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단위 ‘경제공동체’ 구축 시급
  • 남문희 기자 ()
  • 승인 1990.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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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북 화해정책에 민간교류는 숨통 터…정치 · 군사회담의 성과 여부가 관건

  지난해 공안정국의 한파로 인해 한동안 얼어붙었던 남북 경제교류가 다시 활발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동 · 서 화해의 국제적 기류가 고조되면서 올해초 정부가 몇가지 적극적인 대북 화해정책을 추진하기로 함에 따라 가시화되고 이다. 지난 1월1일 북한의 金日成주석이 신년사를 통해 ‘자유내왕과 남북사회의 전면개방’을 주장하는 등 앞으로 북한이 남북관계에 대해 보다 신축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임을 시사한 것도 경제교류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동안 경색국면을 면치 못하던 대북관계의 개선을 위해 정부는 올해초 남북고위급회담(총리회담) 실현을 목표로 지금까지 북한이 주장해왔던 정치 · 군사회담 및 팀스피리트 훈련의 규모축소 등을 부분적으로 수용할 의사가 있음을 이미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통행 · 통신 · 통상협정 등 인적 · 물적 교류확대를 위한 회담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정치 · 군사회담에서 어느 정도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북한이 인적 · 물적교류 협정에 적극적으로 나오지 않을 것이므로 정부로서는 정치 · 군사회담에 보다 주력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따라서 인적 · 물적교류는 정부의 지원 아래 민간차원에서 오히려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따라 정부는 작년 공안정국 이후 각종 제한이 가해졌던 북한산 1차산품의 반입조건을 크게 완화하고, 남북간 인적교류의 활성화를 위해 경제인의 방북을 적극 추진하는 등 민간차원의 교류 움직임에 숨통을 터주기 위한 조치들을 강구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같이 대북 경제교류의 활성화가 예상됨에 따라 그동안 북한사업부를 폐쇄했던 종합상사들이 이를 다시 부활시키고 있고, 제3국을 통한 간접교역에서 직접교역의 확대에 이르기까지 북한과의 교역확대를 위한 기업들의 노력이 신중하게 검토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움직임중 가장 주목되는 것은 올봄에 있을 것으로 보이는 현대그룹 鄭周永 명예회장의 2차 북한방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북한방문에서 鄭회장은 작년 1월 방북했을 때 북한 당국과 논의했었던 금강산 개발 및 경제교류 확대방안을 보다 구체화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번 방북의 성과 여부가 앞으로 북한과의 합작사업 및 경제협력의 확대 가능성에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한반도의 주변정세 등 객관적인 여건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남북경제교류의 전망을 밝게 해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한반도 정세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과 소련이 지난해 몰타정상회담 이후 올해에도 군축협상을 가속화 할 것으로 기대되고, 남한과 중 · 소, 북한과 미국이 상호 접촉의 폭을 확대해가면서 한반도의 군사적 대립구조를 완화해갈 것이라는 점이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이러한 장기적인 추세와 전망에도 불구하고 중 · 단기적인 측면에서 볼 때 경제교류가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것은 우선 경제교류에 앞서 정치 · 군사회담의 타결을 주장하는 북한의 입장에서 보나, 분단 40여년 동안 상호 군비경쟁과 불신감만을 심화시켜왔던 남북관계의 성격에서 보아도 경제교류의 여건조성을 위해서는 앞으로의 정치 · 군사회담에서 서로가 합의할 수 있는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커다란 과제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또한 민간차원에서 경제교류를 주도해 나갈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대북정책에 있어서 정부정책의 일관성 여부가 관심의 초점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공안정국에서 볼 수 있었듯이 정부의 대북정책이 민족적 차원의 일관성을 결여한 채, 국내정치적 맥락에 의해 좌우된다면 위험부담을 안고 있는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몸을 사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설령 위의 문제들이 해소된다 해도 경제교류는 양측의 사회 · 경제구조의 이질성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장벽과 마주치게 될 것이다. 분단체제가 40여년간 지속되면서 남한은 남한대로 수출주도형 경제구조를 정착시켜왔고, 북한은 자력갱생의 원칙에 입각한 자급자족적 경제구조를 정착시켜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사의 추세가 이념적 · 군사적 대립의 시대에서 경제적 이해관계를 따라 각국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우리 민족도 소모적인 군사대립에 더 이상 머물러 있을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것은 자명해진다. 따라서 남북한이 민족통일의 전망위에서 상호 경제구조의 이질성을 극복하고 현재의 남북 경제교류를 한차원 높은 경지로 끌어올려 ‘민족단위의 경제공동체’를 구축하는 일은 격동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우리 민족의 당위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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