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살’낀 이명박 의원 금융자산 누락설로 곤욕
  • 편집국 ()
  • 승인 1993.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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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마당

‘재산살’낀 이명박 의원 금융자산 누락설로 곤욕
‘월급쟁이의 신화를 창조한 사나이’‘경리·경영의 귀재’로 한 시대의 신화를 만들어냈던 李明博 의원. 그러나 정치권에 진입한 뒤로는 이렇다 할 활약도 해보지 못한 채 ‘재산공개’의 거센 물살에 휘둘리고 있다.

 1차 재산 공개 당시 이의원이 공개한 재산총액은 62억 3천만원. 재계 출신인 만큼 이의원은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해 별다른 의혹을 받지는 않았지만, 주변의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재산 규모로 말미암아 ‘서초동 금싸라기 땅을 너무 낮게 신고했다’는 등 일부 부동산을 축소신고했다는 의혹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새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지난 11일 마감한 공직자 재산 등록에서 이의원이 신고한 재산 규모에 관심이 쏠린 것은 당연한 일.

 이번 재산 등록 과정에서 이의원은 지난번 신고 때보다 4배 정도 늘어난 2백60억원 규모로 신고했다고 알려졌다. 물론 누락됐던 재산 항목이 새로 추가된 것이 아니라, 공시지가를 일률적으로 적용한다는 방침에 따라 이전에 턱없이 낮게 신고했던 땅값이 제대로 신고됐기 때문이다.

 사실상 2백60억 재산 규모도 1차 재산 공개 이후 이의원측의 집요한 ‘몸피 줄이기’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의원측은 1차 공개직후 문제가 됐던 서초동 금싸라기 땅 매각을 서둘러, 지난 5월말 서울 변호사회와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평상시 평당 2천5백만원대로 거래되는 이 지역에서 이 땅은 이의원측 사정으로 평당 1천2백75만원에 팔렸다. 잔금 결제와 등기 이전이 신고 기준일인 7월12일 이전에 완전히 종결되지 않은 탓에 이의원이 신고한 재산 항목에는 포함됐지만, 재산 총액에는 상당액이 빠지게 된 셈이다. 이미 고려대 교우회에 기증하기로 결정하고 이전 절차까지 끝낸 경기도 화성군 임야 1만평은 재산 항목에서 아예 빠지게 됐다.

 그러나 이의원의 이같은 집요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20억원대라고 신고한 금융 자산을 둘러싸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의원이 현대 계열사 주식을 비롯해 채권과 주식을 상당수 갖고 있다는 그동안의 소문과 최근의 부동산 매각 대금에 비추어, 신고한 금융 자산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의원측은 “18만주나 갖고 있다는 소문이 나돈 현대주의 경우, 현대측이 이의원도 모르게 이의원 이름으로 주식을 분산해 놓은 것이며 그나마도 계열사·보험회사 명의로 돌려 놓았다. 신고하지 않은 금융자산은 절대로 없다. 두고 보라”면서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많아도 구설수, 소문보다 적어도 구설수니 어쩌란 말이냐는 게 이의원측 푸념이다.

민주 부대변인 빈소에 없애자던 조화만 즐비
춘천 보궐선거를 지원하려고 동분서주하다 교통사고로 숨진 민주당 김도연 부대변인의 빈소에는 정치인과 재야 인사 들의 조문 행렬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그를 애도하는 정치인 가운데 일부의 마음 씀씀이가 평소 깨끗한 정치를 주장해온 고인의 뜻과 어긋나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민주당이 돈 안쓰는 정치를 실현한다는 뜻에서 조화를 보내지 않겠다고 결의한 것이 엊그제 일처럼 생생한데, 고인의 빈소에는 의원의 이름표가 달린 조화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민주정치개혁모임의 이부영 이석현 원혜영 박계동 의원 등은 간단한 조기와 초합만을 보냈는데, 이들이 보낸 마음의 표시는 저만치 안보이는 곳에 치워져 있었다. 사연을 알아보니 이들 의원의 보좌관들이 자기가 모시고 있는 의원이 다른 의원들에게 너희만 깨끗하냐는 소리를 들을까 봐 치워버렸다는 것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현재 ‘계보 정치가 올데까지 왔다’‘당이 깡패나 야쿠자 조직처럼 돼가고 있다’는 한탄 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그와 함께 ‘젊은 국회의원들이 이제는 아무도 자기 소신을 밝히려 하지 않는다’고 자조하는 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최고위원회의 9인 체제로 말미암은 계보 정치의 폐해 속에서 소장파 의원들의 개혁 의지가 목졸리고 있다는 얘기이다.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조화와, 저만치 안보이게 치워져 있는 젊은 의원들의 ‘마음’은 민주당의 속사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재기 노리던 민자 TK 의원들 대구 보선 패배로 낙심천만
8·12 대구 동을 보궐선거에서 민자당이 盧東一후보를 공천한 것은 전적으로 이 지역 출신 의원들의 추천에 따른 것이었다. 민자당 지도부는 대구 지역의 민심을 감안해 대구·경북 출신 의원들의 합의를 그대로 따랐다. 이에 따라 金瑢泰 의원이 노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고, 金潤煥 의원이 총지휘를 맡아 이 지역에 거의 상주하면서 노후보의 선거운동을 벌였다. 나머지 대구 지역 민자당 의원 5명도 마치 자기 일인 양 총력을 기울였다.

 선거에서 졌다고 해서 이들에 대한 문책이 뒤따를 것 같지는 않다. 金泳三 개혁의 중간 평가라고 의미를 부풀렸던 민자당은 ‘지역 선거에 불과하다’고 의미를 축소하면서 참패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대구 ‘끌어안기’의 필요성이 더 높아졌기 때문에 두 김의원을 문책하기도 어려운 입장이다. 그러나 이들 대구·경북 의원들의 행동 반경은 앞으로 상당기간 좁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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