뚝 설 가능성이 높다.

요미우리가 포함된 센트럴 리그의 홈런왕 후보는 네 명 정도 꼽을 수 있다. 이승엽 이외에 팀 동료인 고쿠보 히로키와 아라이 다카히로(히로시마), 타이론 우즈(주니치)가 경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센트럴 리그에는 과거 로베르토 페다지니, 터피 로즈 같은 괴력의 용병들이 없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네 명 가운데 홈런 레이스를 독주할 만한 ‘군계일학’의 선수는 없다. 모두 엇비슷한 힘을 갖고 있어 자기 페이스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홈런왕 등극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물론 이승엽에게 센트럴 리그 경쟁자들은 퍼시픽 리그의 양대 거포인 마쓰나카 노부히코(소프트뱅크), 알렉스 카브레라(세이부)보다 훨씬 수월한 상대임에 틀림없다.

이승엽의 라이벌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아라이로 지난해 홈런을 43번 쳐 센트럴 리그 홈런왕에 오른 ‘디펜딩 챔피언’. 아라이는 2003년 19홈런, 2004년 10홈런에 불과했지만 타격 자세 개조에 성공해 단숨에 홈런왕 자리를 차지했다. 홈구장인 히로시마 시민구장이 도쿄돔에 비해 규모가 훨씬 작은 점도 아라이에게는 큰 이점이다. 게다가 팀 전력이 약해 리그 정상 다툼을 포기한 시즌 막판, 개인 타이틀에 도전하는 데도 큰 부담이 없다.

 
한국 프로야구 출신인 타이론 우즈는 지난해 폭행 사건으로 10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받은 가운데서도 38홈런을 기록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우즈는 요코하마 시절인 2003년과 2004년 각각 40홈런, 45홈런으로 2년 연속 리그 정상을 차지했다. 요미우리 주전 3루수인 고쿠보는 2004년 41홈런에 이어 지난해 34홈런을 기록했지만 고질적인 왼쪽 종아리 근육통으로 인해 풀타임 출전이 힘든 상태다.
결국 체력에 부담감을 안고 있는 고쿠보를 제외한 세 명이 팽팽한 대결을 벌일 것으로 점쳐진다. 하지만 개막 컨디션으로 볼 때 이승엽이 가장 앞서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올해 센트럴 리그 홈런왕이 40개 안팎에서 결정된다면 이승엽이 넘기 힘든 벽은 아니다. 이승엽은 지난해 센트럴 리그보다 10경기가 적은 퍼시픽 리그(1백36경기)에서 30홈런 고지에 올랐다. 더욱이 보비 밸런타인 감독의 플래툰 시스템 적용으로 출전하는 데 제한을 많이 받았던 터여서 단순한 숫자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 일본의 야구 전문가들은 이승엽이 2년 동안 지바 롯데에서 겪었던 쓰라린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시즌 내내 시선이 집중되는 요미우리 4번 타자로서의 중압감만 극복할 수 있다면 정상에 충분히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일본 프로야구 최고 전통의 요미우리에서는 그동안 이승엽을 포함해 4번 타자가 70명이나 있었지만 걸출한 선수는 많지 않았다.
일본 프로야구 초창기의 나카지마 하루야스, 가와카미 데쓰하루, 나가시마 시게요, 오 사다하루(왕정치) 정도가 국민적인 주목을 받았다. 1980년대 이후에는 현 요미우리의 하라 다쓰노리 감독과 오치아이 히로미쓰, 기요하라 가즈히로, 마쓰이 히데키 등 몇몇 선수만이 팬들의 머리 속에 남아 있을 정도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