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돈 통일에 국제경제 ‘긴장’
  • 이기영(국제민간경제협의회 전문위원) ()
  • 승인 1990.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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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는 동독의 회원국 영입 검토할 듯

동서독의 통화단일화는 동서독 당사국은 물론 향후 국제경제질서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동서독 경제 자체에 끼칠 영향에 대해서는 기대 못지않게 우려도 적지 않다. 서독의 입장에서 볼 때 우려되는 것으로는 동독마르크를 서독마르크로 교환하는 데 있어 예상되는 극심한 인플레이션, 통화량 억제와 인플레 방지를 위한 공공금리의 인상과 그로인한 서독경제의 위축 및 마르크화의 약세, 열악한 동독경제의 회복을 위해 지원되는 서독의 재정부담과 이에 따른 만성적인 재정적자 등을 꼽을 수 있다. 이같은 우려는 동독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일본이 어부지리 얻게 될 수도

 반면 통화단일화에 기대를 거는 입장은 통합이 경제력의 향상을 가져오리라는 희망에 기초하고 있다. 유럽 경제의 핵심인 서독은 현재 절대인구가 감소추세에 있고 노동력은 연 0.5%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성장의 전망이 90년대에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런데 동독의 풍부한 노동력과 기술수준을 고려하면 독일의 통일은 독일 경제는 물론 EC 경제의 활성화에도 바람직한 측면을 갖고 있다.

 동서독 통화단일화가 가져오는 더 근본적인 문제는 국제경제질서에 끼치는 영향이다. 통합된 독일마르크가 강력해진 통일독일의 경제력을 반영하여 강세를 유지할 경우, 주변국가의 마르크화 보유에 대한 선호는 더욱 증대될 것이다. 그리고 서독은 새롭게 창출된 내수시장에 당분간 전념해야 할 것이고, 당연히 서독의 수출은 감소되게 될 것이다. 이 경우 서유럽이나 미국, 일본의 수출은 상대적으로 활발해질 것이며, 특히 서독과 경쟁적 산업구조를 갖고 있는 일본은 강력한 경쟁자의 부재로 인해 어부지리를 얻게 될 것이다.

 반면 통합된 독일마르크가 동독경제 회복과 통화통합에 따른 재정부담 및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해 약세로 돌아설 경우에는 수출이 증대되어 서독으로서는 바람직할 것이나 또다른 한편으로는 인플레이션이 가중되는 부작용도 안게 된다. 이 경우 기축통화로서의 마르크화의 지휘는 위협을 받을 것이며 EC통화통합은 벽에 부딪히게 된다.

 동서독의 통화단일화는 EC의 통화통합에 크건 작건 영향을 끼칠 것은 분명하지만 92년 EC통합 그 자체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동서독 통화통합이 기존의 유럽질서를 근본적으로 바꾸면서 이루어지기란 매우 희박하여, 오히려 EC의 입장을 보다 적극적인 것으로 전환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EC는 동유럽에 대해 각종 규제의 철폐나 최혜국 대우의 공여 등 주로 무역 및 경제협력을 통해 개혁을 지원해왔으나 점차 준회원과 정회원 대우를 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따라서 동서독 통일이 기정사실화된 현 시점에서 EC는 동서독 통화단일화의 충격을 되도록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것이며, 그 중 최선의 선택은 동독을 13번째 EC회원국으로 인정하든가 아니면 적어도 준회원국의 자격을 신속히 부여함으로서 EC의 우산속에서 동서독의 통합이 이루어지게끔 유도하는 조치라 할 수 있다.

 한편 환골탈퇴를 꾀하고 있는 코메콘은 독일의 통일로 말미암아 더욱 미묘한 입장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EC 경제권과 독일 경제권의 갈등이라는 새로운 유럽 경제질서의 역학관계에서 이득이 더 많은 쪽으로 자신의 거취를 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EC는 강력한 통일독일과 오스트리아, 체코, 헝가리 등 독일어 사용권을 중심으로 한 독일경제권의 대두를 막기 위해 사전포석의 전략적 입장에서라도 폴란드나 헝가리 등에 대한 지원을 더 강화해 나가게 될 것이다.

 결국 동서독의 통화통합은 동서독차원의 문제라기보다는 21세기의 국제경제질서를 결정짓는 핵심이기 때문에 통일이라는 정열 하나만으로는 쉽게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동서독 자신으로서도 동독의 경제개혁과 회복이라는 벽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그 성패가 달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타결을 본다 해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2~3년내의 통일을 바라는 이들 동서독의 노력은 자신의 의지와 주변의 이해가 날카롭게 맞물려 있기 때문에 더욱 냉철한 판단과 합리적인 사고를 요한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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