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삶'영상화, 돈이 없다
  • 연변.성우제 기자 ()
  • 승인 1993.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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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 작가 이철룡씨 '26부작 드라마'시나리오 88년 완성했으나...



 연변 작가 李哲龍씨(40)는 김 산의 '불 같은 생애'를 만나는 바람에 삶의 행로가 바뀐 사람이다. 88년 유동호씨의 소개로 자료를 찾아나서면서 김 산의 진면목을 알게 된 그는 그해 8월 김 산 일대기를 그린 시나리오를 발표하고 모든 작품 활동을 중단했다. 연변텔레비전 방송국에서 대하 드라마로 만들기로 했던 약속이 제작비 문제로 깨지자, 2년 전 직접 드라마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 사업가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김 산을 만나자마자 이런 위대한 사람이 있었구나 하고 단번에 빠져들었다. 한글판을 네 번,일어판을 두 번, 홍콩판을 두 번 읽었다. 자료 수집후 바로 작업에 들어가 3개월간 집밖에 한 발짝도 나가지 않고 썼다." 그의 작품은 총 26부로 구성되어 있다. 26회 분량의 대하 드라마인 셈이다. 이씨가 영화가 아닌 텔레비전을 선정한 것은, 단 몇시간짜리 영화로는 '김 산의 위대한 생애'를 도저히 담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 산의 33년은 보통 사람들의 1백년 이상을 능가하는 융축된 삶이었다"고 이씨는 말했다. 그가 추정하는 제작 비용은 중국 인민화폐로 1백50만元(한화 약 1억5천만원)정도이다. 그는 지난해부터 한국 방송국들의 문을 두드려보고 있지만 좋은 소식은 아직 듣지 못하고 있다. 그는 한.중 합작을 하면 인건비가 싸고, 중국 곳곳에 자연스러운 세트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드라마 제작이 훨씬 쉬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철룡씨가 소설이 아닌 시나리오 집필에 착수하게 된 것은 유동호.김창호 씨 같은 연구자들이 아이디어를 주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여러 나라에 김 산의 진면목을 알리는 데 드라마보다 효과적인 매체가 없다고 판단했다. 중국에서의 합작 준비를 다 마쳐 놓았다는 그는, 드라마가 제작되기만 하면 중국의 여러 방송구고가 홍콩.일본 등 김 산의 생애에 관심이 많은 나라에 쉽게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한다.

 "정확한 역사에 근거하지 않은 부분이 많아 김 산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는 몇몇 연구자들의 비판에 대해 그는 "시나리오는 언제든 수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씨의 시나리오를 읽고 제작 비용에 보태쓰라며 지난 88년 중국돈 1만元(한화 약1백만원)을 선뜻 내놓은 사람도 있다. 제작비를 지원한 지인철씨(당시 연길시 제2백화상점총경리(사장))의 한달 월급은 1백80元(한화 1만8천원)이었다. 70년대말 등단한 뒤로 수십편의 장편.단편 소설을 발표하고 6편의 시나리오를 집필한 이씨는, 지난 5월부터 진주〈경남일보〉에 몇 년 전 작품인 〈태양광장〉을 연재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영화감독 이장호씨가 텔레비전 미니시리즈용으로 15부작 〈아리랑〉을 구상하고 KBS측에 얘기를 건넸으나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이감독은 〈아리랑〉텔레비전 시리즈를 먼저 마친 뒤 영화화할 생각이다.■
연변.成宇濟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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