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영상으로 그린'인간의 꿈'
  • 이세용 (영화 평론가) ()
  • 승인 1993.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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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알라딘>

영화 <알라딘>
감독 : 존 머스커

 <알라딘의 램프>는 아라비안 나이트 가운데서도 <아리바바와 40인의 도적>과 함께 만화와 영화로 여러 차례 만들어졌다.

 도둑 소년 알라딘이 양탄자를 타고 공중을 날아다니고, 램프 요정의 도움으로 마법사를 물리친 뒤 공주와 결혼하는 내용은'이야기문학'이 한 원형으로 오늘날까지도 생명력을 간직하고 있다. 그것은 알라딘의 이야기가 현실보다 나은 상태―절대적인 힘, 행복한 사랑의 결말―를 바라는 인간들의 열망을 종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꿈 같은 이야기를 월트 디즈니사의 멤버들이 선으로 형상을 만들고, 빛과 색채로 숨결을 불어넣고, 음악을 가미하여 아름답고 환상적인 영상으로 완성했다. 잘 알려진 이야기의 등장 인물들을 놀랄 만큼 새로운 캐릭터로 바꿔놓은 것이다. 그래서 <알라딘>에 등장하는 악질 마법사의 비중이 (악한 힘이 증대되고 있는 세상을 반영하듯) 주인공인 알라딘이나 자스민 공주와 맞먹는다.

 모두 알고 있는 이야기를 영화로 다시 만들며 <알라딘>은 램프의 요정 지니의'인격화'와 양탄자의'의인화'에 힘을 기울였다. 이 대목은 참으로 독창성이 돋보이는데,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하여 리듬감 넘치는 동작을 가능케 한 복합동화기술 성과는 눈부시다. 특히 양탄자가 감정을 표현하는 움직임(동작)을 형상화한 것은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알라딘>은 표현 기술뿐만 아니라 내용에서도 눈길을 끈다. 바로 램프의 요정 지니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가치의 발견이다. <알라딘>의 주인공은 알라딘이 아니라 지니라고 할 만큼 램프의 요정이 펼치는 진기묘기는 천변만화하고, 대사는 의미심장하다. 쇼 무대 MC부터 잭 니콜슨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각양각색의 인물로 변신하는 지니는 이전의 영화에서 보았던 램프의 요정처럼 그저 힘 좋은 노예가 아니다. <알라딘>의 지니는 생각도 하고 괴로움도 느낀다. 지니의 희망을 자유를 얻는 것인데, 여기서 자유란'내 힘을 내 뜻대로'행사할 수 있는 주체성의 획득을 가리킨다.

 2천년대 <알라딘>의 메시지를 대변하는 인물 지니를 흥미롭게 그림으로써 이 영화는 볼거리를 통한 생각거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지니역 목소리의 로빈 윌리암스의 성대연기가 기막히고, 음악 또한 훌륭하다. 최근의 만화영화들이 대개 그렇듯 <알라딘>도 뮤지컬 요소를 놓치지 않는다. 이 작품에서 음악은, 초기부터 소리에 크게 의존했던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전통을 확인시켜 주기에 충분하다. 어른들은 한국만 더빙판보다 자막이 찍힌 필름을 보아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
李世龍 (영화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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