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민 구심점은 한인 언론매체
  • 로스앤젤레스·이재호 통신원 ()
  • 승인 1992.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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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인폭동' 계기로 40개 언론 점점 … '지나친 본국 지향' 한계 드러내


 ‘4?29 로스앤젤레스 흑인폭동'은 로스앤젤레스 한인사회에 엄청난 정신적?물질적 손실을 남긴 재난이었지만, 한인 언론매체가 한인사회의 구심점임을 새삼 일깨워준 사건이었다.   교민들의 안전을 위해 앞장서야 할 영사관이 별다른 역할을 못하고 회장자리를 놓고 감투싸움을 벌이는 한인회는 유명무실한 존재여서 한인 언론매체가 한인사회의 대표기관 역할을 하며 사태 대응에서부터 수습까지 주도해나갔다.

 로스앤젤레스를 포함한 남가주 일원의 40만 한인사회에서 발행되거나 전파를 타는 한인언론매체는 40여개. 로스앤젤레스 한국일보가 발행한 91/92년도 한인 업소 전화부에 수록된 언론·잡지사를 구분해 보면 일간지가 3 텔레비전 방송이 5 라디오 방송이 3 주간지가 11 월간지가 4개이다. 이밖에 종교지가 7개 종교방송이 2개 있는데 대부분이 기독교 계통이다.

 

라디오 코리아, 혹인 폭동 때 신속한 보도

 이중 한인사회의 대표적 언론기관으로는 한국일보와 중앙일보를 꼽을 수 있다. 동아일보와 매일신문이 있으나 이 신문들은 부정기적으로 간행되고 있다.

 일간지들은 새로운 한인 이민자가 정착하는데 필요한 각종 생활정보와 공공기관 활용 방법 등을 소개하며 이민생활의 안내자 역할을 하는 한편 교포의 본국 소식에 대한 궁금증도 풀어주고 있다.

 최근 3년 사이에는 라디오 코리아를 시작으로 미주 한인방송, 라디오 한국이 차례로 생겨났다.

 미국 방송국의 시간대를 빌려 전파를 내보내고 있는 한인 방송국들은 본국 유행 음악등 오락프로그램과 함께 전파매체의 속보성을 살려 그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24시간 방송을 하는 라디오 코리아는 이번 '4·29로스앤젤레스 혹인 폭동' 당시 순간 순간의 변동 상황을 계속 교민들에게 알려주는 신속함을 보여 언론매체로서 그 비중이 커졌다. 그러나 라디오 방송국들은 이번 사태 이전에도 지나치게 속보성에 의존해 제보 사실을 확인도 하지 않고 방송해 오보를 내는 등 아직 보도매체로서 미숙함을 보이고 있다.

 현재 한인사회의 텔레비전 방송은 KBS의자회사인 미주 한인방송(KTE) , 한국일보 자매회사인 KTAN, 순수 현지 프로그램으로 진행하는 미주 문화방송(KMBC) , 케이블 방송사인 한미 케이블(KATV) 등이 있다.

 이 텔레비전 방송국들은 주로 본국의 텔레비전 방송국 오락 프로그램을 내보내며 뉴스와 일부 대담 프로그램을 현지 제작하고 있다.

 이밖에 언론매체로는 주간지들이 있는데 대부분이 무가지로 마켓이나 식당 등에 신문을 쌓아놓고 독자들이 가져가도록 하고 있다. 주간지들은 주로 본국 시사지 등의 정치관련 분석 기사 등을 그대로 게재하고 있다. 주간지들은 수시로 창간되고 폐간되고 있어 그 숫자가 유동적이나 10여가지를 혜아린다.

 주간지들은 때로는 지나치게 개인의 사생활을 들추고 흥미 위주의 읽을거리를 싣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인 언론매체들은 미주 한인들의 정착을 위한 길잡이 노릇을 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역기능으로 지적되는 점은 지나치게 본국 지향적이라는 것이다. 이곳 한인들이 지나치게 본국 소식 특히 정치에 관심이 높은 점을 생각하면 수요에 따른 공급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본국지 지면에 나오는 내용이 현지판 지면에도 실려 한 신문에 같은 내용이 두 번게재 되는 경우가 많다.

 교민들은 일단 미국으로 이민온 이상, 미국을 알고 현지 사회에 뛰어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언론매체가 그 관심을 본국쪽으로 분산시킨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사회 진출에 필요한 정보를 보다 많이 한인사회에 알려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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