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급한 상황이다”
  • 파리.진철수 유럽지국장 ()
  • 승인 1991.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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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쿠르드연구원’ 인권문제책임자 카무란 지 키칸씨 인터뷰

 유럽에 사는 쿠르드 인구는 약 60만, 프랑스에는 6만명이 살며 다른 나라에 비해 지식인 망명객이 많이 모여 있는 편이다. 따라서 쿠르드민족의 고유 언어와 문화를 살리는 목적을 가진 쿠르드연구원도 8년 전 제일 먼저 파리에 생겼다. 이 연구원에서 인권문제 책임을 맡고 있는 카무란 지 키칸씨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방관만 하고 있는 미국의 태도에 실망을 표시했다.

●메이저 영국총리가 쿠르드 난민이 안주할 수 있는 ‘보호지역’을 이라크 내에 만들어 국제관리하에 운영하자고 제안했으나 이라크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라크정부는 뭐든지 거부하니까 문제 삼을 것도 없다. 이라크정부는 전체의 15%인 바트당계 사람들의 지지밖에 못받고 있어 이미 정통성을 상실했다. 피난민이 1백만명이 넘을 것이므로 급한 대로 구하자는 임시조처는 될지언정 장기적인 정치적 해결은 못된다. 쿠르드민족은 투표권도 있고 야당도 구성할 수 있는 상황을 원한다.

●다국적군이 이라크군을 더 약화시킨 다음 휴전했어야 한다는 의견도 들리는데….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내에서 군사적 정권전복을 원하다는 얘기를 여러번 했다. 그러나 사담 후세인 일가가 권력을 단단히 쥐고 있으므로 그럴 가망이 없다는 것을 미국도 알았을 것이다. 또 전쟁중에 다국적군측 아랍 지도자들이 이라크 야당 인사들과 공공연히 회담을 했다. 이는 전쟁이 끝나면 이라크의 정체가 바뀔 것이라는 암시를 해준 것으로 봐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미국이 가담해야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데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국적군쪽에서 정치적 압력을 가함으로써 문제가 해결되기를 원하는 것인가, 군사적 해결을 기대하는 것인가?
 불행히도 미국의 여론은 베트남전 관계도 있으므로 군사적 개입으로 해결하는 것은 피하려한다. 지금 쿠르드민족 수백만명이 피난길에 나설 기세다. 이란이나 터키가 이들을 받기는 하고 있으나 단기적 수용일 것이다. 이 어려운 시점에서 유엔은 이라크에 압력을 가하거나 아니면 다국적군이 무력으로 쿠르드민족에 대한 제노사이드(민족대학살)를 중지시키고 국민투표로 민주정부가 들어설 수 있도록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다. 이라크 북쪽에서는 쿠르드족이, 남쪽에서는 시아족이 피난한다는 것은 유엔정신에도 어긋난다. 살던 땅을 떠나야 한다는 것을 잘못이다. 시간이 급한 상황이다.

●88년 이라크군이 가스를 뿌려 쿠르드 사람 4천명이 사망했다고 보도되었다. 그때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 부인의 주선으로 피난민을 받아들였다는데 몇 명이나 왔나?
 89년에 3백50명이 왔으며, 그후 세차례에 걸쳐 난민이 50명씩 왔다. 당시에 터키로는 12만5천명, 이란으로는 30만명의 피난민이 갔다. 그러나 터키의 경우 캠프가 세군데 생겼는데 두곳은 완전히 격리된 상태에 놓여 있었다. 심지어는 난민들을 이란쪽으로 쫓아냈기 때문에 지금 터키에는 당시 난민 중 3만3천명밖에 안 남아 있다.

●쿠르드민족의 어려운 사정이 그동안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고 생각되는데 앞으로의 전망은 어떤가?
 89년 화학무기 사용 금지책을 의논하기 위한 국제회의가 프랑스의 제창으로 파리에서 열렸다. 희생자임에도 불구하고 쿠르드 대표는 이라크의 반대로 회의에 참석조차 못했다. 국제사회의 이해를 얻으려면 아직 멀었다. 지금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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