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군살빼기’불협화음
  • 파리.진철수 유럽지국장 ()
  • 승인 1991.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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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력감축·조직개편 관련 ‘대서양파’승리에 볼 멘 프랑스

 바르샤바조약기구가 해체되는 등 동부 유럽으로부터의 군사위협이 격감하여 할일이 줄어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최근 대폭적인 병력 감축과 조직 개편을 단행했으나 미국인을 군최고사령관으로 계속하는 체제를 유지키로 했다. 따라서 사령관 문제에서뿐 아니라, 나토와는 별도로 순수히 유럽 자체의 통합군을 구상하는 등 색다른 입장을 취해온 프랑스는 이러한 나토의 움직임에 대해 불만이 커 앞으로 EC와의 관계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 5월28·29 양일간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16개국 국방장관 회담에서 확정된 나토군 개편계획에 따르면, 96년까지 전체 병력은 3분의 1이 줄어들어 1백만명선이 될 것이며, 유럽주둔 미군 병력은 20만명에서 7만명으로 줄어들 예정이다. 이 회의에 프랑스는 1966년에 나토의 통합 사령부 체제에서 탈퇴하여 군사동맹체로서의 나토와는 손을 끊었으므로 참석하지 않았다. 그때 이후 최대의 개편이라고 불리는 이번 개편의 특징의 하나는 ‘신속대응군’(Rapid Reaction Corps)의 창설이다. 나토 유렵 사령관이 직접 사령관을 맡을 이 신속대응군의 병력은 7만명 내지 10만명. 영국의 기갑 사단, 경장비 사단 등 4개 사단으로 편성된다. 나머지 두 사단은 다국적 사단이 된다. 미군 수송기, 미군 병력도 참여한다.

 이와 관련해서, 프랑스는 유럽 자체의 신속대응군 같은 것이 나토와 관계없이 따로 구성되기를 바라고 있다. 또 한가지 문제는 나토군 병력을 유럽과 대서양 지역 밖에서 분쟁이 일어났을 때도 투입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현재의 나토 규정은 이것을 금하고 있으나, 미국은 나토밖의 지역에서도 나토군이 활동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어 의견이 갈라져 있다.

 나토의 나머지 병력은 종전에는 8개 군단으로 편성되었던 것이 앞으로 5개 군단으로 개편되는데 병력 일부는 예비역으로 보충되며, 군단마다 다국적 혼성부대로 편성된다. 군단의 사령관은 독일(2개군단) 미국 네덜란드 벨기에 출신이 맡으며, 덴마크 남부에 배치될 또 하나의 군단은 독일 사령관과 덴마크 사령관이 교대로 지휘한다.

 이번 개편에서 미국의 병력은 줄었으나 기능은 줄지 않았다는 의미에서, 영국 등 미국 역할과 능력을 중시하는 ‘대서양파’가 승리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더구나 개편 내용이 확정되는 단계에서 프랑스와는 충분한 사의가 없었다는 점 때문에 프랑스의 미테랑 대통령은 불쾌해 하고 있다.

 프랑스는 그밖에도 나토는 소련의 위협을 견제하는 일을 맡고 유럽 안의 기타 문제는 나토와 관계없이 유럽 자체의 안보기구가 다루는 식의 분업 체제를 주장하고 있으나, 미국은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

 특히 미테랑은 그간 안보·국방 문제에 있어서 대미 협조를 강조해왔으며, 탈냉전시대를 맞아 서방 강국간의 새로운 협조체제 구축을 위해서 프랑스도 차차 나토의 통합사령부 체제에 복귀할 생각도 있는 듯이 암시해왔던 입장이어서 프랑스의 의향이 무시된 데 대해 실망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앞으로 EC의 안보·국방면에서의 역할에 관해 당분간 불협화음이 계속 들려올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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