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당 李鍾贊 의원
  • 김재일 정치부 차장 ()
  • 승인 1992.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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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탄압도 감수하겠다”  민자당 대통령후보 경선 거부로 盧泰愚 대통령과 金泳三 후보에게 타격을 가한 李鍾贊 의원. 그의 향후 거취는 폭발성을 가지고 있다. 그가 당에 머무르느냐, 아니면 당을 나가느냐에 따라 민자당은 집권 시나리오를 달리 써야 한다. 전당대회 이틀 후인 지난 21일 새벽 이의원의 서울 신교동 자택을 찾았다. 그는 이번 민자당 후보경선 과정이 “위선의 극치”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을 격려하기 위해 한 전매청 말단 직원이 보내왔다는 1백만원권 우편환 10장을 보여주며 ‘국민의 마음’을 읽은 이상 “낡은 정치의 구각을 깨는 데 혼신의 힘을 쏟을 각오”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탄압을 당할 각오가 돼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경선결과를 본 소감은 어떻습니까. 예상보다 표가 많이 나왔습니까?

추모의 표니까 많이 나오고 적게 나오고는 의미가 없죠. 어떻든 이번 경선은 불공정과 위선의 극치였는데 꺽일 수 없는 국민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표시됐다고 봐야지요. 33.3%만을 예측하지도 않았고, 적어도 제가 받은표(2천2백14표)보다 1천표는 더 받을 것으로 최종단계에서 생각했었습니다.

 

누가 뭐라 해도 열세였기 때문에 거부한 것 아닙니까?

저는 절대로 열세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가진 통계를 기초로 판단해보면 (거부를 결정한) 최종적인 순간에 3백표에서 4백표 차밖에 없었어요. 5월 9일 현재 45%를 넘는 3천2백표까지 확보했었지요. 마지막에 합동연설회와 질의 토론회를 요구한 것은 그것을 만회할 자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3백에서 4백표 정도를 더 확보할 수 없어 경선을 거부한 것입니까?

(목소리를 높이며) 그런 속물적 얘기를 하면 답변하기가 어렵죠. 앞으로 우리나라의 향방을 가늠하느 중대사가 걸린 문제인데 표가 부족해서 어쨌다 하는 식으로 타산적인 관심에서 본다는 것은옳지 않습니다.

 

‘노심’의 향배에 대해 눈치를 채고 있었습니까?

대통령께서 중립을 지키겠다고 여러 번 언급했으니까, 마음의 한 구석은 그(김영삼)쪽으로 가 있을지 몰라도 경선을 치르는 과정은 공정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언제 경선 거부를 결정했습니까?

12일경이었습니다. 12일 인천행사를 치르고 와서 회의를 했지요. 13일에는 부산 행사가 예정돼 있었는데 행사를 치를 수 없는 상황보고가 계속 들어왔어요. 장소를 못찾다가 나중에 4백명밖에 못들어가는 한전 연수원을 겨우 잡았지요. 이런 분위기 속에서는 더 이상 경선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때 저쪽에서 80% 이상의 대의원 참석을 보장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알고보니까 대의원들에게 연락이 다 안갔고, 9백명 중 3백명만 참석시킬 것이라는 저쪽의 계획이 입수됐습니다. 그래서 이 경선은 완전히 불공편한 것이라는 나름대로 판단을 한 거지요.

 

너무 이상적 관점에서 생각한 것 아닌가요? 대동령이 특정인을지지할 수도 있고, 소위 세몰이는 당연한 것 아닌가요?

여러 번 한 경선이라면 선진국에서처럼 대동령이 특정인을 지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초로 하는 것이고 우리나라처럼 권위주의에 순치된 정치문화 속에서 대통령의 마음이 작용하면 정세 전반이 그쪽으로 쏠려버리니까 자유경선이 안되지요. 또 세몰이를 허용하면 정책대결 없이 세몰이로 끝나버립니다. 세몰이에는 동전의 양면처럼 반드시 매수·선심·위협이 끼여듭니다.

 

경선에서 대의원을 끌어모으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마치 대의원들을 가만히 앉혀놓은 상태에서 후보의 정견만을 듣고 선택하게 하자는 말로 들립니다.

제 말은 대의원들이 자유롭게 후보의 의사를 접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거지요. 예를 들면 대회레 나가지도 못하게 한다든가 하는 것은 자유경선 원칙에 어긋나지요. 경기도 대회 당일 대의원들 대부분이 꽃놀이를 갔습니다. 세몰이 정당화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납니다. 물론 내편, 네편이 있을 수 있지요. 그러나 대의원들이 듣게끔 해줘야죠. 원천봉쇄를 해놓으면 그것이 어떻게 자유경선입니까. 마치 선거를 치르면서 특정 후보를 유세장에 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인기는 높은데 후보는 될 수 없는 정치 현실의 부조리를 개탄하셨는데, 대중적인 인기만 높다고 후보가 되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물론 그렇지요. 그러나 그것이 현저하게 드러나서 본선에서 상대를 제압할수 있는 후보가 당내 권력구조에 의해 견제를 받는다면 그것은 당내 구조에 문제가 있는 거지요.

 

대중적 인기가 대의원들에게 반드시 투영돼야 한다는 주장은 어느 정도 억지가 아닌가요?

격차는 있을수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현저한 격차일 때는 당의 대의 기구에 문제가 생기죠. 특히 대중이 원하는 것과 그렇게는 안된다는 것, 즉 희망과 개연성의 격차가 너무 크게 나타나면 문제가 생깁니다.

 

그러나 그것은 이의원의 논리아닌가요, 결국 대의원의 선택에 달린 문제지요.

대중적인 지지도를 계속해서 대의원들에게 투영하기 위해서는 격차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지요. 대의원들의 판단이 자칫얼마나 허황한 것이 되겠느냐 하는점을 자각하라는 뜻으로 강조하는 겁니다.

 

박철언 의원 페이스에 말렸다고 보는 사람도 있는데요.

박철언 위원이 제게 와서 “이후보 돕다가 내가마치 모든 것을 주관하는 것처럼 비쳐 괴롭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박의원이 모든 것을 주도한 것은 아닙니다. 이번 기회에 보니까 그 의시각은 그래도 균형잡혀 있었습니다. 오히려 7인위원회에 와서 협조하는 척하면서 실제로 협조를 안하는 것보다는 박의원의 태도가 진지했다고 봅니다.

 

노대통령이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16일밤 청와대 회동 내용을 말씀해주십시오.

근 3시간에 걸쳐 집요한 설득을 하신 것만은 틀림없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도 할 이야기를 모두 했어요. 절대로 김영삼 후보에게 특혜를 준 것이 없다는 해명도 들었습니다. 심지어 이후보의 인기가 상당히 올라가 있어서 거의 자웅을 겨를 수 있는 수준까지 왔다는 얘기까지 하셨습니다. 그러나 그동안의 모든 불공평 사례를 살펴보건대 이제는 후보 혼자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버렸다. 나를 따르는 많은 지구당위원장과 수천명의 대의원이 있는데 그 분들이 납득할 만한 얘기를 해줘야 할 것아니냐고 했지요. 그게 뭐냐고 해서 세 가지 조건(공정 경선을 왜곡한 인사의 추가 문책 ·김영삼 후보 추대위 해체 · 합동연설회 및 질의 토론회 개최)을 말씀드렸습니다. 대통령과 면담을 마치고 나와 김중권 수석에게 세 가지 조건을 다시 한번 강조했고, 김수석은 내일(17일) 아침 상도동에 가 김대표를 만나겠다고 그럽디다. 저는 세 가지 조건중 적어도 합동연설회와 토론회에 대한 성의 표시는 있을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저는 세 가지 조건이 수용되면 참여하겠다는 거였는데, 대통령께서는 참여한다는 부문에 더 관심을 가지신 것 같고 세 가지 조건에는 별비중을 안두신 것 같아요. 더 안타까운 것은 16일 아침 하얏트 호텔에서 우리측이 참가와 거부를 논의하는데 박준규 국회의장이 보낸 사람이 왔어요. 채문식고문이 만났는데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7대 3이면 불참이고, 6대 4 정도면 참가하겠느냐는 거였죠. 이 사람들이 7대 3이든 6대 4든 자기들 마음대로 만드는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청와대 회동 때 경선 참여를 믿게끔 노대통령에게 어떤 암시를 주지는 않았나요?

나중에 (대통령이) 참여하라고 해서 “제가 돌아가서 할 얘기를 줘야 할 것 아닙니까”라고 대답했죠. 그게 뭐냐고 해서 세가지 조건을 다시 말씀드렸고, 노대통령은“세 가지 조건을 적절하게 처리하자”라고 하셨어요.

 

대통령께 미안한 마음은 없습니까?

왜 미안한 마음이 없겠어요. 그 분이 자유경선은 6·29선언의 마무리라는 점을 강조하셨고 그밖에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셨는데 그 뜻을 제가 왜 모르겠습니까. 그러나 처음부터 한번도 자유경선답게 하지 않았으며 불공정을 시정하지 않고 끌어왔어요.

 

대통령감으로서 김영삼 후보를 평해주시지요.

이야기하기가 대단히 조심스러운데, 그 양반은 소위 권력쟁취에 관한 기술은 뛰어나지만 대통령이 되고 나서의 프로그램은 없는 분입니다. 민주화 과정에서 기여한 부문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지만 대통령직은 민주화를 이루는데 기여한 것에 대한 포상일 수 없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필요로 하는 지도자는 급변하는 세계정세에 대응하고 당면한 경제 ·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볼 때, 김후보는 그와 같은 능력의 구비 여부를 좀더 공개적으로 심판 받아야 할 것입니다.

 

대통령선거에 출마하십니까?

저는 대통령병 환자가 아닙니다. 경선을 거부한 그 순간 이제부터 모든 것에 초연해야 한다, 그래야 더 성숙해질수 있고 더 일을 할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좀더 겸허하게 충실한 일꾼이 돼야겠다는 생각으로 돌아왔습니다. 신문에서는 자꾸 신당을 창당한다느니, 그것을 기반으로 대통령선거에 나서려 한다고 하는데 너무 정형화된 시각입니다. 지금 그것에 관한 아무런 계획이 없습니다.

 

제명당한 후에는 신당을 만들 수밖에 없지요?

제명이 곧 신당 창당일 필요는 없죠. 신당을 하려면 누구 누구와 의논을 해야 하는데 그런 의논을 한 사실이 없고 아무런 움직임도 없습니다. 다만 경선을 준비하면서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국민의 마음을 느꼈고 이것을 연구하는 모임으로 만들자는 것이지요.

 

신당 창당과 관련해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의 지원을 받는다는 설이 있습니다만.

여러 번 듣는 루머입니다. 우리 (경기고52회) 동기 동창 중에 사업해 성공한 사람이 많습니다. 경기고 인맥 등을 다룬 기사를 많이 봤습니다. 우정에 한한 것이지 정치까지 그 사람하고 같이할 수는 없지요.

 

경우에 따라서는 당을 만들 수도 있고 그러면 엄청난 탄압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이길 자신이 있습니까?

아니 6 ·29선언에 야당을 탄압한다는 조항이 있습니까. 그런데도 탄압을 한다면 세상에 알려야죠. 정치인에게 탄압은 영양분이 될 수 있습니다. 모든 탄압을 감수할 것입니다.

 

이번에 이의원을 도운 분들에 대한 탄압은 없나요, 그리고 끝까지 그분들이 이의원을 지원하리라 기대하십니까?

현저하게 있지요. 저를 도운 분들이 전부 알게 모르게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이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많은 사람이 떠나겠지요. 또 떠난다고 해서 섭섭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지요.

 

김대중 후보, 혹은 박찬종 후보와 연합할 가능성은 없나요?

어렵겠지요. 그러나 두 분이 대통령직에 연연해하지 않고 낡은 정치의 타파를 위해 노력하며 협력한다면 물론 환영합니다.

 

온실에서 큰 정치인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물론 여권에서 자랐으니까 온실에서 컸다고 지적받은 것은 당연하지만, 제가 이번에 결단을 내린 것은 온실을 깨는 것이지요. 여당에서도 계속 개혁을 부르짖으며 어려운 입장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국민이 뜻을 같이하는 한 어떠한 고난도 감내할 자신이 있습니다.

 

중앙정보부 시절 국내 정치에 깊이 관여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제가 강창성씨 보좌관으로 국내 정치공작을 했다면, 저도 묻겠습니다. 김영삼씨는 장택상씨 비서를 했습니다. 장택상씨는 백범 암살 배후를 비호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고 부산 정치 파동의 주범인데, 그럼당시의 공작을 전부 김영삼씨가 했습니까, 그것을 김영삼씨가 시인하면 저도 시인하지요.

 

다른 당의 대통령후보들에 대해 평해주시지요.

김대중씨는 철학과 식견을 가진 정치인이고 민주화에 많이 기여한 분이지요. 그러나 민주화 이루 시대에도 그 분의 역할이 있는걸로 보지 않습니다. 또 그는 지역감정이라는 무거운 멍에를 지고 있습니다. 정주영씨는 기업인으로서는 존경할 만한 분이지만 정치인으로는 존경할 이유가 없지요. 밑바닥부터 정상까지 두루경험한 입지진적인 인물이지만 자신의 체험에 지나치게 사로잡혀있어 정치를 그르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찬종씨는 유능하고 총명한 사람인데 지도자는 많은 사람을 포용해 세를 모을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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