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지킴이' 2만명 지구촌회의 연다
  • 김 당 기자 ()
  • 승인 1992.05.21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월 유엔환경개발회의 때…한국 50여명 참석


국가간 갈등 깊어‘비정부 조직'역할 증대


 오는 6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유엔환경개발회의(운세드 · UNCED)를 앞두고 이른바 'NGO'활동이 활발히 전개되는 가운데 이들에 거는 기대 또한 커지고 있다. 본디 NGO는 영문 Non Governmental Organization의 압축어로서 '비정부 민간조직'을 뜻하지만 최근 운세드와 관련해서는 지구환경을 보호하는 시민과 단체를 통칭하는 말로 널리 쓰이고 있다. 이처럼 NGO가 관심을 끌 수밖에 없는 것은 우선 이번 리우회의에 사상 유례없이 많은 수의 민간환경운동가 및 단체가 한꺼번에 모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환경이 지탱 가능한 개발'개념에 입각한 인류공존의 기본틀을 짜게 될 운세드에는 60여개국의 전 · 현직 국가원수를 포함한 1백40여개국 정부 대표단 말고도 2만여명에 이르는 NGO 대표가 참석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국무총리(수석대표)를 포함해 환경처 장관 · 외무부 차관 · 경제기획원 기획관리실장 · 외무부 환경대사 등으로 구성된 14명의 정부 대표단 외에 환경 전문가와 시민 · 환경운동단체 대표 50여명으로 구성된 민간 대표단이 참가할 예정이다. 운세드 자체는 각국 정부대표단의 협상회의이기 때문에 NGO 대표는 본회의에서 발언 · 투표권이 없고 단지 옵서버로서의 제한된 참가자격을 가질 뿐이다. 그러나 유엔은 비정부 조직 및 그 조직원들의 운세드 참여를 적극 권장하고 있는데, 이는 정부 차원의 의지와 노력만으로는 지구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엔은 지구정상회담을 포함한 운세드 본회의와 병행해 NGO 대표들만의 지구촌회의를 같은 일정으로 준비해놓고 있다.

NGO의 역할은 '연대와 압력'
 
NGO의 참여와 권리는 지난 4월 뉴욕준비회담에서 합의된 리우선언 초안에서도 보장되고 있다. 운세드에서 지구환경 보호를 위한'헌법'(지구헌장)으로 채택될 이 선언의 원칙 10개항은 "환경문제는 관련된 모든 시민의 적절한 참여가 있을 때 가장 효과적으로 다루어진다"고 전제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모든 개인은 지역사회에서 생기는 유해물질과 그 처리에 관한 정보, 공공기관이 가지고 있는 환경에 관한 정보에 적절히 접근하고 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각국 정부 대표단보다 몇곱절 더 많은 수가 참가할 NGO의 역할은 '생명의 나무'와 '리본 인터내셔널'이 상징하는 연대와 압력으로 대표된다. 영국에서 시작된 생명나무 프로젝트는 나뭇잎 모양의 천에 지구인의 염원과 다짐을 적어 리우에서 만들어질 거대한 나무로 지구촌회의를 상징한다. 또 미국의 한 가정부인으로부터 시작된 리본 인터내셔널은 지구환경을 그린 천을 길게 연결시킨 것으로 환경을 주제로 한 전시나 시위에 애용되는 프로그램이다. 수만명의 비정부 조직 대표들은 운세드 본회의장 밖에서 생중계되는 회의광경을 지켜보면서 각국 대표단과 비공식으로 접촉, 의사를 전달하거나 성명서 배포 · 언론 기고 · 시위 · 집회 등을 통한 압력을 행사하게 된다. 그동안 운세드를 앞두고 열린 네 차례의 준비회담에서 분명히 드러났지만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갈등이 커짐에 따라 NGO 역할의 중요성 또한 커지고 있다. 왜냐하면 운세드에서 다루는 협상 내용이 주로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이해관계를 놓고 싸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 한달 동안 열린 마지막 준비회담에 한국 NGO로 참가했던 유재현씨(운세드 한국위원회 국제연대위원장)에 따르면 환경보전을 위한 재정지원과 기술이전 문제를 둘러싸고 선진국은 가능한 한 책임을 덜 지려하는 반면에 개도국은 경제개발을 제한하는 환경규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즉 '환경과 개발의 조화'라는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개발(경제)쪽 에만 관심이 집중되다 보니 '그린 라운드'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NGO는 각국이 이해관계를 초월한 규범을 채택하도록 압력을 넣는 한편으로 각종 세미나와 토론을 통해 구체적 대안을 마련, 정부 대표단의 각성을 촉구하게 된다. 비정부 조직들은 운세드의 협상 내용들이 정부간 또는 남북진영 사이의 이해관계에 치우쳐 환경문제에 대한 본질적 접근을 회피하고 있다고 보고 NGO의 독자적 환경선언문과 국제 협약문을 기초하고 있다.


여기에는 기존의 '21세기 지구환경보전 강령'(의제 21)에서 다루지 않는 주제들이 포함되는데, 이를테면 군비확장 · 전쟁 · 다국적기업 · 핵무기 · 핵물질 등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 등이다. 민간단체들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환경문제 해결에 나서는 것은 환경에 대한 관심과 노력을 시작하고 주도한 것이 민간단체였고 각국 정부는 오히려 따라가는 쪽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지난 4월1일에도 국제 비정부 조직 대표단은 '지구정상회담을 성공시키기 위한 10개의 전략'을 포함한 공동성명서를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1백48개국에 회원 4백50만명을 가진 세계에서 가장 활동적인 환경운동단체인 그린피스 · 지구의 친구들 · 아시아에서 가장 활발한 국제환경운동 조직인 제3세계 네트워크 · 브라질 NGO포럼 등의 국제 비정부 민간조직이 제안한 이 전략의 특징은 현재의 남북갈등과 관련, 선진국의 역사적 책임과 의무를강조한 것이다. 적어도 민간환경단체들 사이에는 남북 관계를 떠나 북쪽의 책임을 강조하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셈이다. 한편 우리나라 시민 · 환경운동단체들은 그동안 운세드에 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출발, 참가 자체에도 어려움을 겪어왔다. 현재 운세드 참가 자격을 얻은 국내 NGO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해추방운동연합 YMCA등 3개 단체이다. 이들을 주축으로 한 민간 대표단은 운세드에 참가하여 한국정부가 작성한 국가보고서와는 별도로 NGO 차원에서 독립적으로 작성한 민간환경보고서를 배포하게 된다.

국내 환경단체, 국제연대 첫걸음 내디뎌


 국내 민간단체들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한국의 환경문제를 있는 그대로 세계에 알리는 일 말고도 각국 NGO 사이의 정보와 의식을 공유하는 국제연대의 첫걸음을 내딛게 됐다. 그동안 나라 밖 환경문제는 '강 건너 불'로 여겼던 국내 환경단체들이 비로소 지구환경문제에도 눈을 돌리기 시작한 셈이다. 국내 환경문제와 관련해서도 주목할 만한 변화의 조짐이 엿보인다. 그것은 정부와 기업, 그리고 민간부문의 공감대 형성이다. 74쪽 표에서 보듯 한국위원회는 운세드를 앞두고 다양한 환경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그 중 한 행사에 환경처 장관이 축사를 하기로 한 것도 상징적인 변화의 조짐이다.


한국위원회는 운세드 참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관련부처 실무진은 물론 기업인들과도 폭넓은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이는 여태까지 틀지워진 정부와 민간환경단체 간의 대립구도로 볼때 '낯선 감'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환경운동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점은 정부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실천이 담보되지 않은 환경운동은 지구건강의 회복에 아무런 도움이 안되기 때문이다. 이번 유엔환경개발희의의 슬로건이 '우리의 손으로’인 것도 바로 그런 까닭이겠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