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탈에 선 이스라엘 聯政
  • 김현숙 기자 ()
  • 승인 1990.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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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팔레스타인 정책 둘러싸고 내부갈등 심화

중동평화의 관건이랄 수 있는 팔레스타인 문제를 놓고 이스라엘 정부 및 집권당내의 갈등이 첨예화되고 있다. 연정 파트너인 노동당은 3월7일까지 집권당인 리쿠드당이 이집트와 미국이 중재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을 위한 예비회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연정을 탈퇴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지난 88년 11월총선 이후 한달간의 진통 끝에 구성된 연립정부가 출범 1년여만에 붕괴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 정부의 내부적 갈등은 작년 3월 이츠하크 샤미르 총리가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등 팔레스타인 점령지역내에서 주민선거로 대표기구를 구성한 후 자치를 허용하겠다는 안을 내놓음으로써 시작되었다. 이 지역은 지난 67년 제3차 중동전 이래 이스라엘이 점령 통치하고 있는 곳으로 1백70만 팔레스타인人들이 지난 87년 12월부터 독립을 요구하는 저항운동(인티파데)을 본격적으로 벌이고 있는 곳이다.

이 지역 팔레스타인人들에 대한 무자비한 유혈진압으로 국제적인 비난이 쏟아지자 샤미르 총리가 궁여지책으로 마련한 이 제안은 팔레스타인의 독립국가 수립을 배제하고 있어 불완전한 평화안이라는 지적도 있었으나 교착 상태에 빠진 중동문제 해결의 디딤돌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미국은 물론 소련의지지 아래 즉각 추진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아리엘 샤론 무역장관을 위시해서 PLO의 개입을 우려하는 리쿠드당내 우파의 맹렬한 반대에 부딪힌 샤미르는, 선거에 앞서 팔레스타인의 무장봉기 ‘인티파데’를 종식할 것을 요구하며 ‘이미 이스라엘 수도로 편입된 東예루살렘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人에게는 투표권을 주지 않겠다’, ‘PLO와는 대화하지 않겠다’, 팔레스타인 국가의 수립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한다‘는 새로운 조건을 걸고 나와 협상이 결렬되어버렸다. 연랍내각과 의회에서 이미 승인된 팔레스타인 점령지 선거안이 샤미르에 의해 백지화되자 격분한 노동당은 원안대로 추진할 것을 촉구하며 연정탈퇴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했다.

이같은 의견대립은 해결을 보지 못한 채 해를 넘기고 말았으나 이집트의 무바라크 대통령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을 위한 예비회담의 중재자로 나서고, 지난 2월 셰바르드나제-베이커 미·소 외무장관회담에서 다시 중동평화안이 거론되는 등 현안으로 대두되면서 당내의 해묵은 갈등이 노골화된 것이다.

급기야 지난달 12일에는 당 중앙위원회 회의에서 샤미르와 이 문제를 놓고 격론을 벌이던 당내 제2인자 샤론이 샤미르의 퇴진을 요구하며 몸싸움까지 벌이는 일이 발생했다. 샤론은 2년째 계속되고 있는 팔레스타인 봉기에 대해 보다 강력한 제재를 가할 것을 촉구하며 샤미르가 평화협상을 위한 예비회담에 응한다면 자신은 무역장관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외교적으로 고립될 것을 우려하고, 궁극적으로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두 개의 국가건설을 기본정책으로 하고 있는 노동당은 샤미르가 당초 원안을 그대로 추진할 것과 미국, 이집트가 중재하고 있는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회담을 위한 예비회담에도 응할 것을 거듭 촉구했으며 만일 그렇게 되지 않을 경우 이번에야말로 연정탈퇴를 결행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한편, “PLO와는 절대 대화하지 않겠다”는 리쿠드당내 극우파의 주장을 의식한 PLO의 아라파트 의장은 지난달 23일, 팔레스타인 점령지에서의 선거에 PLO는 절대 관여하지 않겠다는 것과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에는 PLO와 무관한 팔레스타인 대표가 참석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공개서한을 예루살렘에서 열리고 있던 ‘세계 유대인 지도자회의’ 앞으로 보냈다.

미국도 이스라엘 편향의 정책을 바꾸어 공정한 중재자의 이미지를 심는 데 주력, 지난달 23일 워싱턴에서 열린 베이커-모세 아론 양국 외무장관회담에서도 “이스라엘은 평화협상에서 PLO가 제외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버려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아무튼 이스라엘 정부의 내분에도 불구하고 이번 평화협상은 진전을 보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스라엘은 요르단강 서안의 혼란이 테러를 유발하고 결국 워싱턴과 사이가 벌어져 막다른 골목을 자초하는 결과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낙관론자들은 미중유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회담이 성사될 것을 확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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