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표의 名言.奇言.妙言
  • 서명숙 기자 ()
  • 승인 1993.07.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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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년 어록 / 현란한 수사.은유로 구설수 재우고 불러일으켜

의중을 완곡하게 드러내는 화법을 가장 잘 구사하는 정치인으로 김종필 이상 가는 정치인은 없다.

 그는 박정희 정권 아래서 외유를 떠나면서 ‘자의반 타의반’이라는 말로 자기의 처지와 심경을 드러냈다. 그 이래 그의 현란한 수사법과 은유는 구설수를 잠재우기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김영삼 정부가 출범한 이후 ‘신온고지신론’ ‘백리길 속도조절론’에서부터 최근 골동품.서화 관련 발언에 이르기까지 그의 말에서 그의 정치적 위상 변화와 상황 인식을 읽을 수 있다.

 “백리길 가는 데 처음부터 뛰면 자빠진다. 내가 얘기한 말들이 그대로 표현되면 독자들이 알아듣는다.”(3월2일 기자간담회에서)

 “신한국 창건의 주체 세력은 우리 ‘민주공화당’이 돼야 한다.”(4월10일 민자당 상무위원회)

 “바람이 불 때는 잠잠해질 때까지 엎드릴 줄도 알아야 한다.”(4월 초순 한 조찬모임에서)

 “나는 사람이다. 내 일을 할 뿐이다. 개혁기에 당이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있다. 내가 모자라는 탓으로 당이 소나 말로 보였다면 내 책임을 통감한다. 당이 심기일전해서 전환기.개혁기의 주체세력으로서 어김없는 행보를 하자. 선두에 서서 대통령께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4월14일 당무회의에서)

 “역사는 일으키는 사람, 계승 발전시키는 사람,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일대 전환을 이룩하는 사람, 한 시대를 매듭짓는 사람을 통해 기승전결로 엮어진다. 우리 후손들이 자유롭고 평화롭고 여유있게 살 수 있게 된 근원을 찾아가다 보면 분명히 박 전대통령을 만나게 될 것이며 고마움을 다시 새길 날이 있을 것이다. 잘 나왔든 못나왔든 全斗煥.盧泰愚 전 대통령이 이 나라의 승계.계승자로 존재했다. 그리고 그 토양 위에서 전환이 존재한다. 그것을 요즘 말로 개혁과 변화라고 한다.”(5월16일 ‘5.16 민족상’ 수상식 축사 연설에서)

 “笑而無答”(5.16관련 발언이 물의를 빚자 강재섭 대변인에게 대답을 대신한 글에서)

 “여과되지 않은 안이나 논의 과정이 국민에게 혼선을 주는 것은 물론 집권당의 현안 대응 능력에 우려를 제기케 하고 있다. 앞으로 확정되지 않은 안이나 개인적인 이야기를 보도해 혼선이 일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토록 하라. 설익은 과일을 따지 말라.”(6월19일 당직자 간담회에서)

 “세상에 고마운 분이 있다면 저로선 여러분입니다. 총리 출신이라 이 다음에 국립묘지에 갈 수도 있지만 이곳 고향에 묻히겠습니다.”(6월26일 민자당 부여지구당 개편대회에서)
 “(대원군이 친 난초 그림이 든 병풍) 누가 갖고 있든 한국에만 있으면 괜찮지. 지나간 일은 그 나름대로 다 의미가 있는데 지금 와서 따져봐야….”(6월29일 기자 간담회에서)
 “최근 일련의 일로 물의를 빚은 것은 본인이 부덕한 탓이다.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쳐서 미안하다. 그럼에도 대표를 보호하기 위해 당이 일사불란하게 애써 준데 대해 감사드린다.”(7월7일 고위당직자회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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