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녀》를 아시나요
  • 김 당 기자 ()
  • 승인 1992.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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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발행 환경 잡지‥‥구독료 33%환경단체 기부


 꽃녀를 아시나요? 이렇게 물으면 독자들은 대개 몇해 전에 반짝했던 대중가요 〈꽃순이를 아시나요〉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그러나 ‘꽃녀’는 ‘꽃순이’와는 생판 다른 말이다.

 ‘꽃녀’는 이달에 처음 나온《곶 됴코 여름 하?니》라는 제호를 가진 환경문제 잡지의 딴 이름이다. ‘꽃이 좋고 열매가 많다’라는 뜻을 가진 고어에서 따온 이른바 압축어(곶·여)이다. 우리가 알고는 있지만 잘 쓰지는 않는 말을 제호로 내건 사연은 이 월간지를 발행하는 곳이 배달환경연구소라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배달환경연구소(소장 장원·대전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지난해 6월 충남 대전에서 문을 연, 말하자면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환경연구소이다. 이 연구소가 특히 주목을 받은 것은 지난해 여름 대전 시민들을 중심으로 전개된 ‘금강휴게소 건립 반대투쟁’때였다. 이 연구소는 당시 주민들(금강휴게소 건설 반대를 위한 대전·충남 시민협의회)이 용역을 맡긴 환경영향평가를 작성하여 이를 충남도청에 제출, 정부에서 추진하던 금강 제2 휴게소 건설을 백지화시키는데 이바지 했다.

 《꽃녀》의 발행인이기도 한 장원 교수에 따르면 “‘배달환경’은 곧 오염되지 않은 금수강산을 뜻하는데 그에 걸맞는 우리말을 찾다보니 잡지 제호로서는 보기 드물게 긴 이름을 갖게 되었으나 ‘꽃이 좋고 열매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환경적으로 건강하다는 것을 뜻하니 안성맞춤“이라는 것이다.

 민간 연구소에서 내는 잡지인데도《꽃녀》가 기본적으로 영리를 추구하는 다른 분야의 전문지들과 다른 점은 이 책에서 물씬 풍기는 공익성이다. 물론 환경이라는 영역 자체가 공익의 울타리와 포개지기도 하지만 꼭 그런까닭에서만은 아니다. 이와 관련해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이 잡지의 판권란이다.

 “《곶 됴코 여름 하?니》에 실린 모든 내용은 배달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같이 배우고 깨달아 고민하면 최선의 대안을 마련하고, 한걸음 더 나아가 배달 문화의 꽃과 열매를 열고자 하는 배달환경연구소의 설립 취지에 따라 어느 누구든 어떠한 방법으로 베껴 쓰거나 이용하여 출판하여도 무방함을 아울러 밝혀 둡니다.”

 한마디로 누구나 베끼거나 복사해 팔아먹어도 좋다는 말이니 많이 읽힐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는 투이다. 공익성과 관련된 또다른 특징은 판매방법에서도 나타난다. 이 책의 구독료에는 ‘환경기금’이 포함되어 있다. 즉 구독 신청자가 신청서에 지원하고 싶은 환경단체를 써서 보내면 구독료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 그 단체에 보내진다. 민간 환경운동 단체들, 특히 지역 단체들을 돕는 것이 곧 배달 환경에 이르는 지름길이라는 취지에서 나온 발상이다.

 그밖에도《꽃녀》는 분기마다 한번씩 석달치 잡지를 요약한 영문판(《EKOTOPIA》)으로 만들어져 외국에도 배포된다. 장교수에 따르면 외국 환경단체와의 긴밀한 협조를 위해서도 이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그동안은 외국에서 자료를 받기만 했는데 이렇게 함으로써 염치도 세우고 또 우리의 실상을 외국에 알리는 효과도 있다. 요즘 널리 쓰이는 지구환경이라는 말에서 드러나듯 국경 없는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국제협력이 필연적인데 정보의 교류는 그 첫걸음인 셈이다.

《꽃녀》의 취재·편집진은 모두 이 연구소의 연구원들이다. 환경을 전공한 석·박사 연구위원 5명과 연구원 5명으로 구성된 배달환경연구소의 연구진은 연구와 잡지일 말고도 환경학교 강사, ‘환경을 사랑하는 전화’ 상담원, 환경 분쟁의 중제와 해결을 포함하여 환경과 관계되는 것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는 ‘5분 대기조’ 노릇을 하고 있다. 《꽃녀》는 그밖에도 환경과 관련된 여러 사업과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는데 녹색어머니회 조직, 전국 환경파수꾼 선정, 재활용품쓰기 운동, 환경교육프로그램 개발·공모 등이 그것이다.

 지난해 11월 “사람과 사람,사람과 자연 사이의 분열을 치유하고, 공생적 문화가 유지될 수 있는 사회 재건에 이바지하려는 취지로 발간된” 격월간지《녹색평론》(발행인 김종철 영남대 교수·문학평론가)에 이어 “사람과 환경 사이의 어긋난 틈을 메우고 바로잡고자”하는 환경잡지가 서울이 아닌 곳에서 나왔다는 사실도 바람직한 현상이다. 큰것보다는 작은 것을 소중히 여기는 풍토 속에서 지역과 동네, 그리고 아파트 단위의 작은 실천과 그런 실천 조직의 수평적 연대가 곧 뒤틀린 이 나라 환경을 바로잡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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