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풍에 발목 잡힌 ‘사막의 폭풍’
  • 파리 진철수 유럽지국장 ()
  • 승인 1991.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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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반격에 허찔린 다국적군 사막전투 대비,융단폭격 계속 이스라엘 ‘참을성’이 변수
 전쟁을 얼마나 빨리 끝낼수 있을 것인가. 또 어떻게 하면 인명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은 상당수 국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전쟁 독입의 결단을 내린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직면한 고민거리이다.

 왜냐하면 걸프전쟁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은 심리적으로 아직 월남전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개전을 알리는 연설에서 부시 미 대통령도 “이번전쟁은 월남전의 재판이 되지 않을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첨단무기를 동원한 다국적군의 초기 공습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에 힘입어 이번 전쟁이 단기전으로 끝날것이라는 예상은 시간이 갈수록 회의에 부딪히고 있는 것 같다. 생각보다 빨리 이라트가 이스라엘을 공격해 ‘중돈대전’으로의 확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초기의 다국적군측의 전황 발표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다국적군의 초기 공격으로 궤멸 직전까지 갔을 것이라던 이라크의 공군기·미사일 등이 아직도 건재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라크측이 지상전 및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다국적군의 초기 공격에 별다른 대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게다가 전쟁이 장기화하거나 인명 희생이 크게 늘어날 경우에는 미국뿐 아니라 유럽전역에서 반전운동이 기세를 높일 공산이 크다. 반전사상은 현재 프랑스와 독일에서 짙게 감돌고 있어 미테랑 대통령과 콜 총리의 행동을 견제하고 있다.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부시 대통령은 전쟁은 으레 ‘시간과 희생’을 요구하게 마련”이며 ‘손실과 장애’도 생기게 마련이라면서 초반의 전황이 유리해보인다 해서 “무턱대고 좋아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지만, 사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다국적군이 초반에 거둔 성과는 예상외로 컸던 것처럼 보였다. 전쟁은 이라크의 전략 거점에 대한 대대적인 야간 기습공격으로 개시되었다. 개전 후5일간 약7천5백회 출격은 2차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였다.

최첨단 무기의 시험무대
 다국적군측은 21일 현재 △공군기 15대손실△조종사 18명 실종 등의 피해를 입은 반면△이라크 공군기 15대 격추△스커드 미사일 발사장치 10개 파괴△이라크 병사 50명 사상등의 전과를 올렸다고 발표했다(이와는 달리 이라크측은 “다국적군 공군기1백54대를 격추하고 조종사 7명을 생포했다”고 주장하며 자국의 피해는△병사31명을 포함,94명 사망△2백46명 부상이라고 밝혔다).

 다국적군측 주장대로 7천5백회 출격에 격추된 공군기가 15대밖에 안된다면 이는 놀라울 정도로 적은 손실이다. 엇갈린 전황 발표내용의 진위를 떠나, 다국적군측ㅇ,L 피해가 적게 나타났다면 그것은 걸프전쟁에 첫선을 보인 최첨단 무기 eOANSD;었을 것이라고 군사 전문가들은 말한다.

 EF-111A기가 강력한 전파를 발사하면 이라크군의 레이다망은 마비되어버린다. 그러나 다국적군 비행기들은 사전에 합의된 특정 주파수를 이용하여 자유로이 통신을 계속할 수 있다.   초반 전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또 한가지 신무기는 걸프 북부해역의 미국 군함에서 발사된 크루즈(순항) 미사일 토마호크였다. 개전 첫날에만도 약 1백개가 발사되었다는 토마호크는 이번에 처음 실전에 등장했다. 컴퓨터 장치가 지정한 목표물을 향해 인도하는 이 미사일의 사정거리는 1천2백80㎞.땅을 기다시피 저공으로 날기 때문에 요격당할 염려가 적으며 명중률이 높아 목표물에서 반경 30m안에 떨어진다는 가공할 무기이다.

 이밖에 스텔스 폭격기, F-15E전투기, 패트리어트 미사일, B-52G폭격기, 조기공중경보기 등 다국적군은 이번 전쟁을 첨단무기의 실험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인상이다.

사담 후세인의 계산된 ‘배짱’
 그렇다면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은 무슨 근거로 다국적군의 신무기와 대항해 싸워도 승산이 있으리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던 것일까.
 
 지난 8월2일 쿠웨이트를 강점한 이래 사담 후세인은 쿠웨이트 문제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문제와 연계시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전쟁이 일어나면 압도적으로 불리하리라는 것이 뻔한 데도 그이 태도가 변하지 않은데 대해서는 세가지 해석이 있다.
 
첫째 월남전에서 보았듯이 미국 등 서방 국가에서는 국민들이 전쟁터에서 사상자가 생기면 못견뎌 하는 약점이 있기 때문에 무력 대결을 할 용기를 내지 못할 것으로 계산했다는 것이다.
 
 둘째 사담 후세인이 쿠웨이트 침공을 팔레스타인 문제와 연계시키는 데 강한 자신감을 갖고 있지 않았느냐 하는 의견이다.

  셋째 의견은, 유엔이 정한 이라크 철군시한인 1월15일이 다가와도 사담 후세인이 종전의 입장을 굽히지 않을 것임이 뚜렷해진 시기에 대두한 것으로,사담 후세인은 전쟁에 지는 한이 있더라도 미국 등 서방국가들과 대적해 전쟁을 오래 끌고갈 경우 아랍 세계에서 ‘민주주의 영웅’이 될 수 있으리라고 계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담 후세인이 부시 말처럼 쉽사리 ‘항복’을 해버릴 것으로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그에게 남은 방안은 어떤 것들인가.

 첫째 이스라엘 카드이다. 후세인이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의도는 간단하다. 이스라엘이 반드시 반격해올 것이며,그렇게 되면 아랍대 이스라엘 전쟁이라는 양상이 됨으로써 미국 중심의 다국적군에서 아랍 국가들이 이탈하게 되리라는 계산이다. 

 이런 사태가 생길 것을 처음부터 염려한 미국과 영국·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이스라엘이 자제할 것을 강력히 권하고 있어 이스라엘도 일단 참기로 했지만 언제 사태가 악화될지 모르는 지경이다. 미국은 미사일 요격용 미사일 패트리어트를 급히 이스라엘에 보내기도 했다.

 둘째 이라크는 견고한 방위 태세를 구축하고 있는 지상군의 풍부한 포와 병력수를 바탕으로 다국적군 지상군을 맞아 지구전을 펴고 화학 병기 사용 등으로 상당수의 사상자가 다국적군측에 생기도록 하는 전술에 처음부터 기대를 가져왔다. 특히 이란과의 전쟁에서 사막 전투 경험을 쌓은 이라트군은 다국적군보다 유리한 입장에 있다는 계산을 할 수 있다. 또 정예 기갑부대인 대통령 경호부대로 하여금 사우디아라비아 영내에 들어가 공격을 벌이는 전술을 채택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제공권이 앞으로 완전히 다국적군쪽으로 넘어갈 경우 지상전에도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다국적군은 전략거점 공습과 병행하여 이미 공화국 수비대에 집중적인 공습을 가하고 있다. 또 공중공격으로 이라크 지상군을 상당히 악화시킨 다음에는 지상군을 쿠웨이트에 진입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서 변수는 아직 큰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관측되는 이라크의 정예 공군력이 앞으로 얼마나 힘을 쓸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셋째 다국적군측, 특히 미국과 유럽 참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적 테러 공세로 민심을 교란하는 전술이다. 이미 테러에 대비한 공항·공공시설의 경비 강화조처가 여러 관계국에서 예외없이 취해지고 있다. 그러나 테러 대택 전문가인 빈센트 카나스트라토(미국)는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렉스프레스〉와의 회견에서 이라크에 테러리스트 훈련 시설이 새로 3개가 생겼다는 정보를 위성을 통해 입수했다고 말했다.

발 안맞는 서방세계 공동안보
 전쟁에는 예상외의 사태가 따르고 전세는 기복을 보이게 마련이다. 사면초가의 형국이긴 하지만 이라크군이 쿠웨이트를 방위하는 지상전투에서 지구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지,아니면 사기 저하로 붕괴하는 말것인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후세인의 전략대로 장기전이 되어 미군을 포함한 다국적군의 피해가 커질 경우 부시 미대통령이 궁지에 몰릴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만약 다국적군의 전략이 주효하여 각본대로 비교적 빨리 이라크군의 항복할 경우,미국으로서는 월남전 때문에 잃어버린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그러나 소련이 약화되어 국제 무대에서 초강대국 노릇을 제대로 못하게 된 상황에서 미국이 국제관계를 혼자 이끄는 형세로 기울 경우, 유럽에서는 이를 환영하는 세력도 있을 것이지만 이를 견제하려는 움직임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번 중동 사태에 대처하는 입장이 유럽 여러 나라 사이에 서로 다르게 나타났으며, 보조가 잘 안맞은 것으로 보아, 앞으로 유럽공동체가 안보문제를 공동으로 다루는 체제를 갖추자면 상당한 노력과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전쟁이 어떻게 결말이 나든 앞으로 열리게 될 중동 국제회의의 방향이나 결론은, 중동 각국 자체 문제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간의 관계 때문에도 예상을 불허하는 복잡한 과정을 통해서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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