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노리고 ‘꿈틀대는’5공세력
  • 조용준 기자 ()
  • 승인 1991.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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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내 교섭단체 구성이 일차 목표 ··· “金씨 측근들, 신당 총재 물색중”

 張世東 전 안기부장의 서울시 강남구 서초동 집에서는 매주 월요일 오후 회의가 열린다. 이 주례회동에는 安賢泰 전 청와대 경호실장, 許文道 전 통일원장관 등이 참석하고 全斗煥 전 대통령의 장남 宰國씨(34)도 특별한 사안이 있을 경우에는 참석한다.

 안현태씨는 월요일 오전 마다 전두환씨의 연희동 집에서 열리는 ‘다과 모임’에 일단 들렀다가 장세동씨의 집으로 향한다. 연희동 모임의 참석범위는 대체적으로 李□雨 변호사와 □正基 비서관, 안현태씨로 제한돼 있다.

 지난 6월 장세동씨는 국회의장 출신의 정계 원로 ㅇ씨를 찾아가 그에게 새로 만들당의 총재를 맡아줄 수 있는가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ㅇ씨가 한사코 거절, 허문도씨가 재차 찾아가 부탁했으나 결국 아무런 성과 없이 발걸음을 돌린 것으로 민자당의 한 소식통은 전하고 있다.

 전두환씨 측근인 장세동 · 허문도씨가 ㅇ씨에게 총재 자리를 요청했다는 소식이 은밀하게 번지면서 정가에는 그동안 소문만 무성하게 나돌던 ‘5공 신당’이 드디어 출범하는 게 아니냐 하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른바 5공세력과 6공 소외그룹들이 신당 창당을 위해 대거 결집하려 한다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총선 전 ‘5공 신당’출현은 어렵다는 것이 정가 관측통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이와 관령, 민자당의 한 소식통은 “총선을 치른 다음이라면 몰라도 그전에 신당을 만들겠다는 것은 무모한 발상이다. 일단 신당을 만들겠다는 것은 무모한 발상이다. 일단 신다을 만든다면 야권은 물론 여권까지 집중 포화를 퍼부울텐데 그들이 과연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도박을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의문을 표시했다. 민우회(민정당 출신 전직 의원 및 13대 공천 낙천자들의 모임)의 한 관계자도 “신당 만드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지만 가능성보다 현실적인 제약 요소들이 더 많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연희동(전두환씨를 지칭)도현 상태에서의 신당 출현은 원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당 결성 추진세력들이 반드시 총선 전신당 창당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총선 후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사전 정지작업 차원으로 여러 가지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듯하다. 여기에는 여권내세력재편이 미확정 상태로 남아 있고, 후계 구도를 풀어가는 과정에 발생할 ‘돌발 변수’가 많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가 된다.

 다만 연희동을 중심으로한 5공세력들이 14대 총선을 통해 정치권 재진입을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이들의 일차 목표는 총선에서의 승리를 통한 ‘명예 회복’이고, 가능하다면 20석 이상을 확보해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이는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먼저 ‘각개 약진’, 성과를 올리고 난 다음에 신당을 결성해도 늦지 않다는 현실적 계산에 바탕을 두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총선에 내보낼 인물 고르기에 주력하고 있느 거스로 알려졌다.

‘인물 집단’ 민우회와 손잡을 가능성 많아
 이들 5공세력과 손잡을 가능성이 가장 많은 그룹으로는 민우회가 손꼽힌다. 민우회에는 정치적 재기를 노리는 전직 의원과 원외 지구당 위원장 출신들이 70여명이나 포진하고 있어 5공세력으로서는 가장 눈여겨 볼 만한 ‘인물 집단’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 전 민정단 대표위원, □明□ 전 노동부장관, 李□□ 전 교통부장관을 비롯하여 金正□ □□□ □吉正 李□□ □成東 全□□ □□□ 玄□大 □男 □性□ □□□씨 등 전직 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민우회와 거의 비슷한 규모의 민정동우회가 5공세력과 연합할 것인가도 주목되고 있다. 3당 통합이 되면서 졸지에 지구당 위원장 자리를 다른 계파에 넘겨준 전직 지구당 위원장들이 결성한 민정동우회는, 민자당에 상당한 반감을 갖고 있어 5공세력과 비슷한 정서를 지닌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우회나 민정동우회 인사들 중 상당수는 기초 · 광역 두 차례의 의회선거에 자신들의 독자후보를 출마시키는 등 민자당 하부조직과 마찰을 빚었고, 선거가 끝난 뒤에도 그 후유증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총선까지 하부조직의 분규가 그대로 이어질 전망이고, 5공세력과의 연합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민자당이 후계구도를 확정짓는 과정에 균열이 가고, 부분적으로나마 3당 합당 이전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내심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의 희망대로 된다고 해도 ‘구제’받을 수 있는 의원에는 한계가 명백한 이상 상당수가 나름대로의 자구책 마련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5공세력이 이처럼 6공 소외그룹들과 광범위하게 연대, 독자 세력을 넓혀갈 기미를 보이자 이에 대한 견제도 강화되고 있다. 여권 고위층은 이들의 독자노선 구축이 범여권세력의 문열을 가져오고, 결국 총선과 대통령 선거에도 영행을 끼친다는 점에서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 □正□씨가 과거 민정당 핵심인사들을 초청, 대대적인 모임을 가지려 했으나 끝내 포기해야 했던 것은 청와대와 민자당측의 압려을 실제로 보여준 예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전두환씨가 가깝게 지내는 한 전직 장성은 “최근 여권 고위인사로부터 한국영기업체를 말아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전씨 측근 인사들에 대한 여권 고위층의 회유작업도 상당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상당수 5공인사들은 자신들의 14대 총선 출마를 이미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허문도씨는 충무 · 통영 · 고성(현 의원 □□□)에서의 출마를 이미 선언해놓은 상태다. 허씨 고향인 고성이 분구 대상지역으로 거론되고 있어 허씨의 출마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장세동씨의 서울 강남 출마설도 끈질기게 나오고 있다. 許和羊씨는 포항(현 의원 李□雨)에서의 표밭 일구기에 여념이 없다. 권정달씨는 안동시냐, 아니면 안동군이냐 하는 선택의 문제만 남겨놓은 상태이고, 권익현씨는 산청 · 함양(현 의원 盧仁□)을 노리고 있다. 전두환씨 동서인 金相□ 전 의원(12대)도 지난 기초의회 선거 때부터 상주(현 의원 金□□)에 자주 내려가면서 지역 연고를 다지고 있다.

 이렇듯 5공 핵심인물들은 경남 · 북 지역에 편중돼 있으나 민우회나 민정동우회의 경우, 전국에 광범위하게 포진돼 있어 이들과의 연대가 성공적일 경우 상당한 세력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전두환 · 정호용씨 대구에서 인기 여전”
  5공세력의 진로에는 盧泰愚 대통령과 전두환씨, 그리고 鄭鎬溶씨가 과연 언제쯤 화해의 자리를 마련하고 과거의 ‘평생동지’로 돌아가느냐 하는 문제도 중요 변수가 된다. 지난 5월1일 노대통령이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에 安敎德씨를, 5 · 26개각에서 安弼濬씨를 보사부장관으로 각각 임명하자 정가에서는 이 두 사람이 연희동과의 가교를 놓을 ‘밀사’역을 맡았다는 관측이 나왔었다. 안교덕씨는 육사 11기 동기회 회장으로 있으면서 5공 출범 당시 전두환 국보위원장의 위상 부각에 힘썼고 민정당 창당에도 일익을 담당했다. 안필준씨 역시 육사 12기로 5공시절 보완사령관 · 제1군사령관을 지내는 등 전두환씨와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이 두 사람은 연희동과의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으나 지금까지는 별 성과를 보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안수석은 노대통령의 이번 미국 방문 때 정호용씨와의 만남을 주선하고 정씨와도 단독으로 만나 정씨 거취 문제를 장시간 논의하는 등의 성과를 거두었다.

 정호용씨의 귀국 시기는 TK세력의 재결집이라는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만큼 정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6월25일 全□煥씨가 풀려난 것을 마지막으로 5공비리 관련자에 대한 형사적 책임을 일단 마무리한 노대통령으로서는 전두환씨와 정호용씨에 대한 관계개선만이 ‘숙제’로 남아 있는 셈이다. 청와대 李秀正 공보수석이 “정씨가 연내에 귀국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공식적 입장을 밝혔으나 정씨에 대해서는 대구시장 출마설, 14대 총선 출마설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민자당의 한 소식통은 “대구 일원에서는 아직도 전두환씨나 정호용씨의 인기가 상당하다. 아마 이 점이 대통령의 마음에도 걸리는 문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5공세력에 대한 심판은 유권자들의 판단에 달려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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