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밟힌 남편 명예는 어찌합니까”
  • 남문희 기자 ()
  • 승인 1993.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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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는 기자들의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나중에는 전혀 부질없는 짓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위도면 파장금에서 ‘바다 커피점’이라는 다방을 운영하고 있는 백운두 선장 부인 김효순씨(53)는 지난 20일 한차례 폭풍이 지나간 뒤 차분한 표정으로 악몽 같았던 날들을 회상했다.

 김씨는 “승객들의 목숨을 책임진 선장의 부인으로서 유족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라며 침통한 표정을 짓다가도, 문제의 ‘백선장 생존설’에 이르면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우리집 양반은 절대 그럴 분이 아니라고 성실하게 대답하곤 했지만, 나중에 기사가 나온 것을 보면 가족들이 한 말은 한마디도 없고, 엉뚱한 사람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만 잔뜩 나와 있었다. 심지어는 시신이 발견되던 그 날 아침에도 검찰 수사관들이 찾아와 온 집안을 이잡듯이 뒤지기도 했었다.”그는 언론과 검찰에 대한 극도의 불신감을 나타냈다.

 때아닌 선장 생존설로 인해 가족이 당한 고통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백선장의 장례식을 치른다는 소문을 들은 승객 유족들이 우르르 달려드는 바람에 장례식조차 남몰래 치르는 등 슬픔을 밖으로 드러내는 것조차 힘들었다. 가족의 마음을 무엇보다 아프게 한 것은, 그동안 위도의 발전을 위해 헌신해, 주민 사이에 신망이 높았던 백선장의 명예가 생존설로 인해 여지없이 짓밟힌 점이었다. 가족들은 현재 그동안의 언론 보도 등을 검토해, 자료를 수집한 후 백선장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법적 조처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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