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이 정신차려야 지속성장 가능
  • 매기 포드(파이낸셜 타임스 서울특파원) ()
  • 승인 1990.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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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는 현재 대외지향적인 수출위주의 경제전략으로부터 대내적인 구조조정을 강조하는 단계로 들어섰다. 거시적인 측면에서 보면 지난 수년간의 눈부신 경제성장의 결과 한국경제는 어느 정도의 어려움을 감당해낼 만한 여력이 있다고 본다. 한국이 이룩해야 할 현 시점에서의 과제는 민주화 정착, 무역압력, 그리고 인플레 압력의 해소 등인데, 최근 몇 년간의 경제적 성공으로 이러한 문제들을 감당할 수 있는 완충장치를 갖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폴란드의 경우는 급속한 민주화 과정을 겪고 있지만 경제 실패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고, 그것은 민주화 과정에 상당한 장애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한국은 훨씬 큰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영국의 노사갈등도 1926년의 총파업으로 절정을 이루었으나 노사 양측의 오랜 기간의 타협과 양보로 제자리를 잡았다. 실로 1백여년에 걸친 길고 지루한 노사관계의 점진적인 관계개선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민주화와 함께 누적된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오고 있다. 한국인들은 모든 문제를 빠르게 해결해왔기 때문에 노사문제도 조속한 시일 안에 해소될 것으로 믿지만,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이루기 위해서는 재벌을 중심으로 한 기업인들의 노동자들에 대한 인식이나 태도가 상당부분 시정되어야 한다. 대화와 타협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취약점이라 할 수 있는 빈부격차가 하루빨리 시정되어야 한다. 최근 정부가 토지공개념, 금융실명제 도입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이는 매우 올바른 정책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재벌기업들이 모든 것을 다하려는 사고방식에서 탈피해 자신들이 잘 할 수 있는 몇가지 전문분야를 골라 세계 10위 안에 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한국 상품의 국제경쟁력은 실제로 현격히 저하되었다. 하루빨리 잃어버린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자기 고유영역을 지켜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최근 몇몇 대기업체 중 三美특수강이나 鮮京의 경우와 같은 과감하고 전문화된 생산과 투자의 자세는 매우 높게 평가받을 만하다.

 한국이 현재 겪고 있는 진통기를 극복, 보다 성숙된 민주 · 자본주의로 가기 위해서는 적어도 2~3년의 세월이 필요한 것으로 본다. 정치적으로 살피면 한국은 인근 국가 가운데 가장 민주적인 정치 체제를 갖춘 나라이다. 따라서 독창적인 사고와 민주적인 사고가 더욱 요구되는 미래의 세계에서 한국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한국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역시 우수한 인력이라고 본다.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 중에서는 자원이 부족한 나라들이 많은데 이들 국가들의 경제적 성공은 결국 그 나라 사람들의 근면함이 이루어놓은 성과이다. 따라서 나태한 아르헨티나와 한국을 비교한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한국은 대외 지향적인 성장위주 경제정책으로 일관해왔지만, 이제부터는 복지 · 분배문제 등, 대내적인 문제를 균형있게 발전시켜 나아가야 할 시점에 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발생하고 있는 경제문제들을 시정하려는 정치적인 해결책이 모색되어야하고, 특히 기업인들의 인식전환과 보다 과감한 기업정신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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