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공룡 IBM 처방전은 ‘감원’
  • 남유철 기자 ()
  • 승인 1993.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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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병든 공룡 IBM 처방전은 ‘감원’

초거대 다국적 기업 IBM이 대대적인 감량 경영에 착수했다. 쓰러져 가는 IBM을 회생시킬 책임을 지고 지난 4월 취임했던 루이스 거스트너 회장(사진)은 대폭 감원을 골자로 한 조직 재정비를 선언했다. 거스트너 회장은 올 상반기에만 무려 5만명에 달하는 사원을 퇴직시켰다. 업계의 예상을 뛰어 넘은 대규모 감원에 이어, 앞으로 18개월 안에 3만5천명을 더 감원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사원들은, 일본 기업과 같이 ‘평생 고용’을 독특한 경영철학으로 자랑해 온 IBM의 전통이 산산이 무너지고 있다고 탄식한다. 대공황 때에도 IBM은 사원을 감축하지 않았다.

 사원부터 줄이고 보자는 개혁안이 알려지자 전세계 IBM 사원들은 언제 일자리를 잃어버릴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유럽 IBM은 이미 1만명 이상을 감원했다. 파리에 본부를 둔 유럽 IBM 대변인은, 유럽 IBM이 92년 17억3천만달러 적자를 냈으며, 이에 따라 유럽 지역에서의 감원은 더 큰 규모로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밝혀 충격을 주었다.

 일본 IBM도 신규 사원 모집을 중단한 채 조기 퇴직제와 같은 자율적인 퇴직을 권장하고 있다. 일본 IBM의 작년 수익은 45%나 떨어져, 경영진 교체를 포함한 대대적인 조직 정비가 불가피하다. IBM은 조기 퇴직제 등을 활용한 감원에만 60억달러를 지출할 예정이다. 사무실 축소와 공장 폐쇄에만 29억달러가 들어간다. 감량 경영에 들어가는 막대한 재원으로 인해 올해 2/4분기에는 사상 최대인 80억달러 적자가 발생했다.

 IBM은 그동안 세계 컴퓨터 시장을 석권해 왔으나, 80년대 들어 급변하는 시장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공룡화한 기업’으로 전락했다. 전문가들은 기술 혁신과 마케팅 전략에 사활을 거는 오늘의 시장에서 거대 다국적 기업과 같은 방대한 조직은 오히려 불리하다고 지적한다.

 거스트너 회장은 조직이든 개인이든 생존할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면 가차없이 감축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IBM의 사원 수는 지난 86년 40만7천명으로 사상 최고에 달했으나, 94년에는 22만5천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거스트너 회장의 재기 전략에도 불구하고 IBM의 주가는 일단 허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침몰하는 거함’ IBM이 살아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는 게 미국 증권가의 반응이다.


■일본
결혼 비용에는 ‘과소비’…평균 6천만원

근검 절약으로 소문난 일본인들도 결혼 비용만큼은 한국인 못지 않게 과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의 한 조사에 따르면, 일본인들은 결혼 비용으로 평균 8백만엔(한화 약 6천만원)을 소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혼 비용은 한 신혼부부가 결혼식에서부터 신혼 여행과 살림 가구를 장만하는 데까지 들이는 모든 비용을 합계한 것이다. 일본 신혼부부들은 약혼식에 평균 1백35만엔을 쓰고, 예물에는 평균 65만2천엔을 소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후 최악의 불황 속에서도 일본인들의 결혼 비용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조사된 결혼 비용은 작년 같은 조사에서 집계된 액수보다 1.3%가 늘어났다. 체면과 형식을 중시하는 사회 전통으로 젊은 세대 결혼 비용을 줄일 엄두를 전혀 못내고 있다. 도쿄의 한 결혼 서비스 업체가 시행한 이 조사에는 모두 2천2백71쌍의 신혼부부가 응답했다. 이 조사 결과로는 결혼 비용 지출에 있어 일본내 지역별 격차는 발견되지 않는다.

 결혼 비용에서 당사자들과 부모가 부담하는 비중은 거의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난 89년 이후 부모가 부담하는 비중은 점차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쿠바
카스트로 “생존이 더 중요”…개방할 듯

극심한 경제난에도 사회주의 노선을 고집해온 쿠바에 개방의 조짐이 엿보인다. 쿠바 공산당은 최근 국영방송을 통해 ‘옛 소련 식의 경제운영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쿠바 공산당의 노선 변화는 피델 카스트로(사진) 대통령이 최근 경화 수입을 늘리기 위한 일련의 경제정책을 발표한 데 이어 나온 것이다. 관측통들은 공산권 국가들과의 무역이 단절되면서 최악의 경제난에 봉착한 쿠바가 마침내 개방으로 선회하는 것이 아닌가 주목하고 있다. 카스트로는 최근 “사회주의 완성보다는 경제적 생존이 더 중요하다”라고 발언해 서방 경제학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쿠바의 대표적인 경제학자인 호세 르드리게스씨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올해에도 쿠바 경제가 최악의 침체에서 벗어날 전망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로부터 경제봉쇄를 당하고 있는 쿠바는 현재 식량과 연료 의약품 같은 기본 생필품을 수입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난으로 국민생활이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정치 반란의 기미마저 엿보인다. 로드리게스씨는 외국인 투자를 활성화해야만 경제난을 극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南裕喆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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