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양당제 노리는'오자와전략'
  • 도쿄 . 채명석 편집위원 ()
  • 승인 1993.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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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당 주축 연립정권 구성→정치개혁 입법→중의원 해산→총선 실시



'유신 전야'. 요즘의 정국 혼란을 일본의 식자들은 이렇게 부른다. 자민당 1당 정치가 대단원의 막을 내리려고 하는 상황이 1백25년 전의 메이지 유신 직전과 너무 닮았기 때문이다.
 유신 전의 도쿠가와 막부는 2백60여 년간 일본에 군림했다. 그러나 부패와 무능을 척결하지 못한 막부 정권은 15대 쇼군 요시노부에 이르러 막을 내리고 말았다. 55년 자유당과 민주당이 합쳐 자민당을 결성한 이래 38년간 집권당의 위치를 고수해 온 자민당 정권도 공교롭게 15대 총재 미야자와 기이치에 이르러 무너지기 일보 직전의 상황에 와 있다.

 자민당은 본래 냉전의 산물이다. 사회당의 좌 . 우파 통합에 자극받은 보수 세력이 이른바'보수 대합동'을 연출해 급조한 정당이기 때문이다. 자민당은 일 . 미 안보투쟁, 록히드사건, 리크르트 사건, 소비세 도입 등 네차례 큰 위기를 맞았다.

 작년에 드러난 도쿄사가와 큐빈 사건은 자민당에게는 다섯 번째로 맞는 큰 위기였다. 그러나 냉전 사고에 길들여진 자민당 수구파는 가네마루의 의원직 사임과 체포에도 불구하고 이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보수화 경향이 두드러진 일본의 유권자에게는 다음 총선에서도 자민당 이외에는 선택할 여지가 없을 것이라는 자만심에서였다.
 자민당의 수구파와 개혁파는 정치 개혁, 즉 소선거구제 도입을 둘러싸고 끝내 셋으로 갈라졌다. 그러한 의미에서 자민당을 탈당해 신생당과 사키가케 그룹을 결성한 개혁파 그룹은 막부 말기의 이탈자로 비유된다.

자민당, 과반수 얻을 가능성 거의 없어
 그렇다면 자민당 막부는 어떤 종말을 맞게 될 것인가. 또'헤이세이 유신'즉 일본의 정계 재편은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인가.

 일본의 언론과 정치 평론가들의 예측을 종합해 보면, 자민당이 오는 18일 중의원 총선거에서 과반수 의석을 얻을 가능성은 0에 가깝다. 그것은 신생당(36명)과 사키가케그룹(10명)의 탈당으로 현재의 자민당 의석이 과반수(2백56명)를 훨씬 밑도는 2백28 의석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자민당 수뇌부도 이번 청선거의 승패 선을 현재의 2백28 의석에 두고 있다. 그러나 언론과 정치 평론가들은 이보다 훨씬 낮은 2백석을 최대 한계로 본다.

 여하간 자민당은 과반수 유지에는 실패하나 제1당의 위치는 확보할 것이 틀림없다. 이럴 경우 자민당이 선택할 길은 두가지이다. 하나는 자민당 일각에서 대두하고 있는 '하야론'이다.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아예 정권을 내놓고 야당으로 물러나자는 얘기다. 나카소네 전 초리 등이 주장하는 이 하야론은 야당 연립정권에게 정권을 넘겨줘도 경험 부족으로 금방 무너질 것이라는 전제에서 나온 전략이다.

 또 하나는 제1당 자민당을 중심으로'보수 연립정권'을 구성하는 선택이다. 자민당은 과반수 획득에 실패한 경험이 지금까지 세차례 있다. 이때마다 무소속 의원 영입과'신자유 클럽'과의 연립으로 위기를 넘겨 왔다. 그러나 과반수에서 50여 석이나 부족하게 되는 이번 경우는 사정이 크게 다르다.

 이 경우의 연립 파트너로는 일본신당과 사키가케가 가장 유력하다. 일본신당의 호소가와 모리히로 대표는 본래 자민당 소속 참의원 출신이다. 구마모토현 지사를 거쳐 작년 7월 일본신당을 결성했다.

 호소가와 대표는 올 봄《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도 일거에 야당 연립정권이 성립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하고 자민당과의 연립을 시사했다. 자민당에서 탈탕한 개혁파 그룹이 결성한 사키가케는 총선후 일본신당과 합당할 게획으로 있어 자민당과의 연립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예측은 자민당이 대패할 경우 크게 빗나갈 수도 있다. 자민당이 대패하는 경우 당내 개혁파 40여명이 다시 자민당을 탈당해 자민당을 먼저 뛰쳐나온 신생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야당 연립정권이 등장할 가능성이 더 크다. 이 경우 연립의 주축은 신생당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크다는 것이다. 신생당의 현재 세력은 36 의석에 불과하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 결과로 봐 이번 총선에서 신생당이 약진할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적게는 60여명, 많게는 1백여명의 당선자를 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렇게 되면 신생당은 자민당의 2차 탈당자 40여명을 합쳐 제2당으로 떠오르게 된다. 물론 현제 제2당인 사회당은 지난달 27일에 치러진 도쿄도의회 선거에서의 참패가 말해주듯 이번 총선에서도 고전이 예상된다. 그결과 사회당은 40여 의석을 상실하고 제3당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야당 연립정권이 성립하는 데도 난관은 한둘이 아니다. 각당의 기본 정책이 너무 큰 격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당내 좌 . 우파의 대립으로 자위대, 한 . 일 기본조약, 미 . 일 안보조약, 원자력발전 인정문제에서 아직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사회당이 연정에 참가할 경우, 야당 연립정권은 정책의 불일치로 처음부터 좌초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정계 재편 마무리 시기는 예측불허
 또한 야당 연립정권 참가에 소극적인 일본신당 및 사키가케를 어떻게 끌어들이냐 하는 것도 큰 과제이다. 총선후 자민당을 중심으로한'자민당 연립정권'이 탄생하느냐, 아니면 야당 5당을 중심으로 한'비자민 연립정권'이 탄생하느냐를 가르는 캐스팅 보트는 일본 신당이 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가능성은 각각 어느 정도인가. 컬럼비아 대학의 제럴드 카치스 교수는 최근 <일본경제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자민당 연립정권이 탄생할 가능성을 45%, 비자민 연립정권이 탄생할 가능성을 55%로 내다보았다.

 그러나 자민 . 비자민 어느쪽 연립정권이 등장한다 해도 일본 정치는 보수 양당제로 귀착할 때까지 상당 기간 혼란을 거듭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신생당의 실질적 주인인 오자와 이치로 전 자민당 간사장은 정계 재편에 대해 2단계 전략을 추진중이다. 오자와는 신생당을 주축으로 한 연립정권을 구성한 뒤, 소선거구제 도입을 비롯한 정치개혁 입법을 끝내면 즉시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거를 다시 실시할 계획이다. 소선거구제에 의한 총선거가 실시되면 사회당 . 공산당 등 혁신 세력이 크게 후퇴하게 될 것이란 계산에서이다.

 그 결과 일본 정계에는 보수 다당제 시대가 도래하나 결국 합종연횡을 거쳐 보수 양당제에 귀착한다. 이것이 이른바'오자와 전략'이다. 그러나 이 재편 과정은 중의원 해산과 총선거를 되풀이 실시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역사적 수렴 과정이 2~3년 안에 끝날 것인가, 아니면 금세기 말까지 지속될 것인가는 지금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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