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사회의 전령 컴퓨터의 오늘과 내일
  • 이선기 (과학저널리스트) ()
  • 승인 1990.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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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에서 ‘미인만들기’까지 만능의 미래혁명 주역

 우리나라는 지금 ISDN 실현을 위한 세부설계도로서, 5대 국가기간전산망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행정전산망, 금융전산망, 교육망, 공안망, 국방망이 그것이다. 그중에서도 행정망은 행정업무에 컴퓨터를 도입하고 전국적 네트워크로 행정관서를 묶어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구현한다는 기치 아래 주민등록관리, 부동산관리, 자동차관리, 통관관리, 고용관리, 경제통계관리 등 기본골격을 이미 완성하고 부분적으로 시범서비스를 실시하는 단계에 와 있다. 동사무소와 구청에서 밟아야 하는 복잡한 행정절차와 직장에 정기적으로 제출하는 수많은 서류들로부터 해방될 시기도 머지 않았다.

 행정전산망의 편리성에 대해 한국데이타통신(주) 행정전산관리본부 기획총괄부 박우현 대리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예를 들면 낙도의 어민이 이민간 딸로부터 초청장을 받았다고 합시다. 지금은 출국수속을 밟느라고 여행사의 도움을 얻어 20여가지 서류를 떼러 동분서주해야만 하는데, 앞으로 행정전산망이 갖춰지면 해당관청에 신고후 수일 혹은 단 하루만에 조회가 끝나고 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게 됩니다.”

 서류더미와 낡은 철제 캐비닛으로 상징되던 동사무소 등 일선행정기관이 16비트 PC와 프린트, 팩시밀리 등으로 면모를 일신하게 되는 것이다.


안방증권투자ㆍ홈쇼핑 시대 개막


 정보화의 물결은 가정의 울타리안으로도 밀려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벌써 일부 주부들이 전혀 새로운 쇼핑경험을 하고 있고, 안방증권투자 시대가 개막된 것이 그 좋은 예이다.

 홈쇼핑은 정보사회 의 대표적인 생활패턴 변화로서, 주부들이 직접 시장에 가지 않고 가정의 터미널을 통해 상품정보를 검색하고 키보드를 두드려 주문과 대금결제까지 끝마치는 것을 말한다.

 완전한 홈쇼핑 문화가 정착하려면 앞으로 많은 시행착오가 거듭돼야겠으나 데이터통신(주)의 ‘천리안’이라는 정보서비스를 통해 이미 부분적인 홈쇼핑이 시도되고 있다. 즉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등이 정보서비스사업자(데이타통신)에게 상품정보를 제공하고, ‘천리안 서비스’에 가입한 가정의 PC 단말기 화면으로 그 정보를 배달시킴으로써 홈쇼핑이 가능한 것이다. 주부는 단말기 화면을 통해 화상 혹은 문자정보를 검색한 후 화면지시에 따라 키보드로 상품을 주문하면 즉시 배달이 이루어지며, 대금지불도 현금이 아니라 한국외환은행 카드로 은행잔고에서 자동이체된다.

제3의 플라스틱 머니. 신용카드


 ‘산업의 쌀’ ‘마법의 돌’로 불리는 첨단 반도체소자는 산업현장에서만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고, 가정생활속 깊숙이 침투해 있다. 무인세탁을 가능케 하는 전자동 세탁기, 거리와 명암이 조절되는 자동카메라, 리모콘으로 작동되는 보일러, 냉장온도를 바꿀 수 있는 최신형 냉장고에 이르기까지 많은 생활용품들 내부 어느 구석엔가 반도체가 들어 있다. 

 반도체는 또 신용카드를 제3의 화폐로 자리 잡도록 할 것이다. 선진국에선 이미 실용화 단계로 접어든 IC카드가 이를 뒷받침한다. IC카드란 명함 크기만한 플라스틱 카드 상단에 IC(집적회로)가 장착되어 새로운 서비스 기능이 부가된 신용카드이다.

 IC카드는 현금카드 기능 이외의 다양한 일을 해준다. 얇은 책 1권 분량의 정보를 카드 1매에 저장함으로써 개인의 건강상태와 진찰결과를 누적시킨 카드로도 유용하고, 심지어는 기존서적을 대신하는 전자책, 즉 IC카드 시집이나 IC카드 소설집으로도 상품화가 가능하다. 즉 IC카드 리더기에 부착된 화면을 통해 문자정보로 소설내용을 읽어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아마도 90년도 중반쯤 가면 프랑스나 일본, 미국 등 정보선진국의 IC카드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수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내무부 행정전산화에서 IC카드를 이용한 ‘통합 전자신분증’ 전담반이 구성되어 92~93년 발매를 목표로 연구작업을 진행중이다. ‘통합 전자신분증’이란 플라스틱 카드 1매로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은행신용카드를 비롯한 6~7가지 카드기능을 복합수행하도록 설계된 다기능 IC카드이다. 프랑스ㆍ독일 등에서는 이미 도시지역을 중심으로 시범적인 보급이 이루어지고 있다.

주머니속의 파수꾼. 전자수첩


 컴퓨터시스팀을 이용한 무인경비 또한 정보화의 한 단면이다. 가정이나 사무실에 설치된 감열 센서, 적외선 센서 등 첨단 센서들에 의해 침입자가 감지되면 자동으로 경보음이 울리고 경찰서 및 경비회사에 연락이 되어 기동대가 출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민생치안 부재로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경찰 역시 첨단시대 첨단경찰로 거듭나기 위해 90년대 경찰과학화의 3단계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다. 서울시경 통신과정인 朴吉煥총경은 “112신고 이후 무선지령으로 5분내에 경찰차가 출동하는 1단계와 순찰차량 내부에 컴퓨터 데이터 단말기가 설치되어 달리는 차속에서 사건자료를 검색하는 2단계에 이어, 93년을 완성 목표시점으로 하는 3단계에는 신고자가 112버튼을 누르기만 해도 KTA(한국전기통신공사)의 도움으로 사건현장이 확인되고, 인근지역 지도가 차량 단말기에 떠오르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민생치안에 임하는 한국경찰의 모습도 달라지게 될 것입니다”라고 경찰의 미래상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경찰과학화가 사회의 정보화라면, 각 개인의 생활정보화는 ‘주머니속의 파수꾼’에 의해 지켜진다. 전자수첩이 그것이다. 아직은 한글 입력이 불편하고 기능이 미약한 실정이지만 머지않아 PC의 기능이 대부분 집약된 포킷 컴퓨터의 형태로 발전할 것이다. 현재와 같이 전화번호나 간단한 약속메모장 대용이 아니라 비즈니스맨의 필수품으로 주머니속에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즉 포킷 컴퓨터로 프로그램도 작성하고 일반 PC로 파일을 전송하기도 하며, 전자노트 형태로 고안되어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필기를 하거나 주부들이 가계부를 적을 수도 있게 된다. 청계천에서 외국의 포킷 컴퓨터를 수입ㆍ판매하는 박진호씨는 “향후 5년 이내에 포킷 컴퓨터의 국산화와 대중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화상회의와 랩탑 컴퓨터


 최근 삼성, 금성 등 PC메이커를 선두로 상품화되고 있는 랩탑 컴퓨터는 기업정보화의 청신호이다. 급한 출장길에 비행기안에서도 무릎위에 올려놓고 사용할 수 있도록 서류가방 크기로 설계된 랩탑 컴퓨터는 아직 가격이 바싸다는 단점을 안고 있으나, 대기업을 중심으로 급속히 보급이 확대되고 있다. 2년전부터 원고지와 펜 대신 워드프로세서를 이용하여 가사를 쓰고 있는 〈중앙경제신문〉의 박방주 기자는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한 이후부터 원고 쓰는 시간이 약 절반으로 단축되었다”고 말한다. 현재 랩탑 PC 크기의 워드프로세서 전용기인 ‘르모’를 사용하고 있는 박기자는 그동안 동료들에게 워드프로세서를 적극 권장해왔고 향후 랩탑이 대중화되면 그것도 구입하여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랩탑이 등장하면 회의실 풍경도 달라질 것이다. 필기도구를 지참하는 대신 각자의 랩탑 PC를 들고 들어가 회의진행사항을 입력하고, 회의도중 급히 필요한 정보는 회사의 데이터베이스망(DB망: 일종의 정보저장본부)을 통해 즉시 검출해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멀리 떨어진 본ㆍ지점간에 화상회의가 이루어져 스크린을 통해 얼굴을 마주보며 의사를 교환하는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다. 이미 포항제철의 경우에는 서울-포항-광양을 잇는 삼각 네트워크 시스팀으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예술ㆍ스포츠ㆍ건축 분야도 첨단화


 문학예술 분야도 컴퓨터 및 정보화의 소외 지역만은 아니다. 스포츠와 컴퓨터의 결합은 이미 ‘하이테크-스포츠’라는 신종어를 만들었다. ‘달리는 패션모델’이라 불리는 미국의 육상선수 그리피스 조이너가 화장과 의상에만 신경을 쓰는 것 같지만 사실은 바람의 저항을 가장 적게 받고 최고속도를 낼 수 있도록 첨단과학적으로 설계된 경기복을 입고 뛴다. “손톱이 조금만 길었더라면 우승했을 것”이라고 인터뷰한 어느 미국 수영선수의 말처럼 첨단 센서들은 1백분의 1초 차이도 정확히 가려내는 전자심판을 가능케 한다. 또 선수들의 기초체력훈련과 신기술개발에도 컴퓨터가 도입된다. 현재 우리나라 국가대표 남자체조팀의 경우 3차원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하여 외국 일류선수의 3회전 착지 동작모형을 연구하고 있다. 즉 운동기구의 모양과 높이, 선수의 신체조건 등 모든 자료를 입력하여 3차원적 모형을 스크린에 재생하면서, 정확한 계산에 의해 새롭고 위험한 기술들의 성공여부를 실험해보는 것이다.

 지난 서울올림픽 때는 백남준씨가 비디오 아트라는 첨단예술 형태를 선보여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텔레비전 쇼 프로그램이나 뉴스 타이틀 화면에서는 컴퓨터그래픽을 흔히 발견할 수 있다.

 각종 설계작업도 이른바 CAD(Computer Aided Design), CAM(Computer Aided Manufacturing)의 발달로 일대 혁신기를 맞고 있다. 예를 들어 신형 자동차의 설계도를 그릴 때 수십번의 수정작업을 반복하는 번거로움 없이도, 컴퓨터 화면상으로 자유자재로 다양한 디자인을 시도함으로써 작업능률 향상에 기여하게 된다. 게다가 차형의 한 단면을 그린 뒤 이를 사방으로 회전시켜 3차원적 시뮬레이션을 만들어내거나, 설계된 새 자동차 모형에 각종 위험요소와 도로사정을 계산해 넣고 화면상의 모의시험을 통해 성능테스트를 실시할 수도 있다.

 현재 CAD / CAM시스팀을 도입하여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건축설계회사인 정림건축의 조찬원씨는 “CAD / CAM시스팀의 효과는 1차적으로 작업능률을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고객들의 신뢰도 증진에도 크게 기여합니다”라고 설명한다.

 또한 지금의 ‘성형미인’시대를 지나 ‘컴퓨터 미인’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성형수술 자체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인체골격의 변형까지 시도하고 있으나, 수술이 아니라 의상과 화장법에 있어서도 컴퓨터 미용사의 도움을 얻게 되었다. 즉 컴퓨터 모니터에 화장할 사람의 얼굴이 나타나고 디자이너에 의해 다양한 색깔과 스타일로 화면상에서 변형시키는 과정을 통해 가장 인상적이고 아름다운 얼굴형과 그에 적합한 디자인의 복장을 갖춘 ‘컴퓨터 미인’을 연출 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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