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간첩’이 불지른 미·독 자동차 전쟁
  • 본·김진웅 (자유 기고가) ()
  • 승인 1993.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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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기술자 폴크스바겐에 정보유출 혐의…일본‘회심의 미소’

세계 최대의 자동차회사 제너럴 모터스(GM)와 독일 최대의 회사인 폴크스바겐(VW). 미국과 독일의 두 거대 기업이 세계 최대의 자동차 산업 스파이 사건을 놓고 운명을 건 한판 승부를 겨루고 있다.

 스파이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은 로페스라는 스페인 출신 제너럴 모터스 기술자다. 제너널 모터스의 생산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며 일하던 그는 지난 3월초 부하 직원7명을 데리고 폴크스바겐으로 자리를 옮겼다. 생산비 절감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던 피에쉬 사장과, 고향인 스페인에 자동차 공장을 설립하려는 꿈에 부푼 로페스는 서로 이해 타산이 맞아 떨어져 손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로페스가 직장을 옮긴 뒤 제너럴 모터스측은 그가 계열사인 오펠자동차의 극비 서류인 자동차 가격, 비용, 모델, 엔진에 관한 서류를 폴크스바겐으로 빼갔다고 폭로했다. 이에 대해 로페스는 자기가 경쟁사로 옮긴데 대한 보복이라고 일축했다.

 사건의 두 당사자인 폴크스바겐과 제너럴 모터스는 유럽시장 주도권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경쟁 기업이다 지난해 폴크스바겐은 2백37만대, 제너럴 모터스는 1백69만대를 유럽 시장에 판매해 각각 1,2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폴크스바겐은 높은 생산비용 때문에 지난해에 약 3백40억 마르크의 적자를 보았다. 또한 올해도 전종업원의 10%에 달하는 1만5천여 명을 내보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서 불안한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반면 제너럴 모터스는 비용절감 등 합리적 경영으로 빠른 성장은 이룩했으나 판매면에서  폴크스바겐을 아직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이번 산업스파이 사건은 유럽 시장 그리고 세계 시장을 지배하려는 양측의 과열 경쟁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독일 검찰은 제너럴 모터스측이 고소해옴에 따라 우선 로페스와 그의 동료7명의 혐의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독일정부는 로페스가 제너럴 모터스의 기밀서류를 폴크스바겐으로 빼돌린 행위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독일 경제 그리고 독일과 미국과의 관계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2000년 유럽시장 점유율
독일 5% 하락 일본은 5% 상승 예상
 독일 자동차업계는 그렇지 않아도 불황에 허덕이는 자동차산업이 이번 사태로 말미암아 큰 타격을 받을까 걱정한다. 미국에 현지 공장 설립을 계획중인 벤츠와 BMW사는 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벤츠사의 로이터 사장은 “이번 싸움은 독일 자동차산업과 해외 시장에 막대한 피해를 줄 것이다”라고 흥분했다.

 미국 클린턴 정부는 “앞으로 산업스파이 행위를 뿌리뽑겠다는 백악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 주겠다”라며 레노 법무장관에게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도록 지시했다.

 이번 미·독간의 산업스파이 전쟁은 양측 모두에게 피해를 줄 것이 확실하다. 이를 지켜보면서 회심의 미소를 짓는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전문가들은 오는 2000년의 유럽 자동차시장 점유율이, 독일은 31.9%(92년)에서 26.4%로 떨어지는 반면, 일본은 11.9%(92년)에서 17.3%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다. 이번 사건은 일본에게 어부지리를 안겨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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