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회담, 핵 협상 주무대될 듯/북한 핵
  • 피터 헤이즈 (노틸러스 커시픽 연구소 대표) (sisa@sisapress.com)
  • 승인 1993.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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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1일의 미 .북한 공동성명은 북한의 핵금조약 탈퇴와 관련된 모든 난제를 해결하는 것을 장래의 일로 미뤄놓은 것이다. 협상의 장래는 두가지 문제에 달려 있다.

 첫째는 이번 공동성명에 대한 미국측의 반응이다. 리차드 루가 하원의원 같은 보수파는 정부가 아무 대가도 없이 양보를 했다고 비난을 퍼부어댈 것이다. 그러나 결론을 내리기는 아직 이르다. 갈루치 차관보로서는 이번 협상으로 일단 위험한 고비를 넘겼으며 문제 해결의 틀도 만들었다고 주장할 수 있다. 사실 미국이 북한에 양보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미국과 북한의 눈싸움에서 북한이 먼저 눈을 깜박거린 셈이다.

 두 번째 핵심 문제는, 북한이 영변의 5MW(메가와트)짜리 연구로 연료봉에 대한 샘플 채취(원래 2월로 예정)를 허용할 것인가 여부이다. 북한은 특별사찰을 거부하기 전에는 샘플 채취에 반대하지 않았었다. 이 샘플만 있으면 북한이 제출한 원자로 운영 기록과 국제원자력기구가 실시한 폐기물 분석 결과 사이에 나타난 ‘차이’의 원인을 밝힐 수 있다. 샘플 채취는 북한 핵에 대한 의혹을 밝히는 열쇠가 될 것이다.

 북한은 협상과 도전, 둘 가운데 하나의 노선을 정해야 한다. 아마 북한은 ‘불확정 상태’를 연장하기 위해 샘플 채취 문제도 최대한 질질 끌려고 할 것이다. 채취 협상에서 샘플 분석까지는 적어도 6개월이 필요하다. 북한은 6개월의 시간을 벌게 되고 미국은 분석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장래 대책을 궁리하며 기다려야 한다.

 미 ․ 북한 회담은 곧 재개되겠지만 실제 특별사찰 작업은 남북한 회담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다. 북한은 남북 핵사찰단 구성을 제안하고 나올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이 사찰단에 참여는 하되 사찰 권한은 없는 옵서버 자격을 부여받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남북회담은 미 ․ 북한 회담과는 별도로 핵 문제를 해결하는 주요 통로가 될 것이다. 남북회담 북측 대표로는 최고인민회의 통일정책위원장 김용순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실용주의자이며 현실론자인 김용순은 그동안 핵 개발을 추진해 온 강경파에 비해 훨씬 유연하게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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