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세팍타크로’를 아십니까?
  • 김창엽 기자 ()
  • 승인 1990.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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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 아시안게임에 추가된 이색종목… 태권도 빠지고 중국 전통무술 ‘우슈’ 채택

90년 북경 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정식종목에 채택된 경기. 선수 3명이 12개의 구멍이 뚫린, 어른 주먹보다 조금 큰 나무공을 사용하는 구기. 눈이 따라가기 힘들 만큼 빠른 속도의 서비스. 폭발적인 파워를 자랑하는 스파이킹. 2m 이상 ‘날아오른’ 발로 블로킹을 성공시키는 묘기가 쉴새없이 연출되는 운동. 팔을 제외한 신체의 모든 부분을 사용하는 팀 스포츠. 말레이시아에서는 ‘세팍’으로, 태국에서는 ‘타크로’로 불리며 동남아 일대를 주무대로 하는 스포츠. 이것이 ‘세팍타크로’의 이력서다.

이 운동이 우리나라에도 처음 도입된 것은 서울올림픽이 끝나갈 무렵인 88년 10월. 우리에게는 너무 생소한 경기라 경기규칙이나 기술습득을 위해 주한 말레이시아 대사관을 창구로 이용하였다.


족구와 비슷하지만 박진감 넘쳐

우리 대표팀이 국제대회에 처음 참가한 것은 창단 2개월 후인 88년 12월 태국 ‘킹스컵대회’였다. 세팍타크로 국제경기는 참가국의 수준차에 따라 보통 A, B 개조로 나뉘어 열린다. 최약체팀으로 평가된 호주를 세트스코어 2 : 1로 꺾어 꼴찌를 면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그 이후 우리팀은 전력이 급상승, 지난해 킹스컵에서는 전년도에 2 : 0으로 우리팀에 패배를 안겨줬던 일본에 첫세트를 15 : 3, 두번째 세트를 15 : 0으로 ‘셧아웃’시키는 비약적인 발전을 보였다. 대한세팍타크로협회 사무국장으로 있으면서 대표팀 감독직도 겸임하고 있는 李快圭씨는 “경기장에서 죽는 일이 있어도 일본만은 꺾어야 한다며 선수들이 ‘독기를 품고’ 경기에 임했다” 며 “여러차례의 전지훈련에 종주국 코치를 ‘모셔다가’ 훈련한 일본을 비디오만 보며 연습해온 우리 선수들이 제압한 것은 쾌거가 아닐 수 없다” 고 역설한다. 인도에 2 : 1로 역전패해 B조 3위에 머물고 말았으나 창단 16개월만에 올린 성과인지라 아시안게임 상위 입상이 그리 높은 목표만은 아니라는 자신감을 안겨준 대회였다. 초창기인 만큼 대표팀의 구성도 다양하다. 총 9명 중 전직 태권도 선수가 1명, 유도 2명, 축구 3명 등이다. 상무 시절에는 태권도를 하다가 지금은 세팍타크로 대표팀 보조 공격수로 돌아선 李起勳(24) 씨는 “서브리시브만 보강된다면 전력이 상당히 강화될 것” 이라고 자신감을 보인다.

세팍타크로는 서브전담선수, 주공격수, 보조공격수 등 3명이 한팀을 구성하며, 족구와 비슷하지만 훨씬 박진감 넘친다는 것이 세팍타크로를 구경한 사람들의 소감이다. 일반인의 인식 부족과는 달리 국내에는 원광대, 단국대, 상무, 서울시, 한국사회체육센터 등 5개팀이 창설돼 교환경기를 갖는 등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李快圭국장은 “조만간 실업팀이 몇개 더 생길 것으로 본다” 며 보급이 확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체육부 관계자들로부터 “메달의 가능성이 없으면 북경 아시안게임 출전을 보장할 수 없다” 는 ‘서러운 말’을 듣고는 있지만.


아시아 2위 다툼 새종목이 변수

북경 아시안게임에는 세팍타크로 외에도 개최국 중국의 입김으로 서울대회 때는 없었던 몇개의 경기가 추가됐다. 우리에게 정식종목이라기보다는 ‘이색 스포츠’로 인색되는 추가 종목을 알아본다.

카바디 : 북경대회에 우리가 출전하지 않는 유일한 종목이다. 투기의 일종으로 분류되는데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에서 성행하고 있다. 경기장은 직사각형 또는 원형의 두 종류인데 금메달 1개가 걸린 북경대회에서는 ‘원형’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격팀이 원 안에서 선수를 끌어내면 점수를 얻고 일정시간 동안 수비선수를 끌어내지 못하면 수비측이 점수를 얻는다.

우슈 : 맨손과 기구를 사용하는 중국의 전통무술로 6개의 메달이 달려 있다. 선수는 차고, 때리고, 찌르는 등의 갖가지 공격동작과 수비동작을 연출한다. 일종의 표현무술로서 선수들이 직접 맞붙지 않고 점수로 승부를 결정한다. 우리로서는 메달권 진입이 불가능하리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 밖에도 북경대회에는 금메달 1개의 소프트볼과 13개의 커누가 추가됐다. 특히 우리나라가 2개의 금을 노리고 있는 커누 종목은 종합순위 2위를 놓고 북한, 일본과 다투는 입장에서 볼 때 목표달성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또 북경대회에는 서울대회 때 우리에게 7개의 금메달을 안겨준 태권도가 제외되었고, 금메달 12개가 걸린 볼링, 6개가 걸린 승마도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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