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픽션은 거짓, 다큐는 진실인가
  • 노순동 기자 (soon@sisapress.com)
  • 승인 2000.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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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편 영화<인터뷰>내놓은 변 혁 감독

 ‘픽션에도 다큐멘터리의 도덕성이 요구된다.’ 첫 장편<인터뷰>를 내놓은 변 혁 감독의 말이다. 한번쯤 ‘진짜 이야기’를 해보겠노라며 의욕을 불살랐던 사람이라면 눈이 번쩍 뜨일 이 말이, 바로 영화의 출발점이자 결론이다.

 변 혁 감독은 <호모 비디오쿠스>(이재용과 공동연출)가 클레르몽 페랑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으면서 일찍이 주목되었으며, 현재 프랑스국립영화학교(FEMIS)박사 과정에 재학하고 있다. 단편 감독으로 이미 ‘스타’였던 그의 첫 작품이기에 충무로의 관심은 남달랐다.
 <인터뷰>는 여러 모로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했다. 우선 선남선녀 이정재와 심은하를 데려다 찍은 작품이 감미로운 멜로와 거리가 멀다. 스타의 몸값이 그토록 비싼 이유는, 연기력에 대한 보상이라기보다는 쉽게 환상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감정 이입을 경계하는 <인터뷰>의 무덤덤한 스타일은, 스타를 제대로 써먹겠다는 욕망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다큐와 픽션을 섞은 새로운 영화 형식이라는 점이 관심을 끌었으나, 그의 진짜 관심이 ‘픽션=허구, 다큐=진실’이라는 도식에 대한 도전이라는 점도 흥미롭다(제작진은 영화를 위해 2백여 팀을 인터뷰했고, 이 가운데 20여 건이 살아 남았다). 이는 극중 감독인 은석(이정재)이 뒤통수를 맞는 데서 잘 드러난다. 은석의 눈에 미용보조사 영희(심은하)가 잡힌 이유는, 너무 평범해 눈길을 끌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군대에 간 애인과 편지를 주고 받으며 결혼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평범한 여인을 통해 일상 속의 진실을 찾아보리란 작정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보기 좋게 당한다. 영희는 실제로는 발레리나였으며, 애인이 죽은 뒤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자살을 기도하는 등 통속성을 죄다 그러모은 것 같은 인물로, 막바지에는 애인의 무덤 앞에서 삼류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대사를 주워섬긴다. 이런 설정의 의미는 무엇일까. “상투성을 경계하는 태도가 낳을 수 있는 반대 편향, 즉 평범한 일상에 진실이 있으리라는 기대 또한 환상일 수 있다.” 이처럼 <인터뷰>는 사랑과 진실에 관한 변감독의 생각을 들려주지 않은채, 답을 구하는 태도만 일러준다.

 변감독이 경계하는 실화에 대한 환상은, 스크린 밖에서도 집요했다. 시사 후 ‘어떤 일화가 진짜고, 어디까지가 픽션이냐’는 질문이 쏟아진 것이다. 변감독의 대답. “그것은 무의미하다. 이를테면 심은하라는 배우를 모르는 외국인에게 그의 일화는(다른 평범한 사람의)진짜 인터뷰와 구별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통 사람들의 애정관을 엿듣는 재미는 쏠쏠하다. 한 여자는 “사람들이 나를 보고 반하는 것을 보는 것이 재미있달까?”라며 낄낄거리고, 다른 이는 “담배 피는 여자와 키스할 때는 꼭 재떨이와 입맞추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이젠 달라요. 그녀를 만난 후부터죠”라며 머리를 긁적인다.
魯順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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