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착시현상
  • 차형석 기자 (cha@sisapress.com)
  • 승인 2006.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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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속으로]

 
사람들은 보는 것을 믿을까, 아니면 믿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일까? ‘인터넷 사스마와리(언론계에서 통용되는, ‘사건 기자’를 뜻하는 일본식 은어)’를 하다 보면 한 가지 의문이 추가된다. 보는 것이라고 다 믿을 수 있나?

‘무서운 착시 현상’이라는 이름이 붙은 사진도 그렇다. 흑백으로 된 이 사진을 30초 동안 응시하고 있다가 천장이나 벽면을 쳐다보면 갑자기 귀신(?)이 보인다는 것이다. ‘인터넷 사스마와리’에게 클릭과 체험은 기본. 시계 들고 따라해보았다. 오, 그러고 보니 천장에 외계인 같은 형상이 보이는 듯도 하다.  눈을 통해 들어온 잔상이 남아 왜곡 현상을 일으키는 것이다. 뭔가 보이는데, 그렇다고 실제라고는 믿을 수 없다. 귀신이 보인다고, 외계인이 나타났다고 떠들고 다니다가는 직장 동료, 친구, 가족들로부터 ‘딱한 사람’으로 대접받을 수 있다. 영화 <식스 센스>처럼.

‘외계인 해부 동영상’도 마찬가지다. 10여 년 전 외국의 방송사에서 방영된 이 동영상은 그럴듯했다. 1947년 이른바 ‘로즈웰 UFO 추락사건’의 외계인 시체를 해부했다고 소문이 무지하게 퍼진 이 동영상에는 마스크를 쓴 의사가 외계인을 이리저리 관찰하다가 해부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외계인 모습도 ‘통상적 지구인’이 상상하는 그 모습 그대로였다. 미끈미끈한 피부와 <모여라 꿈동산> 인형 크기의 머리 사이즈, 커다란 눈두덩에 꽉 찬 검은 눈동자 따위. 그런데 최근 외신 보도(인터넷 세계에서 출처가 어디인지는 중요하지 않다)에 따르면, 가짜란다. 영국의 한 조각가가 영화 특수 효과를 담당하는 몇몇 사람들과 함께 조작해 찍은 동영상이라는 것이다. ‘논문 조작’도 문제이지만 ‘동영상 조작’도 큰 문제다.

인터넷을 떠도는 ‘추적 60분 동영상’도 믿음과 사실이 충돌하는 사례로 보인다. 섀튼 교수가 줄기세포 관련 특허를 가로채려 했다는 내용이다. 거대 방송사의 프로듀서가 인터넷 을 통해 ‘게릴라 방송’을 시도한다는 발상은 흥미롭지만, 황우석 박사에 대한 신뢰가 충만한 누리꾼들과 ‘논문 조작’에 실망한 누리꾼들이 충돌하는 광경은 끝이 안 보이는 연장전마냥 지겹다. 이 ‘야매’ 동영상을 제작한 프로듀서가 말한 ‘미래의 국익’라는 표현이 알쏭달쏭하다.

‘기생충 다이어트’와 ‘사람 피부로 만든 책’도 화제가 되었다. 기생충 다이어트란 몸 안에 기생충을 키우고, 기생충이 영양분을 뺏어가면서 몸무게를 줄이는 것이라는데, 사실 여부를 떠나 엽기적이다. 의학계에 따르면, 살 빼려다 하늘나라로 갈 수 있는 위험한 시도이다. 영국에서는 3백여 년 전에 제작된, 사람 피부로 제본한 책이 발견되었다. 프랑스에서는 살인범의 피부에 재판록을 기록했다고 한다. 엽기적 사실이다.

전직 포르노 스타 치치올리나가 빈 라덴에게 테러를 종식하는 조건으로 동침을 제안한 것도, 웃기지만 사실이다. 이름을 붙이자면 ‘테러 종식, 지구 평화를 위한 섹스’라고 할까나. 오버하는 김에 한 가지 더 제안하면 어떨까. 치치올리나, 빈 라덴, 조지 부시 대통령, 후세인이 참여하는 ‘4자 회담’ 같은 것. 이 회담이 세계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믿음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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