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파국 땐 개혁시기 놓쳐"
  • 프라하.김성진 통신원 ()
  • 승인 1991.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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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연방국회 부의장 즈데넥 이진스키

 국회 부의장실은 그 지위에 비해 초라할 정도로 소박했다. 10평이 채 못돼 보이는 부의장실은 책으로 가득차 있었다. 국회 부의장 즈데넥 이친스키 박사. 체코인으로서는 국회내에서 최고위직에 있는 사람이다.
 
그의 비서들은 아직까지도 그를 "교수님"이라고 부른다. 체코의 명문 찰스대학의 공법학 교수로 더 유명한 그는 '정치' 때문에 대학을 사직했지만 명함에는 '교수'라는 글자가 큼직하게 박혀 있고 그 밑에 '체코슬로바키아 연방국회 부의장'이라는 작은 글자가 인쇄돼 있다. 그만큼 그는 학문에 애착이 강하다.

슬로바키아 공화국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서는 우려할 만한 시위가 계속돼왔다. 국회 지도자로서. 또 실질적인 체코 민족의 지도자로서 현상황을 어떻게 진단하는지.
 지난 1918년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하나의 국가로 출범한 이후 슬로바키아인의 독립요구 시위는 브라티슬라바에서 계속돼왔다. 소련이 이 땅을 침략한 이후 그들의 독립요구 시위는 점점 더 격렬해졌다. 이 때문에 스위스나 캐나다 등지로 망명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기본적으로 나는 슬로바키아의 독립을 지지한다. 그러나 이 경우 '독립'이란 의미는 슬로바키아가 개별적인 독립국가를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체코와 동등한 입장에서 진정한 연방국가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각 연방은 개별적인 정치체제를 가져야 한다. 그러나 국제적인 접촉에서는 하나의 연방공화국으로 대응하는 것이 두 공화국 모두에 유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벨 대통령이 이미 슬로바키아 문제를 놓고 국민투표를 언급했다. 국회 차원에서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가.
 우리 모두는 국민투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현재 국회 차원에서도 많은 의견교환을 하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지금 예정으로는 5월에 국회에 상정해서 의결되는 대로 가능한 한 빠른 시일에 국민투표를 실시하려고 한다.

체코인들은 슬로바키아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가.
 두 공화국은 정치적·역사적 배경이 다르다는 특수성이 있지만 두 민족은 한 나라의 국민이라는 동질감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체코의 도시 프라하가 수도이고 두 민족의 언어가 다르다는 차이점 때문에 실질적인 동질성 확립에 어려운 점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거시적으로 볼 때 특별한 문제는 없다고 확신한다.

슬로바키아인들은 체코인에 비해 불평등한 대우를 받아왔다고 말한다.
 사실이 아니다. 우리의 정치사를 살펴보면 오해를 풀게 될 것이다. 잘 알다시피 우리는 소련의 지배를 받았다. 소련의 경제정책을 기본적으로 체코슬로바키아의 이익이 아니라 소련의 이익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다시 말해 슬로바키아가 소련 영토에 가깝다는 이유로 인해 공해산업을 그곳에 설치했다. 그나마 우리는 소련이 생산품을 사가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그러나 지금은 소련이 구매력을 잃었고 낙후된 기계로 생산된 상품을 어떻게 처리할지 난감하다. 이것이 체코에 비해 슬로바키아가 낙후된 원인이다. 결코 체코가 슬로바키아에 대해 의도적인 차별대우를 한 것은 아니다.

슬로바키아인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뜻인가.
 많은 사람이 하벨이 체코인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엄밀히 말해 '체코인'이라는 말도 보헤미아인·메레인·체코인이 포괄된 개념이다. 체코 안에는 그밖의 소수민족도 많이 있다. 과거 슬로바키아인이 권력의 정상에 있었던 적도 많다. 후사크 대통령(69년 취임)은 그 대표적인 경우이다. 현재도 마찬가지이다. 연방정부의 3대요직은 대통령·국회의장·연방총리인데 이 가운데 대통령을 제외한 국회의장과 연방총리는 슬로바키아인이 맡고 있다. 슬로바키아인에 대한 정치적 차별은 결코 없다.

동유럽 개혁의 관건은 경제라고 생각한다. 체코슬로바키아의 민족문제는 걸음마를 시작한 경제개혁에 치명타를 가할 가능성도 있지 않은가.
 물론 슬로바키아가 독립국가가 된다면 우리의 경제는 큰 난관에 봉착할 것이다. 자본집적·기술습득·공장건설 등이 점진적으로 실현되어야 하는데 두 공화국이 정치적 파경을 맞는다면 개혁시기를 놓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경제개혁 문제에 있어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한 예로 실업자 수는 점점 더 늘어가고 있다. 지금은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유고슬라비아에서 연방군은 통합을 지지하는 세르비아 공화국의 지주가 되고 있다. 체코 연방군은 어떤가.
 체코 연방군에게 특별한 정치적 역할은 없다. 정치와 군대는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

개혁 이후 체코슬로바키아 연방과 남북한 관계도 상당히 변했다. 그 과정에서 북한과의 관계가 악화되지 않았는가.
 소련 제국주의로 인해 우리는 오랜 기간 북한과만 교류해왔다. 그리고 국제사회에서 북한만을 지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상황은 변했다. 동유럽권에 영향을 끼치던 소련의 힘이 현저히 줄어들면서 북한을 지지하던 기반도 동시에 무너져버렸다. 체코슬로바키아는 앞으로 한국과의 정치·사회·경제 등 다각적인 교류가 증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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