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독부 허물고 민족혼 세운다
  • 남문희 기자 (bulgot@sisapress.com)
  • 승인 1993.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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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정서 통합과 국제화시대 대비 목적…완전 해체 유력

‘민족’이라는 개념이 새 정부의 국민통합 이념으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과거 안보 및 경제개발 논리에 가려 빙치되었던 민족 개념이 문민 정부의 국민통합 이념으로 강력하게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상해 임시정부 요인 5인의 유해 봉환과, 국민박물관으로 사용중인 옛 조선총독부 건물을 해체하고 경복궁을 복원토록 하라는 金泳三 대통령의 특별 지시는 민족 개념에 대한 정부의 새로운 접근을 보여준다.

 김대통령은 지난 9일 오후 朴寬用 비서실장을 통해 “광복절을 앞두고, 그리고 민주공화정의 법통을 최초로 세운 임시정부 요인들의 유해 봉환에 즈음하여 고뇌속에 심사숙고, 아무래도 민족의 자존심과 민족정기의 회복을 위해 총독부 건물을 가능한 한 조속히 해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앞으로 통일한민족 시대에 대비해 5천년 문화 민족으로서의 긍지에 합당한 국립중앙박물관을 국책 사업으로 건립토록 하라”고 지시했다.

 김대통령은 문민 정부가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은 嫡子이며, 해방 이후의 과거 정권과 정통성 및 도덕성에서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李敬在 청와대 대변인은 “총독부 건물 해체와 관련해 대통령은 치욕의 역사도 역사이니만큼 역사로서 보존돼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것은 잘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민족의 자존심과 민족정기 회복을 위해서는 총독부 건물은 해체돼야 하며 이제 우리에게는 그것을 헐어버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측은 총독부 건물을 해체할 경우 △완전 해체 △해체 후 축소모형을 별도 장소 보존 △철거 후 이전 등 방안이 고려될 수 있으나 현재로서는 완전해체가 가장 유력하다고 밝혔다.

 이같은 움직임과 관련해 정부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김영삼 대통령이 강조한 바 있는 ‘제2의 건국운동’ 내용은 민족공동체로 거듭남을 의미한다”고 하면서 “민족공동체를 새로이 건설하기 위한 노력이 개혁 정책의 궁극적 목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최근 민족개념을 강조하면서 미래 청사진의 일부를 제시하고 있는 것은 일본과 중국 등 한반도 주변 열강의 최근 움직임에 대한 정부 일각의 우려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일본의 정치 대국화, 중국의 재도약으로 새로운 위기가 우려되는 지금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방치할 수 없다. 새 정부는 민족정기를 회복함으로써 국민을 새로운 민족공동체로 결집시켜 국제화시대에 대비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南文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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