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은 근질근질 佛은 미적미적
  • 도쿄.채명석 통신원 파리.진철수 유럽지국장 ()
  • 승인 1991.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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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 소장파, 무장자위대 걸프 파견 끈질기게 추진 미테랑 정권은 참전하고서도 이라크 공격에 소극적

 일본이 다시 자위대를 파병하겠다고 나섰다. ‘걸프위기’가 ‘걸프전쟁’으로 확대되자 이번에는 중동지역의 난민구조를 핑계삼아 수송기를 내보내겠다는 것이다.

  무장자위대의 해외파병을 기도했던 유엔평화협력법안이 일본 국내외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폐기된 것이 불과 두달 전, 집요하게 ‘패자 부활’을 노리던 자민당 수뇌부가 다시 걸프전쟁을 이용해 ‘자위대 해외파병’이라는 금기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일본정부와 자민당은 개전1주일이 되는 지난 24일 이른바 ‘걸프 공헌책’을 결정했다. △다국적군에 추가로 90억달러를 제공하고 △난민구조를 위해 자위대소속 수송기 C-130H를 파견하며 그 법적 근거를 마련키 위해 자위대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우선 난민 수송을 위해 카이로-호치민시간에 민간여객기를 투입한다는 것 등이다. 

  이 결정에 따라 일본 정부당국은 항공자위대의 중형수송기 C-130H 5대, 비행요원 45명, 정비 등 후방지원요원 2백명을 파견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암만-카이로간의 난민수송을 전담시키겠다는 것이다.

  또한 자위대 수송기 파견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자위대법 시행령 개정작업도 추진중이다. 일본정부와 자민당은 현행 헌법과 자위대법을 확대해석, 자위대기를 파견할 수 있는 묘수를 궁리해냈다.

  즉 그 법적 근거로 “자위대기를 사용해 국빈 등을 수송할 수 있다”고 규정한 자위대법 100조의 5를 적용하고, 시행령에 난민수송업무를 추가하면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조문의 어느 구석을 봐도 수송업무를 위해 자위대기를 해외까지 파견해도 좋다는 구절은 없다. 따라서 유엔평화협력법안 때와 똑같은 ‘위헌 시비’와 ‘법적 용의 확대해석’이라는 논쟁이 재연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난민수송이란 인도주의 옷까지 입혀
 일본 정부와 자민당은 당초 그 법적 근거로 자위대법 100조, 동법 시행령 121조의 ‘훈련목적의 수송업무위탁’규정을 들이댈 속셈이었다. 그러나 내각법제국이 “해외 파견을 훈련목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무리”라며 “한번 법을 확대 해석하게 되면 겉잡을 수 없는 수렁에 빠진다”고 저항을 하자 ‘인도주의적인 난민수송’이라는 옷까지 입혀 둘러대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자위대의 해외파병에 대해 “무력행사의 목적이 없는 해외파견은 헌법상 가능하다고 해석되나, 현행 자위대법상 자위대에 그러한 임무를 부여하고 있지 않다”(작년 10월, 내각법제국장의 국회답변)는 입장을 취해왔다. 따라서 무력행사가 목적이 아닌 난민수송의 경우, “자위대법에 해외파견임무를 추가하면 된다”는 태도다.

  그러나 야당과 대다수 헌법학자들의 견해는 다르다. 아무리 그 임무가 비군사적 행위에 국한되더라도 현행 헌법은 자위대의 해외파병을 일체 인정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며 반발하고 있다. 또 자위대는 어디까지나 ‘방어’를 하기 위해 발족했기 때문에 해외파병은 불법이란 주장을 펴고 있다.

  유엔평화협력법안이 폐기처분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위대기를 파견하는 것은 어불 성실이라는 주장도 있다. 일본 정부는 작년 가을 유엔평화협력법안의 제안설명에서 자위대 임무로 수송업무를 규정하고 자위대의 수송기와 보급함만을 이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난민 수송에도 똑같은 임무를 부여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법안이 폐기처분된 사실과 이번의 자위대기 파견과는 어떤 연관성이 있다는 것인가. 또 자위대의 파병이 현행법으로도 가능하다면 그 법안이 제출된 의미는 무엇인가. 따라서 야당 측은 유엔평화협력법안이 폐기된 사실에 비춰봐도 자위대기의 해외 파견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또 “장래의 본격적인 해외파병을 위한 ‘실적 쌓기’가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나아가서는 “현행 평화헌법의 개정까지를 염두에 둔 포석이다”라는 지적도 있다. 그것은 지난번 유엔평화협력법안과 이번의 자위대기 파견의 결정과정이 너무 닮았기 때문이다. 주역은 똑같이 자민당의 ‘젊은 수뇌부’다. 이들은 걸프 위기를 이용해 당초 민간인을 파견한다는 협력법안을 해외파병근거법으로 둔갑시켜놓은 장본인들이다. 이번에도 그들은 가이후 수상을 ‘단역’정도의 배우로 만들어놓고 자위대기 파견을 그들의 주도 하에 연출했다.

  미국이라는 ‘외압’을 최대한 이용한 것도 같다. “대미관계를 최우선해야 한다”는 명분을 들고나와 ‘파병 반대’소리를 억누르는 수법이 똑같은 것이다.

도쿄·蔡明錫 통신원

  걸프전쟁에 각각 3만명과 1만5천명의 병력을 투입하고 있는 영국과 프랑스는 유럽의 대표적인 참전국이다. 그러나 이라크의 전략 시설을 공격하는 초기 공습 작전에 임하는 두나라의 자세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영국 공군기들은 미국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공군기와 함께 이라크 전역에서 활동했으나 프랑스 공군기는 범위를 좁혀 쿠웨이트 상공만을 날았다.

  프랑스의 국방장관 장 피에르 슈벤느망은 다국적군의 주축인 미국의 양해를 얻어 프랑스군은 이라크 공격에는 가담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의 미테랑 대통령이 앞으로 어떤 평화 협상을 전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가 아니냐 하는 추측이 나돌기도 했고, 참전을 하면서 전투 지역을 스스로 제한한다는 것은 석연치 못한 짓이 아니냐 하는 비난의 소리도 들려왔다.

  우익 거물 정치가인 지스카르 데스탱 전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요청, 미테랑 대통령의 국방정책을 개탄했다. “침량당한 지경은 공격하고 침략한 쪽은 피한다는 정책의 논리는 무엇인가. 국방문제에 있어서 우리는 개념도 목표도 없다”고 그는 말했다. 

  미테랑 대통령 측근 보좌관들은 프랑스 공군의 재구어 전투기들은 야간공격에 필요한 하이테크 장비가 없어서 이라크 공격에 참여못했을 뿐인데 슈벤느망 장관의 발언으로 공연한 오해를 사게 되었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또 쿠웨이트 해방이 전쟁목표이며 그 목적을 위해서는 이라크에서 군사작전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프랑스의 정책이며, 이 점은 개전 직전에 이미 미테랑 대통령이 밝혔다고 해명했다.

국방장관이 佛·이라크 우호협회 회장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의 의도가 단순치 않다느니 석연치 않다느니 하는 소리가 아주 잠잠해지지는 않고 있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지도자 야세르 아라파트가 최근에 미테랑에게 보낸 편지에서 전쟁을 중지시킬 방법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고 썼다는 보도 등이 프랑스의 역할에 대한 미묘한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한편 이라크와 협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일관성 있게 지켜왔던 슈벤느망 장관은 “일단 전쟁이 일어난 이상 프랑스군의 승리를 위해 국론이 수렴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그러나 프랑스·이라크 우호협회의 회장인 나를 비난하는 우익 정치인들, 특히 자크 시라크 전 총리와 지스카르 데스탱 전대통령은, 그들이 집권하던 시절에 프랑스가 이라크에게 핵 기술 계약 등 여러모로 협조를 했다는 사실을 감안하여 그들의 과거처사를 국민 앞에 해명해야 한다”고 반격했다.

  프랑스가 조심스럽게 나오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그중 첫째는 드골 시대에 뚜렷이 나타났듯이, 프랑스는 미국이 주도하는 일에 고분고분 따라다닌다는 것을 매우 거북하게 여기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둘째로는 아랍권, 특히 북아프리카의 전 프랑스 식민지인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와의 깊은 관계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알제리와 튀니지에서는 다국적군의 이라크 공격에 흥분한 군중이 대대적인 반미·반불시위를 벌였으며, 사담 후세인을 지지하는 거센 여론 때문에 이미 불안정한 상태에 있는 이 나라들의 정국에 큰 동요가 일어날 우려가 크다. 그뿐 아니라 전쟁으로 악화된 감정 때문에 유럽인과 북아프리카인간에 충돌이 일어날 우려도 없지 않다. 또 이 지역에 사는 프랑스인의 수는 6만명이며, 이들의 안전을 보장할 특별한 방도도 없다.

  프랑스 국내에서도 북아프리카 출신 이민 3백만명과의 긴장상태가 폭발할 우려가 있어 정부와 종교계 지도자들은 모든 국민이 ‘관용’과 ‘질서’를 존중해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미테랑 대통령의 방침에 따라 앞으로 프랑스군의 행동반경은 확대되어 갈 전망이지만 프랑스는 참전은 했어도 본의 아니게 조심스러워지게 마련인 힘든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다.

파리·秦哲洙 유럽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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