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의 고리가 사라지고 있다
  • 아이작 아시모프 (과학칼럼니스트) ()
  • 승인 1991.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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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하게만 느껴졌던 자연과학이 점차 일반인의 교양으로 자리잡아가면서 과학원리를 좀더 알기 쉽게 설명해줄 안내자를 찾는 독자들이 늘고 있다. 《시사저널》은 이런 독자들의 요구에 부응, 미국의 세계적 과학칼럼니스트 아이작 아시모프 박사의 글을 연재한다. <편집자>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이론천체물리학연구소의 류크 도운즈는 토성의 고리를 면밀히 관찰해온 결과 올해초 놀라운 결론을 내리게 됐다.

 토성의 고리는 태양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물체이다. 물론 외계의 다른 행성들도 고리를 가지고 있지만 목성 천왕성 해왕성의 고리는 얇고 어두우며 모양도 보잘것 없다. 반면 토성의 고리는 넓고 밝으며 찬란하다. 도운즈는 우리가 우연하게도 토성고리의 아름다움이 절정인 시대에 살고 있지만 그 고리가 조금씩 사라지는 중이라고 믿고 있다.

 고리가 없어진다는 결론을 뒷받침하는 두 가지의 명백한 현상이 있다. 첫 번째 현상은 토성의 위성들이 끊임없이 고리를 잡아다니며 고리를 구성하고 있는 무수한 입자들의 궤도 에너지를 가로채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입자들은 천천히 토성의 안쪽으로 감겨들어가고 있으며 결국 사라져버릴 것이다. 도운즈는 고리가 완전히 사라지는데 약 1억년이 걸리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고리입자. 혜선 먼지 알갱이와 끝없이 충돌
 두 번째는 고리입자가 혜성의 먼지 알갱이와 끝없이 충돌하고 있다는 것이다. 혜성의 먼지는 고리입자를 부숴뜨려 더욱 작은 입자로 만드는데 이 때문에 입자의 에너지는 더욱 급속히 사라진다. 게다가 혜성의 먼지는 완전히 검은 빛이어서 고리를 구성하는 물질에 조금이라도 보태지면 토성고리의 색깔이 흐릿해질 것이다. 현재 고리부분은 투명한 얼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고리가 매우 오랫동안 혜성의 먼지에 노출되지는 않았음을 말해준다.

 토성의 고리는 어디서 생겼는가. 도운즈는 하나의 거대한 혜성이나 몇 개의 혜성의 토성에 접근해 스쳐지나가다 찢겨져나간 것으로 추측한다. 혜성은 얼음물질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토성고리 역시 얼음으로 만들어진 듯하다.

 물론 여기에는 다른 의문점들도 있다. 왜 혜성이 외계의 다른 혹성, 특히 토성보다 훨씬 큰 목성에 의해서가 아니라 토성에 의해서 찢겨나갔을까. 더욱이 1개의 혜성이 산산이 부서졌을 리는 없다. 도운즈는 10개에서 1백개의 혜성이 있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실제로 이를 알아보기 위해 조만간 토서을 향해 로켓이 발사된다. 로켓은 토성의 위성을 관찰할 수 있는 위치에 놓여져 위성들이 고리의 바깥으로 천천히 움직이는 이유가 과연 고리의 에너지를 흡수하기 때문인지 살필 예정이다. 바꿔 말하면, 고리들은 토성의 안쪽으로 움직이고 반대로 위성이 바깥쪽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확인하려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의문은 풀릴 수도 있다. 토성은 또한 많은 위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중 일부는 유별나다는 것이 입증됐다.

밀도 낮은 위성들
 제트추진실험실의 찰스 요더는 토성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야누스, 에피메토스 위성을 연구했다. 그런데 작은 위성인 야누스와 에피메토스의 궤도는 거의 동일하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4년마다 그들은 서로 매우 가깝게 접근해 궤도를 맞바꾼다. 가장 최근의 궤도교환은 1990년 1월에 일어났다. 요더는 이 위성들이 궤도를 바꾸는 방식을 연구한 결과 위성들이 ㎤당 0.7g 이하의 밀도를 가지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것은 다른 위성의 밀도에 훨씬 못 미치는 것이며 순수한 얼음보다도 밀도가 낮은 것이다.

 확실히 이 위성들은 얼음 파편더미에 불과하며 그 구조의 30% 정도는 빈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이 위성들이 실제로 토성고리에서 나온 얼음입자들의 덩어리일까.

 야누스는 크기가 너비 220㎞, 길이 160㎞이며 에피메토스는 너비 140㎞, 길이 100㎞이다. 이것들과 다른 세 개의 작은 위성―아틀라스, 프로메테우스, 판도라는 토성고리로부터 생긴 입자덩어리일 수도 있다. 이 작은 위성들은 또한 실제로 토성고리의 소멸에 이바지하고 있을 수도 있다.

 물론 1억년이라는 세월은 인간의 잣대로는 매우 오랜 시간이기 때문에 우리는 찬란한 고리가 시야에서 사라질 것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더라도 무언가 경이로운 것이 영원히 계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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