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에서 마무리’50%의 의미
  • 김승웅 주간대리 ()
  • 승인 1990.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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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자·평론가들 본지 등 全斗煥씨증언 여론조사 결과를 ‘정치적 자학’으로 진단

全斗煥씨 증언을 지켜 본 국민들의 시각에 커다란 空洞현상이 나타나 있다. 국민 열사람 가운데 여덟사람이 全씨증언을 “불성실”하다고 지적했다. 불성실하다면 의당 청문회의 무효나 재증언 또는 처벌을 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야 당연한데도, 증언시청자의 44%가 5공청산을 “이 정도에서 마무리짓는 것이 좋다”는 예상밖의 답변쪽으로 기울어 있는 것이다.

이같은 시각의 錯綜내지 空洞현상은 全씨 증언 직후인 지난 1월1~2일에 걸쳐 《시사저널》이 전국 20개도시의 남녀 9백8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여론조사 결과 밝혀졌다.《시사저널》은 5만여 정기구독자들을 위해 연말연초의 휴무를 거른 채 全씨증언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 그 내용을 특별호(1월4일자,비매품)를 통해 전국의 독자에게 배포한 바있다.

이번 조사는 고려대 吳澤燮, 李載昌교수팀과 《시사저널》조사분석실팀과의 합작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전두환씨의 증언에 대해 “성실했다”는 답변은 6.7%에 불과했다. ‘불성실’을 지적한 응답자는 80.6%에 달했다. 그 내역을 학력별로 보면 대졸자가 84.9%인데 비해 국졸은 64.9%에 그쳐 고학력일수록 全씨증언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문제의 空洞원인이 되는 “이쯤해서 마무리….”의 답변이 44.1%에 이른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가.

《시사저널》의 조사에 이어 4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5공청산을 “종결하는 것이 좋다”에 54.3% (조선일보) “이 정도로 매듭짓는 것이 좋다” 52.5% (동아일보) 등 엇비슷한 답변이 나왔다.

다시 말해, 대단한 불만(심지어 분노)을 지니면서도 이 불만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체념이 국민의식의 밑바닥에 짙게 깔려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러한 체념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긍정적인 측면에서 따진다면, 12·15의 ‘대타협’에 국민들의 과반수가 찬동, 80년대의 고질문제로 더 이상 부심해서는 안된다는 국민적 준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아니면 정치권에 더 이상의 기대를 걸 수 없다는 판단하에, 그럴바에야 국민 하나하나가 마음을 고쳐잡고 ‘덮어버릴 것을 덮어버리는’ 수준 높은 정치적 민도의 표현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위의 두가지 이유는 큰 설득력을 갖지 못할 성싶다. 3社의 여론조사를 지켜본 정치학자나 평론가들은 이러한 시각의 交錯이나 空洞현상의 원인을 국민들의 ‘비관적 打算’에서 찾고 있다. 한 정치학자의 말이다. “팽창한도를 넘은 용수철에 비유할 수가 있어요. 너무나 늘어난 용수철은 원위치로 다시 줄어들지 못하는 법 아닙니까?”

5공청산의 방식과 절차를 놓고 2년 남짓 끌어온 정치권의 작태에 회의와 실망을 되씹어 오면서도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국민들이 막상 全씨증언의 뚜껑을 열고 나서 느꼈을 좌절과 회환을 이 학자는 늘어난 용수철로 비유하고 있는 셈이다.

탄력이나 수축능력을 잃은 국민감정은 자칫 자포자기나 정치적 자학의 단계로 까지 발전, 결국은 이 정도에서 “마무리 되어야한다”는 打算을 낳았다는 결론이 된다.

또 한가지 주목을 요하는 사항으로는, 국민들의 실망이 증언을 청취한 여야의원들의 ‘작태’ 에도 큰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全씨증언이 중단된 원인을 묻는《시사저널》의 설문에 응답자들은 “야당의원들의 소란행위”(21.2%). “여당의원들의 과잉보호”(19.2%)를 이유로 제시했다. 두 응답률을 합치면 40%, 국민 열사람 가운데 네사람이 의원들의 함량미달의 작태에 실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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