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감미료도 ‘유전공학’시대
  • 김창엽 기자 ()
  • 승인 1990.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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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世永교수팀, 대장균에서 ‘아스파탐’ 추출…화학제품보다 순도 높아 상품화 가능

 저칼로리 감미료로 각광받고 있는 ‘아스파탐’의 새로운 생산방법이 개발됐다. 고려대학교 농화학과 李世永 교수팀은 기존의 화학적 방법과는 달리 유전공학적 기법을 도입, 미생물로부터 아스파탐을 얻어 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인공물질인 아스파탐의 합성이 처음 시도된 것은 1966년 영국의 임페리얼 케미칼 인더스트리즈(ICI)사에 의해서였으나 당시의 연구진들은 아스파탐의 단맛을 확인하지 못했다. 설탕의 2백배가 넘는 아스파탐의 단맛이 최초로 알려진 것은 69년 미국의 셜 앤드 컴퍼니사의 연구원들에 의해서였다. 마주르 박사를 비롯한 연구자들은 소화호르몬인 ‘가스트린’의 한쪽 끝을 구성하는 물질이 쓴 뒷맛없이 부드러운 단맛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 한 것이다.

 고칼로리의 설탕이 성인병 등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지목받아온 미국 등 선진국은 곧바로 아스파탐을 설탕대체 식품으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제일제당과 녹십자가 서로 ‘화인스위트’와 ‘그린스위트’라는 상품명을 붙여 각각 85년말과 86년초부터 시판에 들어갔다. 현재 아스파탐의 국내시장 규모는 30억 정도라고 양사의 관계자들은 말한다. 당뇨, 비만 등이 사회문제로까지 등장, 저칼로리 식품에 대한 욕구가 강한 미국에서는 훨씬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아스파탐은 ‘아스파티트’와 ‘페닐알라닌’이라는 두종류의 아미노산에 ‘메틸基’가 붙은 간단한 물질이다. 李교수팀이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아스파탐을 생명체로 하여금 생산하게 할 수 있다는 테에 착안한 것도 이처럼 간단한 구조 때문이다.

 아스파탐의 유전공학적 생산연구를 실질적으로 맡은 催舜鏞(34 · 박사과정)씨는 “3개의 DNA가 보여 1개의 아미노산을 지정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먼저 아스파티트와 페닐알라닌을 지정하는 DNA를 각각 인공적으로 합성했습니다. 다시 말해 가, 나, 다, 라의 4가지 DNA를 가-나-다의 순으로 연결하면 아스파티트가 생산되고 다-가-라의 순으로 연결하면 페닐알라닌이 생산됩니다. 2개를 합쳐 가-나-다-다-가-라의 순으로 DNA를 배열하면 아스파티트-페닐알라닌의 물질이 생깁니다. 여기에 메틸基을 붙이면 아스파탐이 생성됩니다.”라고 대강을 설명한다.

 이렇듯 DNA를 반복적으로 배열하는 방법을 통해 催씨는 최고 1백60단위(1단위면 아스파탐 한분자에 해당)의 DNA를 대장균의 유전자에 끼워 넣었다. 대장균의 입장에서 보면 침입자일 법한 이들 합성유전자는 대장균의 세포내에서 무리없이 단백질을 만들어냈다. 보통 단백질이 수용성인 데 반해 아스파탐 전구체는 이들끼리 쉽게 뭉치는 불용성이어서 적당한 분리과정을 거쳐 손쉽게 ‘줄줄이 엮어진 예비 아스파탐’을 얻을 수 있었다. ‘예비’ 아스파탐은 효소처리를 거쳐 메탈基를 얻고 완전한 아스파탐으로 된다.

 인공물질을 역으로 해석 생물계에 존재하지 않는 DNA 서열을 미생물이 훌륭하게 소화, 단백질을 만들어냄을 밝힌 것으로도 크게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이번 연구는, 그러나 실용화를 위해서는 두 가지의 과제가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催씨는 말한다. “첫째는 현재 1백60단위인 합성DNA를 더 길게 만들므로써 더 많은 아스파탐의 전구체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아스파탐 前驅體(전단계 물질)의 효소처리법을 보완하는 것입니다. 실험 결과 지금까지는 아스파탐 전구체는 최고 50%까지 아스파탐으로 전환되었습니다. 따라서 전환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수율을 높이는 데 관건이 됩니다.”

 이 두가지의 문제점만 극복된다면 상업성에서도 화학적 생산방법과 겨룰 만하다는 것이 催씨의 말이다. 더욱이 미생물을 이용한 유전 공학적 방법은 화학적 생산에 불가피하게 따르는 부산물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어 상용화가 가능하리라고 내다보고 있다.

소득수준 향상따라 사라져가는 ‘설탕’
 기원전 327년 알렉산더 대왕이 인도에 원정군을 파견했을 때, 당시 사령관 네아체스는 “인도에는 벌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갈대에서 꿀을 얻고 있다”고 하여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 인류가 갈대처럼 생긴 사탕수수에서 설탕을 얻어낸 역사는 이만큼이나 오래됐다. 이후에도 ‘달콤한 것’에 본능적으로 끌리는 사람의 특성 때문인지 설탕 말고도 포도당이나 유당 물엿 등 많은 감미물질들이 속속 발견되었다. 

 그런데 이들은 모두 자연물질이어서 수급조절이 곤란한 관계로 19세기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인공감미료 개발이 시작되었다. 설탕보다 3백 이상이나 단맛을 가진 사카린이나 둘신 같은 물질이 개발된 것도 이때다. 그러나 이들 인공감미료는 사카린의 예에서 보듯 인체유해 여부를 둘러싸고 끊임없는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다. 여기에 고칼로리의 당질 과다 섭취로 인한 비만환자, 성인병환자가 크게 늘면서 저칼로리이며 고감미를 가진 새로운 감미료의 개발이 시급해지고 있다.

 최근에 국내에서도 상품화되어 선보인 아스파탐도 그중 하나며 이외에도 모넬린, 스테비오사이드, 페릴라틴 등 많은 인공 · 천연 감미료가 국내외에서 실용화 또는 실험단계에 있다.
 차나 커피를 마실 때 혹은 음식조리시에만 접하는 것처럼 생각되기 쉬운 감미료가 식생활에서 실제로 차지하는 부분은 예상외로 크다. 無사카린 공방으로 화제를 모았던 소주는 물론 식품공장에서 나오는 모든 식 음료제품에 감미료가 사용된다고 볼 수 있다. 87년 한 해만도 약 2억달러어치의 원당이 수입되었다. 따라서 기업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감미료를 개발하면 큰 수익을 보장받게 된다.

 설탕(감미료) 소비가 적은 국내에서는 개발 열기가 아직 외국만 못하지만 생활수준의 향상과 함께 저칼로리의 감미료에 대한 수요는 점차 늘어갈 것이 확실하다. 저칼로리 감미료는 비만과 성인병예방이라는 본래의 장점 이외에 다음 특징을 갖는다.

 * 충치예방 : 충치의 원인으로 생각되는 산의 생성, 세균의 응집 등을 잘 일으키지 않는다.
 * 비피더스균 증식효과 : 장내에서 유용한 균으로 알려진 비피더스균을 크게 증가시키는 효과를 가졌다.
 * 인슐린 의존감소 : 몇몇 저칼로리 감미료는 인슐린의 힘을 거의 빌리지 않고 당대사를 할 수 있으므로 당뇨병환자에게 특히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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