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이용한도 축소
  • 장영희 기자 ()
  • 승인 1991.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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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의 월 이용 최고한다고 지난 2, 3월에 축소된 데 이어 다음 달에 또다시 줄어들 예정이다. 과소비를 막는다는 명분의 동조론과 급전융통의 길을 봉쇄한다는 반론이 맞선다.

찬. 서남원 서울대 전기공학과 졸업.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버클리) 경영학박사. 한국 과학원 대우교수

신용카드를 얼마나 갖고 있는가?
은행계와 백화점 카드 등 5개가 있다.

재무부의축소 조치를 타당하다고 보는 이유는?
발급된 신용카드의 수가 1천만매를 돌파하여, 국민 4명당 1매꼴에 달하고 있다. 카드의 긍정적 기능이 많으나 부작용도 없지는 않다. 이용한도의 과다가 가장 문제가 된다고 본다. ‘외상이면 소도 잡아 먹는다’는 옛말도 있듯이 미래의 지불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사들이는 구매행태가 무제이다. 외국과 비교해보면 우리는 가득액(월수입)에 비해 구매비중이 높다. 미국은 1인당 평균 9장의 카드를 갖고 있지만 채무액이 월소입액의 20%를 넘지 않고 있다. 구매정도는 최소한 자기벌이의 50% 내에서 조정돼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용한도 축소조치응 규제가 아니라, 과도한 수준을 정상적인 궤도로 떨어뜨리는 조치로 해석돼야 한다. 또 통화관리를 어렵게 한다는 문제도 다소나마 해소랄 수 있을 것이다. 신용카드를 사용한 구매는 은행에서 돈이 나간 것과 마찬가지다. 수요측면의 물가불안 요인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것이다. 카드회사도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무분별한 사용으로 부실채권(2월말 현재 백화점 카드를 제외한 8개 카드사의 3개월 이상 연체금액은 3천88억원)이 많이 발생한다면 이는 해당 카드사의 경영을 압박한다. 길게 보면 이용한도 과다가 좋을 것이 없다.

축속 전의 기준액이 과도한 수준이고 조정 후 기준액이 정상이라면 기준이 있어야 하지 않는가?
 전체적인 적정한도를 정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이번 조치로 카드의 긴급 소비자금융 지원이라든가 근거과세에 기여하는 기능 또는 효율적인 결제수단 등 여러 순기능들이 억눌리지 않을까 우려하는 이들이 많은데.
 신용카드의 순기능은 물론 살려내야 하지만 경제상황이나 소득수준으로 봐서 전체 규모가 이상팽창했다면 조정이 필요하다. 이는 우리 사회가 진정한 신용사회로 가는 데 오히려 바람직한 일이다. 카드사의 무리한 회원늘리기 경쟁은 격에 맞지 않는 카드 소지자를 양산해냈다. 예컨대 특별회원(VIP카드 소지자)의 비중이 서구는 10%가 못되는데 우리는 20%가 넘는다.

잦은 규제조치로 경제자율화에 역행된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정부는 통화관리 물가안정이라는 경제상황을 조정해야 할 책임이 있다. 개별 민간경제 부문은 자신의 이해가 앞서기 마련이고 중립적 견지에서 이루어진 조정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어쨌든 이용자가 큰 불편을 겪지 않겠는가?
 일종의 완충기간이라고 받아들이면 어떨까 싶다. 이용한도가 줄어든다는 것은 여기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사람에게 큰 타격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신용카드 물품 구입은 몇 개월 내에 갚아야 하는 외상이다. 이용한도 축소는 강제적이나마 자제의 역할을 할 것이다.

카드사는 영업에 타격을 받고 있다고 불만이다. 또 잦은 약관변경을 알리기 위한 비용도 적지 않다는데.
 그들은 그들대로 받을 것을 다 받고 있다. 결제기간을 넘기면 고율의 연체금리를 적용하고 있으며, 회비 등 자신들의 이익찾기에 밝다. 이번 조치가 존립기반을 위협한다는 주장은 과장이라고 본다. 그동안 카드업계가 이상호황을 누려온 것이다. 또 카드 소지자 절대수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고 카드이용이 크게 축소되는 것도 아니다. 쓸 사람은 쓴다. 카드사들은 신제품 개발 등으로 서비스의 질을 높여 영업력을 신장시켜야 옳을 것이다. 변경된 약관을 알리는 데 드는 비용도 별도로 지불된다고 보기 어렵다. 매월 배달되는 광고물을 통해 알리면 된 것이다.

이번 규제로 인해 편법이 등장하면 더 큰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느 주장이 있다. 카드를 1개 쓰던 사람이 2~3개를 만들게 된다는 것이다. 카드 사용을 억제함녀 일시적으로 사용금액이 줄어드는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현금수요가늘어나게 돼 정책의 실질적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두 유형이 있을 수 있다. 카드를 여러 개 만들어 축소분을 보전 하겠다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그렇게까지는 할 필요가 없다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앞의 사람은 무절제한 소비생활을 계속해 파산에 이르게 될 곳이고 뒤의 사람은 구매 제한을 받아들여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유형을 선택하느냐는 자신의 마음먹기에 달렸다. 조치의 실효성은 사람들이 얼마나 협조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반.  김문환 서울대 법학과 졸업. 서울대 법학박사. 미국 산타클라라대학 풀브라이트 교환교수

신용카드를 몇 개나 사용하고 있는가?
 은행계 등 총 9개를 갖고 있다.

이용한도 축소에 반대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카드의 효시는 69년 신세계백화점 카드이지만 80년대 은행계 카드들이 생겨나면서부터 대중화되었다. 정부는 신용사회를 연다는 목표로 카드이용을 적극 권장하는 정책을 펴왔다. 일반인이 카드의 구실도 모를 때 정부가 앞장서 홍보해왔던 것이다. 회원수가 1년에 수백배씩 늘어나는 양적 팽창이 계속됐다. 그러다가 87년 8월 신용카드 어법이 입안되면서 정부의 카드정책은 ‘권장’에서 ‘규제’로 돌변했다. 소비자보호를 양념으로 넣었을 뿐인 이 법은 거꾸로 카드사를 규제하는 무기로 등장했다. 무조건 늘리면 문제구나하는 인식이 정부내에 생겨난 것이다. 이때부터 사용한도 규제 조치가 잇따랐다. 올해는 2, 3월읠 축소조치에 이억 6월에도 월 이용 최고한도를 다시 낮추려는 것 같다. 카드업법 10조(거래조건의 주지의무)를 보면 재무부령에 의해 이용한도 등을 조정할수 있다고 되어 있지만 주체가 카드사로 돼 있어 규제의 법적 근거가 모호하다. 경제 민주화의 기본맥락과도 모순되고 있다. 양적 팽창에 따른 후ㅠ유증을 조정한다는 명분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오는 6얼의 축소조치는 너무 심하지 않느냐는 생각이다. 서민들의 급전융통의 길이 거의 봉쇄되고 있다는 점이 우선 문제다. 서민들이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쉽게 돈을 빌릴 수 없는 상황에서, 심하게 말하면 강도로 변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카드를 이용한 신종 사채놀이의 성행도 서민들의 급전융통의 길이 사실상 먹혀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과소비의 온상이라는 정부의 지적은 설득력이 있어보인다.
 경제의 덩치가 커지면서 소비가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물론 소비조장의 책임이 카드에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미국에서도 카드사용으로 인한 개인파산의 경우가 매우 많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과소비는 ‘카드남용’이라는 그 사람의 인성 탓이지 카드 자체라고 말하기 어렵다. 카드는 과소비의 도구로 쓰일 뿐이다. 정부가 할 일은 이요한도를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카드에 대한 경제교육을 강화하는 정도라고 본다.

통화관리에 부담을 준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등 외국의 카드는 연 20%의 비싼 이자를 내긴 하지만 3천달러까지 1년간 빌릴 수 있다. 은행의 대출과 흡사한 것이다. 우리는 카드로 빌린 돈을 그 다음달에 결제하는데 무슨 통화관리에 압박이 되는가. 통화증발을 유발한다는 것은 넌센스다. 외국의 카드가 회전식 신용방법(리볼빙 시스팀)을 택한, 그야말로 신용카드라면 우리는 외상카드 기능밖에는 없다.

정밀준석을 해봐야 할 일이지만 고정 전의 이용한도가 과다하다는 지적이 있다.
 적정수준 여부를 따지는 작업에 동의한다. 규제일변도로 자르는 식보다는 전체 카드 소지자의 이용실태와 경제외형에 따른 잣대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조정 전 한도가 적정한지는 단언 할 수 없지만 규제조치가 몇 달 건너 되풀이되는 것은 곤란하다.

카드의 역기능도 배제할 수 없지 않은가?
 어떤 것이나 순기능과 역기능은 있게 마련이다. 카드의 역기능은 이용한도가 과다한 것이 아니다. 정보관리상 소비생활의 정보가 공개돼 있다는 것이 문제다. 1천만명의 소비생활을 알면 《1984년》시의 ‘빅브라더’가 나올 우려가 있다.

신용카드사들이 고객에 대한 서비스보다회원확보 경쟁을 통한 이익올리기에 급급, 불량거래자를 양산하는 등 부작용을 만들었다는 지적이 ㅁ낳다. 결국 규제를 자초했다는 것인데.
 미국은 60년대 중반, 개한테도 카드가 발급될 만큼 극심한 혼란기를 겪었다. 우리도 10년 동안 엄청난 양적팽창을 하기는 했지만 미국과 같은 혼란상은 없었다. 초고속 팽창의 책임을 묻는다면 카드 확대를 독려한 정부에 1차적 책임이 있다. ‘국민주광풍’ 비슷하게 카드붐을 조장했기 때문이다. 신용평가 기준이 미흡한 상태에서 카드 발급을 남발한 책임은 카드사에도 있다.

대안이 있다면 무엇인가?
 카드회원의 신용상태를 종합적으로 들여다보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 지금부터라도 카드업을 억누르기보다는 카드사로 하여금 카드에 대한 연구를 하도록 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장단점을 널리 알려 이용자로 하여금 잘 사용하도록 유도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될 때 우리의 신용카드는 양적 성장에서 질적 발전기로 도약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거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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