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매출액 15%, 기여도는 절반 이상”
  • 차형석 기자 (cha@sisapress.com)
  • 승인 2006.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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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스트, 전문 편집장제로 승부
 
휴머니스트 김학원 대표는 출판계의 대표적 ‘스타 기획자’ 출신이다. 1990년대에 두각을 나타낸, 대중적 감각을 가진 전문 편집자 1세대에 속한다. 도서출판 푸른숲 주간으로 재직할 당시에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출판 기획에 대한 강의를 도맡아 했고, 그를 중심으로 출판 기획자 커뮤니티가 꾸려지기도 했다. 휴머니스트는 2003년 <동아일보>가 국내 78개 출판사 편집장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미래 지향적인 출판사’ 1위로 선정되었다.

휴머니스트는 ‘책임 전문 편집장 제도’를 도입했다. 임프린트 제도가 미국식이라면, 책임 전문 편집장 제도는 유럽식에 가깝다. 인문, 청소년·역사, 초등·교양, 교양 만화 네 분야에 전문 편집장 네 명이 있다. 모두 그 분야의 베테랑 편집자로서 발행·편집·계약을 담당한다. 대표는 컨설팅, 어시스턴트, 중장기 전략을 담당한다. 김대표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출판 계획을 준비 중이다. 이미 2007년도 계획은 잡혀 있다.
휴머니스트는 지식·기초 교양서 출판으로 전문화했다. 같은 필자라도 그가 쓰는 책의 영역이 청소년물이면 청소년·역사 담당 편집자가 담당하고, 정통 학술서라면 인문 책임 편집장이 담당한다. 편집자의 전문성과 책의 깊이를 최대한 보장하는 시스템이다.

영역별 전문성이 확연하면서도 내부 소통 시스템도 뛰어나다. 각 편집 담당자가 철저하게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사규는 형식에 관계없이 1년에 1천5백 장 이상 편집 일기는 쓰는 것이다. 각자가 작성하는 편집 일기를 인트라넷으로 공유하는데, 창조적 지식 노동의 기록을 남기는 것과 동시에 회사 내 정보·지식 유통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다. 김대표가 인트라넷에서 한 편집장의 편집 일기를 보여주는데, 내용은 한 역사 강연회 참가 후기였다. 5월까지 그 내용을 바탕으로 기획안을 마련해보겠다는 내용까지 적혀 있다. 섹션별로 나뉘어 있으면서도 각각 소통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놀라운 것은 편집·마케팅 담당자들(7명)이 경력과 나이에 상관없이, 총무 담당 직원 한 명을 제외하고 동일 연봉제를 실시한다는 점이다. 편집·마케팅 담당자가 모여 4인 가족 최저생계비, 한 해 매출액을 기준으로 ‘3분 만에’ 결정한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연봉이 6천4백만원 정도였다. 김학원 대표는 “출판은 종합 지식 노동으로 기여도를 평가하기 쉽지 않고, 보상이 지나치게 차별화하면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 우리 모두 다른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이런 문제점을 느꼈고, ‘우리는 한번 고쳐보자’고 동일 연봉에 합의했다”라고 말했다. 올해는 한두 명에게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기로 합의했는데, 그마저도 최저 성과급과 최고 성과급의 차이가 두 배를 넘지 않도록 했다.

그래도 섹션별 매출액 차이가 있을 텐데 불만은 없을까? 김대표의 설명은 이렇다. “청소년물이 매출의 40%를 차지하고, 인문 쪽은 대략 15%를 차지한다. 하지만 그것은 시장 규모의 차이이지 개인 능력의 차이가 아니다. 예를 들어 인문 분야는 매출액이 15%이라지만 우리 출판사에서 그 중요성이 절반 이상이라는 데 구성원이 동의했다. 출판이 돈 되는 분야로만 쏠려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결국 다양성을 보장하는 분배 방식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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