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 싱거운 상공위 추궁 특계자금 부정 냄새만 진동
  • 김재일 경제부차 ()
  • 승인 1991.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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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폐지’ 여론 거세… 무역협회 무용론도 제기
 국회의원의 뇌물외유와 관련, 무역진흥 특별회계(특계) 자금이 이번 임시국회의 ‘뜨거운 감자’로 부각됐다. 그러나 야당의 집요한 추궁에도 불구하고 특계자금은 여전히 두터운 베일에 싸인 채로 남겨졌다. 야당의 국정조사권 발동 주장은 아예 처음부터 실현가능성이 없는 요구였는지도 모른다. 행여 국정조사의 칼날 앞에 내막이 드러날 새라 여당은 스스로 ‘눈먼 돈’의 견고한 방탄막이가 됐다.

 어디 그뿐인가. 국정조사는 고사하고 상공부나 무역협회는 국회 상공위원회의 요청을 비웃듯이 실질적인 도움이 될 만한 자료조차 내놓지 않았다. 오랫동안 상공위에 소속해 있는 한국회의원은 특계자금에 대해 “신문에 난 정도 외에는 아는 것이 별로 없다.”고 토로했다. 특계자금이 정치문제화되자 상공부는 서둘러 특계자금의 운영개선방안을 발표했고 무역협회 또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자금 자체가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음을 반증하는 움직임들이다. 왜 사용내역을 명쾌하게 밝힐 수 없는가, 무엇이 특계자금을 ‘성역’이게 하는가.

 상공부령인 대외무역관리규정에 따르면 ‘수입승인을 받고자 하는 자는 무역 특계자금 납입영수증을 첨부토록’ 규정돼 있어 이 자금은 공권력에 의해 강제 징수되고 있다. 또한 법인세법, 소득세법 등 각정 세법에 의해 무역특계자금은 원가 구성요인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국민이 부담하는 준조세라는 것이 많은 관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69년부터 지난해까지 거둬들인 자금은 총 4천8백93억여원. 지금의 화폐가치로 따진다면 엄청난 액수다. 지난해 징수액 5백40억원 중 무역센터 건설비의 융자금 상환으로 2백25억원이 들어갔고 통상외교 관련사업은 81억여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무역협회는 “무역센터 건립시 조달한 은행차입금 상환이 안 끝난 상태이기 때문에 오는 94년 징수폐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투자로 진 빚을 갚을 때까지는 말썽 많은 특계자금의 징수를 계속하겠다는 말이다.

 특계자금은 당초의 재정의도를 벗어나 무역협회의 기구확대와 정치적 목적으로 유용되면서 문제가 됐다.

 南悳祐 무역협회장과 盧在鳳 총리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평민당은 34억여원이 행정부 등에 전용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장부상으로 상세히 밝혀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상공부는 경제기획원 외무부 상공부 인사의 해외출장에 8억원을 지원하고 국회의원 해외시찰과 기자 해외취재를 위해 각각 3억9천만원과 1억2백만원을 지출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전직 상공부관리는 69년부터 권력기관이 이 ‘임자없는 돈’을 수시로 갖다 썼다고 단언했다. 그는 87년도 까지는 대통령의 사전 결재를 받았고 그후로는 상공부장관의 사전승인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계자금으로 건립된 5층 무역센터가 건축허가도 없이 84년 3월에 착공됐다는 사실은 무역협회의 세도가 얼마나 당당한지 잘 말해준다.
 당시 상공부장관은 버젓이 기공식에 참여했고 건축허가는 그 1년 3개월 후에야 나왔다. 착공 후 건물의 건설계획이 수차례 수정됐는데 그때마다 대통령의 승인을 받았다고 그는 말했다. 특계자금이 권력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돼 있으며 탈법적으로 전용될 수 있는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특계자금의 조기폐지 여론은 물론 무역협회의 무용론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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