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얼굴 / 최재욱 민자당 사무 1부총장
  • 김재일 차장 ()
  • 승인 1993.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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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웅산 생환 10년째 TK정서 업고 '부활'

민자당 최재욱 의원(대구 달서 을)이 사무 제1 부총장으로 임명된 10월9일은 그가 재득명한 지 꼭 10년째 되는 날이다. 그는 83년 10월9일 전두환 대통령의미얀마 방문 중 일어난 아웅산 폭파 사건 때 죽음 일보 직전에서 살아났다. 중상을 입은 그는 귀국해 4개월 동안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는 '좀더 바쁘게 살라'는 하늘의 명령으로 알고, 다시 태어난 10살배기의 심경으로 일에 혼신의 힘을 쏟겠다고 말한다. 그가 할일이란 우선 1년반밖에 남지 않은 지방자치 단체장 선거를 대비해 일선 조직을 정비하는 것이다.

 그를 사무총장에임명한 것이 대구?경북 지역 정서에 대한 배려에서 나온 것이 아니냐는 물음에 그는 "모친상을 당하고 올라오자마자 통고 받았기 때문에 임명 배경이나 과정을 전혀 모른다"라며 말꼬리를 돌렸다. 그러나 그는 "대구 사람들은 30년 집권 과정에서 자신의 문제에 눈을 안돌렸으나지난해 처음 발표한 지역총생산액(GRP)이 전국 15개 시?도 중 14위를 차지한 현실에 대해 자각이 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라며 대구 지역 정서를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이 '자각'을 특정인의 직위가 자신의 출세와 영달이 아닌 시민 전체의 이익과 안녕을 위한 봉사의 자리라고보는 정서가 형성되고 있다는 증거로 보고 있다.

 최부총장은 5공 때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고, 6공 때 민정계 관리자였던 박태준 전 최고위원의 비서실장을 역임해 '지난 시대의 인물'이라는 시각이 있다고 하면서, 자신도 '청산 현미경의 대상'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국민의 요구가 나쁜 점을 청산하는 것과 좋은 점을 계승하는 것이 반반으로 나뉘어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따라서 앞으로 정치권이 청산의 주체와 대상으로 갈라지는 것이 아니라 국정운영의 공동주역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의 입장은 곧 과거 청산만이 개혁은 아니라는 시각을 포함한다. 그러나 그는 국민의 정서로 볼 때 과거 성찰 작업이 완료될 시점이 아직 아닌 것 같다는 견해를 조심스럽게 밝힌다.

"국회는 국민 전체 판도의 복사본이어야 한다"

 화제가 박태준 전 최고위원으로돌아가자, 그는 돌연 침울해졌다. '수년간 모셨던 분'의 정치적 몰락을 보는 그의 얼굴에는 괴롭고 착찹한 표정이 역력하다. 그는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린 박 전최고위원을 끝까지 보좌해 '의리의 정치인'이란 평을 들었다.

 당 사무처 직원들은 대체로 그의 부총장 취임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직원은 "최부총장은 자질상 전임자와 차이가난다"라고 말한다. 그의 강점으로는 소탈함과 합리성, 그리고 친화력이 꼽힌다. 신문기자 출신인 그는 꽤 오랫동안 최고 권부인 청와대에서 근무했고, 신문사 사장을 역임했다. 그는 이른바 '거들먹거릴 수 있는 자리'를 거쳤으나 성격 덕분에 건방지다는 소리를 듣지 않았다고 한다.

 그가 청와대 대변인을 할 때 몇몇 기자와 함께 삼청동의 한 허름한 술집에 들른 적이 있었다. 같이 간 기자들이 이야기 도중 '청와대 대변인'이라고 부르자 집 주인이 관명 사칭으로 경찰에 신고했고, 순경이 나와 '진짜'임을 확인한 일화가 있다. 그의 성품이나 차림이 얼마나 소탈한지를 보여주는 일화다. 최부총장은 하루에 몇 명이라도 모여 이야기하지 않으면 좀이 쑤실 정도로 여러 사람과 어울리기를 좋아한다.

 그는 국회가 국민 전체 판도의 복사본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선거법을 혁명적으로 바꿔 돈 안쓰는 선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처럼 금권 선거가 만연할 경우 국민의 대표성이 왜곡된다는 것이다.

 한때 김영삼 대통령의 정치적 라이벌의 비서실장이었던 그를 부총장에 임명한 것은 현정국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성격이 다른 권력의 등장과 과거 청산 작업에 따른 특정 지역의 정서를 반영한 하나의 삽화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를 발탁한 것은 재산 공개를 통해 검증된 민정?공화계 의원을 등용하는 신호탄인지도 모른다.

 정치란 50%는 국민의 뜻에 따라야 하나, 다른50%는 여론을 선도해 나중에 박수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최부총장이 어떻게 자신의 위상을 확보해 당의 한부분을 끌고 갈지 눈여겨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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