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질 급해 일 많이 할 수 있소”
  • 조용준 기자 ()
  • 승인 1992.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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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법 철폐?안기부 축소”…“농어촌 빚 1조5천억 탕감 생각해 보겠다”


 

박권상 : 대통령에 당선되시겠어요?

정주영 : 된다고 생각하니까 나오지요.

김광웅 : 득표율이 얼마나 되리라고 예상합니까?

정 : 우리가 과반수를 차지하고 다른 두 사람이 나머지를 차지하겠지요.

김 : 지난 총선에서는 17.5%를 득표했는데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50%를 얻는다는 근거가 뭡니까?

정 : 시간이죠. 총선 때는 전지역의 후보를 다 내지도 못했고, 새로 개발해낸 인물도 일부 있었지만 다른 당의 퇴물을 이삭줍듯 해서 후보로 내보내기도 했어요. 창당 하고 전당대회 치른 후 40일 만에 선거를 치른 것 치고는 총선에서도 큰 성과를 얻었다고 봅니다. 대선까지의 7개월은 우리에게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은 좋은 기간입니다. 앞으로 여당은 시간이 갈수록 표가 적어지리라고 봐요. 두 김씨는 지역당으로 봐야 합니다. 우리는 시간이 갈수록 유리합니다.

조두명 : 정대표께서 쓰신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라는 책을 봤습니다. 결단과 모험의 연속으로 손에 땀을 쥐게 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보면 너무 자주 모험을 하시는 듯하고, 한꺼번에 모든 것을 거는 자세가 보였습니다. 정대표 개인으로서는 멋지고 남성다운 것이겠지만 따르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피곤하고 흥망이 걸린 것입니다. 또 모든 것을 다 얻겠다는 이면에는 언젠가는 모든 것을 다 잃어버려도 좋다는 잠재의식이 있는 게 아닌지 궁금합니다. 이런 스타일로 국가를 경영할 경우에 대해서도 생각해봤습니다.

정 : 걱정하시는 시각에서 말씀하시는 것 같군요. 그러나 저는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을 벌여본 일이 없습니다. 한가지씩 풀어나가지요. 일생 그렇게 해왔습니다. 한가지 서류를 펼치면 그것을 해결하고 나서 다음 서류를 만지곤 합니다. 아무리 서랍을 여닫아도 저는 저 나름대로 여유가 있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은 제가 여유가 없고 모험적이고 위험하다고 볼지 모르지만 제 자신은 그렇지 않습니다. 사전에 충분히 생각해서 일에 착수합니다. 부작용도 예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계획에 없던 일이 터지더라도 척 나서서 수습하고 해결할 수 있습니다.

김 : 그 책은 직접 쓰셨습니까? 구술하신 겁니까?

정 : 전부 제가 직접 썼습니다. 내 일생의 일기인데 다른 사람은 쓸 수가 없지요. 문법 교정은 문화일보 사장이 조금 손을 봐줬지요.

김 : 그 책에 나온 올림픽 유치 때의 얘기를 하나 여쭈어보겠습니다. 국무총리도 올림픽 유치를 반대하니까 안기부장의 협조를 얻었다는 대목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국정 운영이 잘 안 되면 안기부장의 협조를 얻으실 생각인지요?

정 : 그것은 과거의 일이기 때문에 사실을 그대로 적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김 : 국정을 운영하시다가 일이 막히면 안기부장을 동원하는 것이 좋다는 말씀인지요?

정 : 아니죠. 동원해선 안되지만 동원할 필요가 있을 때는 동원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나쁜 목적을 위해서 동원하는 것이 아니니까. 좋은 목적을 위해서는 안기부만이 아니라 국가의 국력을 동원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김 : 집권하신 후에 필요하면 안기부를 동원하실 생각입니까?

정 : 안기부는 축소해서 국민을 괴롭히지 않게 안기부라는 존재를 아주 조그맣게 만들려고 합니다.

김 : 그렇게 축소하면 그만한 힘이 없어지는 것 아닙니까?

정 : 그 시대에 주어진 여건을 활용한 것 뿐이지요. 그때는 안기부를 동원해서 사람을 오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니까 오도록 활용한 것 뿐입니다.

김 : 정부 조직 개편에 대한 생각은 있으십니까?

정 : 가지고 있어요. 아주 작게 만들 겁니다. 작은 정부 위대한 국민, 이런 식으로 조직을 만들어야죠.

김 : 공무원 숫자를 아십니까? 78만입니다.

정 : 정보부 안기부 경찰 공무원이 반입니다.

김 : 그걸 줄여야 작은 정부가 되는데 어떻게 줄이실 생각입니까?

정 : 물론 늘여야 할 것은 늘려야 하지만, 기관 자체를 축소시킬 건 다 축소시킬 겁니다.

김 : 그 방법이 쉽지 않을 텐데요.

정 : 쉽지 않은 것을 해내는 게 능력입니다.

박 : 안기부가 국가 안보의 중요한 일도 맡았겠지만 지난 30년 동안에 좋지 않은 일로 해서 전 국민의 원성을 사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심지어 선거에….

정 : 저는 안기부를 대북 관계 이외에는 절대 안 시킬 겁니다.

박 : 안기부를 없앨 생각은? 없애고 그야말로 대북 관계나 해외 정보만 취급하는 선에서 그치게 할 단안이 있으신지요? 노태우 대통령도 후보 때 방송에서 모든 정보 기관은 본연의 역할만 맡도록 조정하겠다고 공약했어요. 그러나 지난 5년 동안 안기부장을 국무회의에 계속 참석시키고 정치결정에 참여하도록 했어요. 심지어 선거에서 부정 선거에 활용했습니다. 이걸 왜 강조하는가 하면 대통령이 되시면 지금 하신 말씀이 기록이 된다는 거, 노태우 대통령이 이렇게 큰 소리를 해놓고...

정 : 기록해 놓고 나중에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여기 모인 사람이 대통령 하야 운동에 나서야죠.

박 : 대통령은 아무나 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비범한 사람이 해야 합니다 . 그런 점에서 노대통령이 보통사람이라고 한 것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현대조선소에서 배 만든 얘기를 들으면 정대표는 일단 비범한 사람 같습니다. 정치는 조금 다르겠지요. 가난한 사람 편에 무게를 두는 정치철학이신지, 아니면 우리나라의 가장 큰 재벌의 총수였던 입장에서 기득권층을위해 정치를 하실 것인지 분명히 해주시지요. 잘못하면 죽도 밥도 안 되는 경우가 있거든요.

김 : 지금 질문에 보충해서 질문하지요. ‘시련’ 책에 보면 정대표 스스로 ‘나는 자본가가 아니고 부유한 노동자다’라는 말이 있어요. 말은 그럴 듯한데 상당히 모순되는 말입니다. 노동자가 부유할 수가 없지요. 어떤 계층의 지지를 받는다든가 어떤 이념을 따른다든가 하는 점을 분명히하는 것이 좋지, 우리 당은 온국민이 지지한다는 생각은 전근대적인 것 같아서 묻는 말입니다.

정 : 모든 계층이 지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어요. 내 일생은 3등분되어 있다고 봐요. 1945년 일제가 물러갈 때까지 저는 광석을 캐고 운반하는 노동자였어요. 37살까지이니까 젊은 시절은 거의 노동자 생활이었지요. 서울에 와서 조그만 장사를 시작했어요. 동대문?남대문 시장에서 장사를 했는데 괜찮게 되니까 토건사를 만들었지요. 토건사는 돈이 안 드는 장사입니다. 토건사의 책임자는 부지런하기만 하면 됩니다. 돈이 생기니까 제조업을 하고 싶었어요. 첫 번째가 현대 시멘트 공장입니다. 나는 토건업을 해서 벌어먹을 수 있으니까 이 공장은 셋째 동생인 세영이에게 주었습니다. 그 아이는 내 밑에서 쌀배달하느라고 아무것도 못 배웠거든요. 대한민국에서 우리 형제처럼 화목한 가족이 없지요. 아버지의 정신을 이어받아서 그럽니다.

 아까 이야기로 되돌아가면 우리 통일 국민당은 첫 번째 국회가 열리면 안기부에 대한 법을 만들려고 합니다. 어떤 법이냐. 도청 처벌법을 만들려고 합니다. 도청을 공공연하게 하는 것은 온 세계에서 우리나라밖에 없다 이겁니다. 안기부라는 데가. 도청을 지휘한 자는 도둑질을 지휘한 거나 같아요. 도청 지휘자는 10년 내지 무기징역, 그 밑에서 도청을 동조한 자는 3년 내지 5년으로 아주 엄중한 법을 만들 겁니다. 그러면 모두 그럴 겁니다. 무슨 법을 그렇게 엄하게 만드느냐. 도청 안하면 그만이지. 도청을 완전히 근절시킬 겁니다. 이 법을 내면 통과되리라 봅니다. 민주당은 우선 동의해 줄 것이고 민자당은 반대하면 몰락합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통과시킬 겁니다. 만약 통과 안되면 민자당 대통령후보는 출마해도 아무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형벌이 너무 강하다면 논의해서 조정하겠지만 초안을 그렇게 만들려고 합니다.

박 : 그런데 대북 관계에서의 도청이라든지 예외 규정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정 : 물론 예외규정을 만들어야죠. 강도를 수사하기 위한 도청이라든가, 공산당을 어떻게 하기 위한 도청이라든가 하는 것은 예외규정에 두어야죠.

박 : 지금 말씀하시는 것은 정치적 의미에서의 도청 말씀인데.

정 : 정치적 의미 뿐만이 아니라 일상 모든 생활에서의 도청을 말하는 거죠.

강철규 : 재벌 해체론에 대해 묻겠습니다. 1948년 맥아더가 일본에 들어가서 재벌해체할 때는 미쓰비시니 미쓰이니 하는 주요 재벌의 소유자, 주요 간부 5천명을 축출했습니다. 그러고 나니까 30대 초반의 젊은 사장, 임원이 나오고 정부와 잘 맺어져서 그 후 부흥 일본을 만들었는데 정대표가 말씀하시는 재벌해체론이 맥아더 사령부가 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다른 것인지.

정 : 맥아더가 일본 재벌해체론을 들고 나온 것은 일본이 공업국가가 되어서 제2차대전을 만들었기 때문에 농업국가 만들려고 그렇게 한 겁니다. 그런데 소련이라는 적이 생겨서 미국 혼자 대응하기는 어렵고, 일본이 농업국가가 되면 곤란해지기 때문에 일본을 다시 키워서 같은 세력으로 대응하려고 한 겁니다. 내가 말하는 재벌해체론은 정부의 통제를 벗어나기 위해서도 재벌을 해체해야 한다. 기업별 전문화를 하자 이거죠. 세계 경쟁력을 키우는 데는 절대적으로 기업별 전문화가 필요합니다.

강 : 그건 재벌 해체가 아니라 정부가 말하는 업종 전문화 아닙니까. 재벌이 해체되려면 소유가 다 분산이 되고 독립기업 경영체제가 되어야 하는데 그게 아니군요.

정 : 재벌해체를 하려면 상호보증제도를 없애는 거죠. 그러면 기업이 하나하나가 독립이 되어 서는 겁니다. 상호보증제도를 없애는 것으로 재벌해체가 됩니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산업 발전에 유리하다는 아무런 근거가 없습니다. 포드 일가의 포드사나, 일본에서 3대째 내려오는 도요타 가문이 도요타사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세계 경쟁력이 없는 게 아니잖습니까. 일반 국민들에게 호감은 살 수 있을지 몰라도 실제 경쟁력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신문은 그렇게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주장하면서 왜 자신들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까. 모든 신문사가 하나같이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김 : 정대표는 다른 대통령 후보 가운데 북한에 다녀온 유일한 후보인데 그 사실을 선거에 활용할 계획은 없습니까. 또 북한이 경협을 요구한다면? 북한의 김일성 주석에 대한 인상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죠.

정 : 대통령 선거 전에 누구든지 김일성을 만난 것은 무의미하다고 봅니다. 어느 후보가 선거에 이용하려고 그를 만나려고 할지 모르지만 나는 선거 전에는 만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북한 경협 문제는 이렇게 봅니다. 오늘날까지 현 정부가 남북문제를 정략화해서 쓰기 때문에 실만 많지 득은 없습니다. 오늘날까지 뭐 된 게 있습니까. 하나도 없습니다. 김일성이 “미군 철수하면 모두 된다”고 말한 것 이외에는 백지입니다. 북이 가진 게 뭡니까. 제가 보니까 아무 것도 없고 군대밖에 없어요. 이 사람들이 군대밖에 없기 때문에 그 위험성이 아주 큽니다. 김일성 부자가 살아 있는 한 전쟁의 위험성은, 폭발지대는 한반도다 이렇게 봅니다. 그래서 미군 철수는 절대로 안된다고 봅니다. 미군이 철수만 하면 북한이 어떤 오판을 할지 절대 모르니까.

김 : 한국군의 군축 문제도 생각해 보셨습니까?

정 : 생각하지 않습니다. 남북이 평화통일 이룰 때까지 군축문제 전혀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장비만은 더 정예화해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 : 군부와의 관계는 어떻습니까?

정 : 저는 뭐 특별히 좋을 것도 없고 보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설호정 : 정대표 말씀은 외형만 조금 달리했지 과거 박정희씨나 전두환씨가 말했던 “호시탐탐 노리는 괴뢰 집단”하는 이야기를 다시 듣고 있는 것 같아요.

정 : 그러나 북한이 뭐라 떠든다고 해서 우리가 거기에 좌우되어 ‘보안정치’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북한이 누가 떠든다, 누가 어떻게 한다 하는 것에 흔들려서 방어정책을 할 필요가….

김 : 국가보안법을 철폐할 생각입니까?

정 : 국가보안법은 철폐할 겁니다.

설 : 제가 듣기로는 정대표께서 북한을 남침 위협이 큰 집단으로 상정해 놓고 계신데 국가보안법을 철폐해놓고, 지난번 어느 토론회에서 정대표께서 말씀하셨듯이 “북한의 사주를 받는 그런 집단”들이 발호해서 정대표를 괴롭히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정 : 지금 국가보안법은 국민을 괴롭히는 것이 그것보다 더 크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보안법을 없애려고 하는 겁니다. 그건 없애도 경찰치안력 가지고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기부가 지금 그걸 유지한다고 생각하지만 판단 잘못입니다. 왜. 지금 안기부가 드세니까 경찰이 죽었습니다. 이승만 박사 시대를 보세요. 언제 이승만 박사가 안기부를 가지고 이 나라를 통치했습니까. 경찰력 가지고 충분했습니다.

설 : 경찰력만 가지고는 안되죠. 법이 처벌을 보장하지 않으면 경찰력만 가지고 기소할 수 없는데 어떻게 그게 가능합니까.

정 : 경찰법으로도 다 기소할 수 있습니다. 국가를 위해하는 사람, 국가를 혼란하게 하는 사람 다 검거해서 처벌할 수 있습니다. 경찰법을 한번 보세요. 아주 잘돼 있습니다. 이박사 때 만든 법을 수정해서 할 수 없게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대로 다 살아있습니다.

설 : 그 말씀은 국가보안법이 없어지더라도 국가보안법만큼 광범위한 법적 구속력을 가진 경찰법을 이용해서 지금까지 국가보안법이 해온 일들을 두루 할 수 있다 이런 말씀이지요?

정 : 그러니까 그 법 가지고 우리가 치안은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거죠.

설 : 치안이라는 말이 갖는 포괄성 때문에 제가 자꾸 질문을 하는 겁니다. 치안은 도둑을 잡는 것도 치안이지만, 남북관계의 문제는 지금 일반적으로 사람들에게 양심수로 상정되고 있습니다. 양심수 문제로 상정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하셔야죠.

정 : 양심수 문제는 양심수 문제대로 취급을 해줘야죠. 진짜 양심수를 왜 처벌합니까.

박 : 약간의 어휘상의 혼돈이 있는데 안기부의 본연의 임무에 관한 정보 활동, 특히 이북에 관한 정보활동에만 국한시킨다는 의미에서 존재한다는 의미이죠.

정 : 그렇죠.

박 : 그리고 국가보안법은 없앤다는 말씀이죠. 그러면 국가보안법의 상당 부분이 대북 관계인데 그것을 다른 어느 법, 예를 들어 형법 같은 데 포함시켜야지 그렇지 않고 가능하겠느냐는 문제가 있습니다. 또 하나 양심수 문제는 자기의 신앙이나 정치적 신조로 인해 행동하다가 법에 걸린 사람이 양심수입니다. 가령 공산주의를 진정으로 신봉하고 그것 때문에 옥고를 치르면 양심수라고 말할 수 있는데 그런 경우는 어떻게 할 것인지….

정 : 공산주의자라고 하더라도 행동으로 해치지 않은 사람은 처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상인데. 행동으로 누구를 해쳤을 적에 행동으로 해친 결과나 처벌받을 필요가 있는 거지, 누구를 해치지 않았는데 양심수가 양심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해서 처벌받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행동이 제3자를 해쳤을 경우에는 처벌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해치지 않았을 때에는 처벌받을 필요가 없어요.

설 : 그러면 예를 들어 최근에 법정에서 나는 사회주의자다 하고 자신이 사회주의자임을 인정하는 말을 하는 양심수들이 생겨나게 됐어요. 그런데 나는 공산주의자다, 나는 공산주의를 신봉한다, 그런 것을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는 의사, 세상, 예컨대 집단적인 행동을 통해서 파괴적인 행동을 유발하지 않는 정도에서 자기가 공산주의자임을 공공연히 주장하고, 공사주의자들끼리 모여서 집단으로 당을 만드는 것까지 나아가는 것은 아무에게 해를 주는 행위는 아니예요. 정대표께서 생각하시기에 우리나라에 공산당이 결성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 : 나는 그건 상관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박 : 국가보안법이 없다면 그건 가능하죠.

설 : 대단히 중요한 질문입니다.

정 : 누구를 해치지만 않으면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그걸 엄격히 금하고 있죠. 일본은 허용하고 있죠. 일본이 자유민주주의가, 시장 경제가 지금 그것 때문에 망해 없어지는 게 아니다. 나는 우리나라 정치는 그러합니다. 제 3자를 해칠 위험성이 없는 집단이나 개인은 처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설 : 그러면 임수경씨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임수경씨는 우리에게 아무런 해를 끼친 바는 없습니다. 다만 갔을 뿐이죠.

정 : 임수경씨는 행동으로 옮겼죠.

설 : 정대표께서도 가셨죠. 정대표가 가신 것은 그 때 정부가 말하기를 통치차원에서 보냈다고 말했어요.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고 우리는 알고 있는데, 정대표께서 앞으로 대권을 쥐시게 되면 통치차원에서 현존하는 법을, 그것이 악법이든 좋은 것이든, 거스르는 일을 하실 생각입니까?

정 : 무엇을 거스른다구요?

설 : 암수경씨는 통치차원에서 못가는 선에 들어갔기 때문에 갇혔어요. 정대표는 통치차원에서 가셨어요?

정 : 임수경씨는 가서(북한에) 갇힌 게 아니고, 가서 어떤 행동 때문에 갇힌 게 아닙니까?

설 : 가는 행위 자체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상정한 거죠. 우리가 보기엔 정대표도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분이예요. 그럼에도 불고하고 통치차원에서 노태우 대통령의 내락을 받았기 때문에 국가보안법을 위반하지 않은 분으로 지금 규정되어 있고, 오늘날 대권을 향해 도전을 하시게 되었어요.

정 : 임수경씨 문제는 한번 내가 연구해 보고 다음에 만나서 정확히 답을 드리겠습니다. 기소장을 한번 봐야겠어요. 좀 부언해서 이야기하자면 사실 지금 말씀대로 통치차원이고 뭐고 우리나라 형법이 통치차원에서는 괜찮다, 통치차원이 아니면 안된다 하는 법이 없어요. 내가 북한에 갔다 오니까 안기부가 김일성을 만났느냐고 물어요. 사실 만난 적 없습니다. 내가 만나자고는 했어요. 그 때 1월20일 경이었는데 제일 추울 때잖아요. 내가 만나자고 하니까 뭐 그때마다 온천에 휴양가서 없대요. 이 다음에 만나면 어떠냐구요. 그래서 그러냐. 뭐 그렇게 하고 말았죠. 정치가도 아닌데 김일성 만나서 할 이야기도 없잖아요.

설 : 80년도부터 정치하실 의향이 있었다는데 왜 만나지 않으셨어요.

정 : 정치하려고 거길 간 것 아니니까요. 내 얘길 좀 들어보세요. 그러니까 돌아왔는데 이 사람들 오해가 꼭 만났는데 안만났다고 한다는 거예요. 그 때 안기부장하고 각 국장들이 모두 앉아 있는데, 그 때 부장은 박세직였습니다. 한 국장이 뭐냐고 하면 자기는 현직 검사고 북한을 담당하는 입장이다, 정회장은 북한을 가기 위해서 북한 사람들하고 나눈 모든 얘기, 수속한 자체가 반공법 위반으로 구속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래 내가 그럼 여기 구속할 사람이 나 하나냐, 안기부장 먼저 구속해라, 노태우씨부터 구속해라 그랬습니다. 그랬더니 놀라는 거예요. 어느 형법에 통치차원에서는 괜찮고 어느 것은 안되느냐 말이죠, 나는 형법에 그런 조항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말이죠.

강 : 북한의 경제가 어렵지 않습니까? 만약에 소련처럼 30억 달러의 경제협력을 해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정 : 나는 현 정부처럼 득도 없이 실되는 것은 절대 안할 겁니다. 채산이 맞아야죠. 왜 실을 합니까. 우선 인도적 차원에서 쌀은 내가 조건없이 주겠다고 하는 거예요. 쌀은. 30억은 고사하고 3천불도 안줄 겁니다. 그것은 김일성 부자 생명만 연장시켜 주는 것이 됩니다. 난 그렇습니다. 정부가 직접 할 것이 아니라, 남북이 통일의 길로 가깝게 가는 것은 우리 민간 기업중 아주 착실한 기업을 통해서 북한의 민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가서 도와주고, 그래서 신뢰를 쌓은 바탕 위에 남북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정부가 직접 나서서 뭐 30억불 줘서는 안됩니다. 3천불도 줘서는 안됩니다. 그런 식으로 남북문제를 다루지 말자는 거죠.

설 : 정대표가 제일 연세가 높으신 분임에도 불구하고 여성 문제가 제일 많이 논의되는 게 정대표인 것 같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정 : 나는 여성 문제가 어떻게 논의되는지 들어본 일이 없어서 모르겠습니다.

설 : 지난번에도 이 문제에 대한 거듭된 질문 때문에 조금 화를 내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분을 향해서 이런 실례되는 질문을 거듭해서 드릴 때에는 그릇된 정보이건 아니건 간에 일종의 의혹 또는 의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시죠. 왜 정대표를 향해서 이런 의심을 해야할까요.

정 : 뭐 이를테면 안기부가 내 과거를 전부 파가지고 표가 떨어질 수 있는 것은 전부 제시해서 잡지사, 신문사에 다 주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설 : 좋습니다. 그건 정대표께서 계속 그렇게 말씀하시는 걸로 알고 있고, 축첩의 경력이 있다든지 지나치게 분방한 여성 편력이 있다든지 세계적으로 권력의 핵심에 도전하는 사람에게는 대단히 도덕적이기를 요구하는 건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그런 분이 대통령이 되는 거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정 : 뭐 나는 내가 알고 또는 내가 알았던 어떤 남녀간에 피해를 봤다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죠. 내가 피해를 줬다면 문제가 되죠. 내가 피해를 준 사람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게 하나도 없어요.

강 : 은행감독원에 발표한 것에 의하면 가지급금에 관한 것이 있는데 현대가 제일 많아서 작년말 현재 2천9백억원 정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3월말까지 9백억원은 갚았다고 하는데. 그래도 2천억원이 넘지 않습니까. 그걸 어디에 쓸 거고, 언제 갚으실 거고, 갚으신 후에 재산은 얼마나 되는지.

정 : 그건 갚지 못하게 길을 다 막아놓았기 때문인데 즉각 갚을 수 있죠. 주식을 팔려고 하면 무엇이 위반이다, 무엇이 걸린다 하기 때문에 갚지 못하고 있는 거죠. 그걸 왜 안갚습니까.

강 : 그럼 가지급금은 어디에 쓰셨습니까.

정 : 가지급금 뭐 내가 나올 때 현찰로 가지고 나온거죠.(일동 웃음)

김 : 대통령 선거 비용은 얼마를 예상하십니까?

정 : 그저 뭐 움직일 수 있는 돈만 있으면 되지 않나요? 내 활동비 정도. 한 4백억원에서 5백억원 정도?

조 : 순발력 말고 정대표 자신이 생각하기에 자신의 안좋은 점은 무엇입니까?

정 : 나는 성격이 급한 게 유일한 단점인데 또 그것도 장점으로 생각됩니다. 위인의 전기책을 보면 일생에 일을 제일 많이 한 사람이 성미가 제일 급합니다. 나폴레옹 전기를 보면 막료들이 자기 말을 잘못 알아들어 두 번 세 번 물으면 대장 원수 이런 사람들도 멱살을 잡고 소리를 지릅니다.

조 : 잘 꾸는 꿈은 없습니까?

정 : 꿈은 거의 꾸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쩌다 가끔씩 아버지 꿈을 꿉니다. 그러면 재수가 붙는다고 생각이 들어 기분이 무척 좋습니다.

조 : 태몽은 없습니까?

정 : 못 들었습니다.

조 : 제일 먼 기억은 어느 것입니까?

정 : 어렸을 적에 우리 할머니가 너는 장손이니까 절대 살생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 그 이야기가 내 일생을 지배해 나는 낚시질이나 사냥을 하지 않습니다.

조 : 감명깊게 읽은 책이 이광수의 ‘흙’이라는데 그것이 개인적인 차원에서 정대표 인생에 감명준 게 무엇입니까?

정 : 내가 열심히 집에서 탈출한 것도 책에 많은 원인이 있는 겁니다. 서울에 올라와서 법률을 공부해 변호사가 되려고 했죠. 나는 그 때 모윤숙씨가 쓴 시 하나를 기억합니다. 모윤숙씨가 뭐라고 그랬냐 하면 “인왕산 허리간에는 세기말의 청춘이 울고, 번잡한 종로에는 그릇 가는 벗이 보이고, 이 나라 젊은이는 이것 뿐이려나, 이 나라의 사람은 여기서 마치려나.” 아주 애국적인 시라고 생각합니다.

박 : 정후보의 정적이라 할 수 있는 노태우 대통령과 양김씨의 장점, 단점을 비교해주십시오.

정 : 노태우씨는 모든 것이 공평무사한 정책을 쓰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큰 단점입니다. 나라의 통치자는 공명정대하게 통치권을 행사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단점이고 장점은 참을성이 많은 것이 장점이죠.

박 : 노대통령은 유엔 동시가입 등 많은 업적이 있습니다.

정 : 통치 실적은 하나도 없고 유엔 동시가입은 노태우씨의 공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중공은 북한을 자기 옆에다 길게 붙들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남한이 저렇게 경제력이 월등한데 너희는 잘못하면 세계에서 나라가 소멸하니까 유엔에 가입해서 존재를 세워라. 그래서 중공의 권유에 의해 별안간 태도를 바꿔 북한이 유엔에 신청한 거지, 현 정권의 권유에 공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박 : 노태우씨가 연평균 신장 7%를 약속했는데 5년도 가기 전 4년 만에 달성했습니다. 이건 공적이 아닌가요.

정 : 오히려 더 늦었죠. 국민의 힘 가지고 그 이상 갈 수 있는데 견제 때문에 더 늦었다고 생각합니다.

박 : 양 김씨에 대해서는?

정 : 양 김씨는 실적이 있다면 투쟁 실적밖에 없기 때문에 이제는 그 대상이 없어졌기 때문에 필요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박 : 두 사람을 어떻게 비교하십니까?

정 : 한 사람은 요령이 좋아서 형무소에 안들어가고 투쟁을 했고, 한 사람은 요령이 덜 좋아서 형무소에 들어가고 그랬죠.(일동 폭소)

김 : 건강은 자신 있으시죠?

정 : 자신있죠. 저는 5년간 아주 개근할 겁니다. 공직을 쉬는 일이 없을 겁니다.

박 : 5년 동안 헌법을 고쳐서 내각책임제로 간다든가, 순수 미국식 대통령제로 간다든가 하는 계획은 없습니까?

정 : 우리나라 사람들은 현재의 대통령제에 익숙해 있으니까 5년 동안 현재 그대로 놔둘 겁니다. 다음 세대는 다음 사람들이 연구할 문제고, 멀리 내다보면 종말에는 우리나라도 내각책임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내가 할 5년 동안 그렇게 급진적으로 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박 : 소문에 의하면 선거 막판에 농어촌 빚 1조5천억원을 정대표가 나서서 내가 다 갚아버린다 할 거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근거가 있는 겁니까?

정 : 그건 좀 생각해 봐야겠는데요.

박 : 오늘 여러 말씀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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