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종변경, 통치행위 아니다” 李감사원장, 청와대 주장 일축
  • 정치부 ()
  • 승인 1993.07.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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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마당

“기종변경, 통치행위 아니다” 李감사원장, 청와대 주장 일축
 과연 어디까지가 대통령의 통치행위, 즉 통치권에 해당되는가에 대한 법적 공방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에 대한 李會昌 감사원장의 단호한 규정이 나와 눈길을 끈다.

 7월7일 율곡사업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감사원장이 내놓은 논리의 요지는 차세대 전투기 기종변경은 통치행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차세대 전투기 기종변경 지시 여부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통치행위가 아니라 단순한 법 집행적 작용이다. 합법성 심사를 원칙으로 하는 사법심사의 대상에서는 제외될 수 있으나, 합목적이나 효율성까지도 포함해 심사하는 감사원의 감사 대상에는 포함돼야 한다”라는 논리를 폈다. 즉 사법 심사 대상은 아니나 감사 대상에서는 제외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또 “의혹에 대한 소명기회 부여 여부가 정치보복으로 비치는 것을 납득할 수 없으며, 퇴임 후에도 재임중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는 일반 공무원과 대통령을 달리 취급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나는 일이다”라고 밝혔다. 이감사원장의 이런 주장들은 전임 대통령 조사에 반대하면서 청와대가 내놓은 주장들, 즉 ‘정치보복으로 비칠 수 있다’ ‘통치행위에 대한 조사는 곤란하다’라는 이유들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이다.

 이감사원장은 또 감사 방향에 대해 김영삼 대통령과 얼마나 사전 조율을 하는지에 대해 “그런 말은 나나 대통령 모두에게 듣기 좋은 말이 아니다. 감사 진행 방향이나 계획은 누구에게도 보고하지 않으며 다만 처리 결과만 수시로 보고한다”라고 말해 감사원의 독립성을 단호하게 강조했다.

 이감사원장은 각종 대형 부조리에 대한 국민의 의혹을 속시원히 풀어야 한다는 중압감 이외에, 청와대와의 인식 차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또 다른 고민거리를 안고 있는 셈이다.

8월 보궐선거 기선 잡기
 민주당의 ‘여름철 대공세’. 최근 민주당이 취하고 있는 일련의 행동을 보면 이같은 표현이 실감난다. 7월3일 국회본회의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李富榮 의원이 예천 보궐선거를 명백한 불법 선거로 규정한 것이나, 이에 격렬하게 항의했던 민자당 潘亨植 의원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한 것을 보면 대구 동을구와 춘천 보궐선거를 앞둔 민주당 전략을 읽어낼 수 있다.

 민주당은 반형식 의원이 이부영 의원을 상대로 윤리위에 맞제소하자, 예천 보궐선거 대책위원장이었던 朴啓東 의원 이름으로 ‘왜 불법선거인가’를 밝히는 장문의 자료를 각 언론사에 보냈다.

 이 자료는 지난 예천 보궐선거에서 친여무소속 후보로 거론되던 장두섭씨가 후보 마감 하루를 앞두고 민자당 金鍾泌 대표, 黃明秀 총장, 權海玉 부총장 등을 연쇄면담한 뒤 돌연 출마를 포기한 것은 명백한 후보사퇴 압력이므로 ‘후보자에 대한 매수 및 이해 유도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권부총장이 5월25일 예천 선대본부 발대식에서 장두섭씨를 중앙당 상무위원으로 임명한다고 공식 발언한 것 역시 위법이라는 주장이다.

 두 곳 선거를 앞둔 민주당의 정치 대공세가 과연 어떤 결과를 얻을지 주목된다.

“대법원장은 내 고교 선배…” 정기호 의원 ‘혀꼬부라진’ 발언
 7월8일 오후 국회 법사위 회의실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대법원 간부들을 불러들여 사법부의 개혁방향을 추궁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대법원장의 퇴진 문제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의원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이어졌다. 그런데 李沅衡 의원(민주)의 질의 차례가 됐을 때 갑자기 검사 출신인 鄭璣浩(민주) 의원이 나서서 뭐라고 연신 혀꼬부라진 소리를 중얼대며 이 의원의 발언 순서를 ‘강탈’했다.

 “대법원장 퇴진문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대법원장은 나의 고교 선배다… 퇴진은 대한민국 역사에 관계되는 것이다… 법관의 양심기준, 뭘 얘기할 수 있나.” 정의원의 발언은 갈수록 종잡을 수 없이 돼갔다. 그러더니 정의원은 마침내 자기 감정에 못이겨 “사퇴요구는 미친 짓이다”라고 벽력 같은 고함을 질렀다. 그 뒤에도 한참 동안 횡설수설하다 퇴장하는 정의원의 뒤통수에 “어제 밤 먹은 술이 덜 깼군” “저 모양으로 공사를 구분 못하니 사법부가 엉망이 됐지”라는 따끔한 얘기들이 달라붙었다.

서울시의회 민주의원 사퇴서 소동 “국회 닮을 일 따로 있지” 눈총
 시의회에도 파행 바람이 불고 있다. 여당측은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차지하려 하고, 야당은 이를 거부하며 아예 사퇴서로 맞대응하고 있다. 여의도의 복사판이 생겨난 것이다. 이를 두고 “닮을 일이 따로 있지”라는 비판론이 일고 있다. 지난 7월8일 서울시의회 민주당 소속 의원 전원은 민자당이 10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하려 한다면서 ‘반의회적이고 구시대적인 밀어붙이기에 대해 거부하는 뜻’으로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했다.

 지방자치를 담보하는 소중한 싹으로 조심스레 키워내야 할 지방의회를 ‘자리 다툼’ 때문에 파행으로 치닫게 만드는 여당이나 야당이나 똑같이 시민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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